올해 부산국제사진제 메인은 ‘혼 불, 꺼지지 않는 불꽃’

제9회 부산국제사진제가 24일 부산 수영구 'F1963 석천홀'에서 개막해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총 3개의 전시장에서 24개국 200여명의 사진가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우창원, Inner Monologue #03. 부산국제사진제 제공


권순관, THE RED SMOKE #1. 부산국제사진제 제공
 

올해로 9회를 맞이한 2025 부산국제사진제(BIPF)가 24일 부산 수영구 F1963석천홀과 영도구 스페이스 원지, 사상구 학장공단 내 일산수지에서 개막했다. 개막식은 27일 오후 2시 F1963 석천홀에 이어 오후 5시 스페이스 원지 2부로 이어진다.


비영리법인인 부산국제사진제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김천식, 준비위원장 이나겸)가 주최·주관하는 BIPF는 올해 약간의 변화를 시도했다. 먼저 BIPF 주제전 ‘혼 불, 심연의 빛’은 유료화를 처음 적용한다. 나머지 다른 전시는 이전처럼 무료입장이다. 또 ‘국제’사진제라는 명성에 걸맞게 ‘오픈콜’(국제 공모전)을 도입했다. 두 가지 모두 올해 새롭게 BIPF 예술감독을 맡은 이일우 사진가의 야심 찬 선택이다. 이 예술감독은 “재미있는 사진 페스티벌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부산갈매기와 함께하는 BIPF 투어 유료 프로그램’도 선보인다고 밝혔다. 서울 등 전국 각지의 사진가 80여 명이 참가 신청을 마쳤다. 인원을 늘리고 싶어도 숙소가 해결이 안 돼 제한했다. 이 예술감독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의 큐레이터는 모두 부산 출신으로 채웠다.

부산국제사진제 주제전 ‘혼 불, 심연의 빛' 전시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BIPF 행사의 메인은 주제전 ‘혼 불, 심연의 빛’(9월 24일~10월 14일 F1963 석천홀, 성인 1만 2000원·청소년 5000원)이다. 한국 사회가 잊어온 기억과 정신을 마주하며, 고통의 역사와 생명력, 공동체적 가치를 사진으로 탐구한다. 이 예술감독은 “한국에 많은 사진 축제가 있지만, 대부분이 서구 사진 철학이나 서구 사진예술에 기반한 사업이어서 아쉬웠다”며 “올해 BIPF는 우리 안에서 찾은 주제 ‘혼 불’을 내세운다”고 강조했다. 주제전은 이정은 큐레이터가 맡았다. 참여 작가는 20명이다


제9회 부산국제사진제가 24일 부산 수영구 'F1963 석천홀'에서 개막해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총 3개의 전시장에서 24개국 200여명의 사진가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제9회 부산국제사진제가 24일 부산 수영구 'F1963 석천홀'에서 개막해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총 3개의 전시장에서 24개국 200여명의 사진가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황규태, Sun, 1990-2000년. 부산국제사진제 제공


박진하 작품. 부산국제사진제 제공


양재문, 풀빛여행 001. 부산국제사진제 제공


조소희, 봉선화 기도 304, 2016. 부산국제사진제 제공


장숙, 늙은 여자의 집 05, 2014. 부산국제사진제 제공



황규태는 빛과 에너지의 본질, 인간과 자연, 시대적 문제를 고찰하는 작업(녹아내리는 태양, 빅뱅이론, 픽셀)을 가져왔다. 이갑철은 인간과 자연, 공동체의 내면을 응시하는 시선으로 ‘충돌과 반동’ 시리즈를 새로 풀어낸다. 박진하는 적외선 촬영과 스티칭, 스태킹 기법을 결합해 제작한, 무려 15m에 달하는 초대형 파노라마 설악산 연작 ‘초월’을 내놓았다. 장숙은 지나온 시간의 기록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을 늙은 여인의 몸으로 드러낸다. 제주 4·3 학살과 노근리 사건 등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적 사건과 희생자, 그리고 사건이 발생한 장소를 주제로 사진, 설치 등 다양한 매체 작업을 하는 권순관도 만날 수 있다. 제주 4·3은 ‘서걱이는 바람의 말’을 작업한 성남훈 작품으로도 호출된다. 양재문은 전통 한국 춤의 ‘한’이 깃든 ‘풀빛여행’을 전시한다. 우창원은 내면적이고 명상적인 석고 마스크 사진을 통해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연작 ‘이너 모놀로그’(Inner Monolog)를 선보인다. 야나 코노노바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환경에 남긴 흔적을 기술적·지리적 맥락 속에서 탐구한 ‘풍경의 절망’(Desperation of Landscape) 시리즈를 제시한다. 데이비드 크리펜도르프는 탄소의 두 상반된 형태인 석탄과 다이아몬드를 통해 자연과 문명의 위기를 전하는 영상 작업 ‘슬립워킹’(Sleepwalking)을 상영한다. 이 외에도 김우영, 이선주, 이완교, 이종만, 조소희, 한정식, 헨릭 스트롬버그, 라이너 융한스, 랄프 테펠, 세츠코 후쿠시마 등이 참여 작가에 포함됐다.


