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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분명한 건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거다. 공교육을 되살리는 건 나라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설계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서다. 그런데도 이번 대선에선 개혁적인 교육 공약이 나오지 않았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 참고: 6ㆍ3 대선 에디션 '공약논쟁前'의 취지는 공약을 논쟁하기 전前에 논쟁해야 할 이슈를 살펴보자는 겁니다. 더스쿠프 데스크와 현장의 관점+을 읽어보시면 취지를 쉽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thescoop.co.kr/n 삼성홈플러스 ews/articleView.html?idxno=305804.
6·3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교육 공약을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사진|뉴시스]
6·3 대선 정국에서 수험생과 학부모 유권자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불법대부업자 건 5월 23일 열린 2차 TV토론회였다. '사회 분야'를 주제로 한 만큼 후보들의 '교육 공약'을 가늠해볼 수 있을 거란 기대에서였다. 실제로 후보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이나 각종 행사 발언을 통해 적지 않은 교육 공약들을 내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국가 책임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비를 경감하 미니주택가격 겠다"고 밝혔다. 지역 거점 국립대를 육성하는 '서울대 100개 만들기' 프로젝트 등을 통해서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꺼내들었다. 교육감 선출 방식을 '시·도지사 러닝메이트제'나 '광역단체장 임명제'로 바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거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무너진 교권 확립'을 위해 직장인 개인사업자 '교사 소송 국가 책임제'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렇게 많은 약속을 내걸었지만 정작 토론에 참여한 4명의 후보 중 교육 공약을 언급한 이는 없었다. 학령기 자녀(만 18세 이하)를 둔 가정이 20.0%(2023년 기준)에 불과해 교육 공약이 표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걸까.
지난해 사교육 시 든든학자금 거절 장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운 데다, '의대 쏠림' '7세 고시' 등 교육계가 풀어야 할 과제가 숱하단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그렇다면 사교육 시장의 비대화는 어떤 부작용을 낳고 있을까. 공교육의 회복은 가능한 걸까. 교육 공약을 논쟁하기 전에 따져볼 이슈들을 살펴보자.
■ 논쟁➊ 더 비대해진 사교육 = 지난해 초·중·고교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29조191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27조1144억원) 대비 7.7% 늘어났다. 같은 기간 학생이 1.4% 줄었는데도 사교육 시장이 커진 건 1인당 사교육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47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9.2% 증가했다. 사교육 참여율은 같은 기간 78.5%에서 80.0%로, 주당 사교육 시간은 7.3시간에서 7.6시간으로 늘었다.
사교육을 초등학생 때 시작하는 것도 아니다.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킨 '7세 고시'는 함의가 크다. 7세 고시란 만 5~6세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 전 선행학습을 위해 유명학원에 들어가고자 치르는 '고난도 입학시험'을 의미한다.
이런 현상이 일부 강남권에 국한하는 것도 아니다. 교육부가 6세 미만 영유아 가구를 대상으로 '유아사교육비'를 조사(2024년 7~9월)한 결과, 유아의 평균 사교육 참여율은 47.6%,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3만2000원에 달했다. 특히 5세 유아의 사교육 참여율은 81.2%로 초·중·고교생의 평균 사교육 참여율(80.0%)을 웃돌았다.
이렇게 유아 때 시작하는 사교육 경쟁은 수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자녀의 교육 기회가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사교육비나 사교육 참여율은 가구의 소득 수준별, 지역별로 차이가 컸다.
월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의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20만5000원으로, 월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67만6000원)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사교육 참여율도 58.1%로 800만원 이상 가구(87.6%)보다 29.5%포인트 낮았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1인당 사교육비가 67만3000원인 반면 광역시는 46만1000원, 중소도시는 46만5000원, 읍면지역은 33만2000원으로 차이가 났다. 사교육 시장이 커진 만큼 교육 불평등도 심화했다는 거다.
■ 논쟁➋ 공교육 정상화 = 정부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역대 정부는 하나같이 '공교육 시스템 강화'를 목표로 추진해 왔다. 특히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4년엔 '선행학습 금지법'까지 시행했다.
사교육 시장에서 만연한 선행학습을 근절하기 위해 정규 교육과정에서 선행학습을 금지하고, 학교 시험에서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문제의 출제를 막았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선행학습 금지법 시행 첫해 68.6%였던 사교육 참여율은 이듬해 68.8%로 되레 높아졌다.
그렇다면 공교육 시스템은 왜 회복하지 못하는 걸까. 이유는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입시 정책이 되레 사교육 시장을 키운다는 지적이 많다.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을 키워 사교육에 더 의존하게 만든다는 거다.
여기에 끊어내지 못한 '학벌주의'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회사에 취직하고, 좋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공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교육의봄·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가 지난해 실시한 '출신학교 및 학력 차별 실태 국민 인식 조사' 결과는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기업의 채용에 학벌이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85.2%가 동의했다. "학벌에 따른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한 이들도 74.8%나 됐다. 채용 시 차별을 정책적으로 금지하고,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기업들이 확산했는데도 학벌주의가 깨지지 않은 셈이다.
물론 학벌이 화려하지 않아도 각자의 특성과 적성에 맞는 안정적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면 문제 될 게 없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전체 일자리의 89.0%(300인 미만 중소기업 취업자 비중·2024년 기준)를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는데, 대기업과 임금 격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1995년 71.2%였던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 비율은 지난해 54.7%에 그쳤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2배에 육박한다는 얘기인데, 이런 노동시장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사교육의 확대를 막을 길은 없다.
사교육 시장이 커지면서 교육 기회의 불평등도 심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아이들은 국가의 '미래'다. 이들이 '사교육'에 묶여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면 미래도 사라진다. 기우杞憂가 아니다. 한국 학생들은 이미 '불균형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15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2년)를 분석한 결과를 보자.
한국 학생들은 '학업성취도' 면에선 과학·수학 2위, 국어(읽기) 3위를 차지하는 등 상위권을 차지했다. 하지만 '관계형성'이나 '자아정체성' 역량 면에선 취약했다. 부모와의 관계는 12위에 머물렀고 교우와의 관계 36위로 최하위권을 차지했다. 주체성 20위, 자주성 33위에 그쳤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스스로 가치관과 목표를 설정하는 주체성은 물론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해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는 자주성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후보들이 내놓은 '교육 공약'들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세우는 주춧돌이 될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