제9회 부산국제사진제가 24일 부산 수영구 'F1963 석천홀'에서 개막해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총 3개의 전시장에서 24개국 200여명의 사진가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025 BIPF 특별전 은막의 스타 포스터. 부산국제사진제 제공


F1963 석천홀에서는 특별전으로 1960~1970년대 스틸사진가들의 카메라에 포착된 ‘은막의 스타’(9월 24일~10월 14일)를 우명률 컬렉션으로 준비했다. 캐논 코리아가 2015년부터 매년 국내 사진·영상 분야 최고 전문가를 선정하는 대표 앰배서더 작품은 강영호, 김용호, 장민승(이상 F1963 전시)과 이종렬(스페이스 원지 전시)이 있다.



국제사진공모전 '혼이 있는 바다' 전시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스페이스 원지 프로그램은 국제사진공모전 ‘혼이 있는 바다’(9월 24일~10월 23일, 월요일 휴관, 추석 연휴 10월 6일 개관, 오후 5시 입장 마감, 무료)가 핵심이다. 17개국 158명의 국내외 작가가 참여한다. 정금희 큐레이터는 “외국 작가는 10% 미만이고, 한국은 아마추어 작가뿐 아니라 프로 작가들의 참여 비율도 꽤 높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200여 명이 지원해 158명을 선정했으며 1인당 4편 내외의 작품을 전시한다. 600여 장의 각종 바다 사진이 빼곡한 전시장에 들어서면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듯하다.



2025 BIPF 정정회 초대전. 부산국제사진제 제공


2025 BIPF 특별전 한효진 자매 포스터. 부산국제사진제 제공


스페이스 원지에서는 부산 원로 사진가 정정회 초대전 ‘아, 옛날이여’와 2024 최우수 포트폴리오 리뷰 최우수상을 수상한 한효진 작가의 개인전, 후지필름 특별전 ‘천 개의 바다’ 그리고 국내 10개 사진가 그룹의 자유전을 만날 수 있다. ‘디스커버링 코리언 아티스트’와 2025 BIPF 포트폴리오 리뷰를 위해 초대된 해외 주요 큐레이터는 이탈리아, 독일, 일본, 대만 등에서 이름을 올렸다.


2025 BIPF 국제청년작가 교류전: Under the skin 열과 막 포스터. 부산국제사진제 제공


일산수지에서 열리고 있는 2025 BIPF 국제청년작가 교류전: Under the skin 열과 막 전시 전경. 부산국제사진제 제공


일산수지에서 열리고 있는 2025 BIPF 국제청년작가 교류전: Under the skin 열과 막 전시 전경. 부산국제사진제 제공


마지막으로 청년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은 일산수지(사상구 감전천로 58, 오전 11시~오후 6시 매일 개관, 무료)이다. 2025 국제청년작가 교류전 ‘언더 더 스킨’(Under the skin: 열과 막)은 손창안, 이재균이 전시 기획을 맡았고, 참여 작가는 곽동경, 권하영, 김유나, 김효연, 신정식, 심재창, 윤아미, 이재균, 최원교, 필립 체티니스(오스트리아), 오스카 레벡(독일), 줄리아 뤼베케(독일), 다카히로 마쓰시마(일본), 황랑린(대만), 황위시우(대만), 장징홍(대만) 등 16명이다. 이 전시는 부산의 조건을 열(Heat)과 막(skin)이라는 두 개념으로 정리한다. 열은 구조적 긴장과 사회적 압력의 층위를 의미하고, 막은 그것을 감각하고 반응하는 개인의 경계이다. 사진은 바로 이 과정의 매개로써, 압력과 감각 사이를 이어주는 또 하나의 피부처럼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