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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세계질서는 단순히 한물간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해가 되는 무기이다. (…) 미국이 국익보다 세계질서를 너무 자주 우선시하는 동안 다른 나라들은 자국에 가장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행동해왔다. (그런 전후 질서는)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위험한 망상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15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미국이 이제 국제질서를 우선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폭스뉴스와의 회견에서도 “세계에 단순히 일극 세력만 있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며 “다극화 세계로, 세계의 다 자동차담보대출서류 른 곳에 여러 열강이 있는 지점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을 전후해 국제질서에서 미국의 역할을 포기하고 퇴각하며, 미국의 국익만을 직접적으로 챙기는 국내외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우선, 그는 취임 전부터 덴마 일본자동차 크 자치령 그린란드와 파나마 소유 파나마 운하를 미국 소유로 만들고 캐나다는 미국 51번째 주가 되는 게 좋다고 발언했다. 취임 이후에는 가자지구를 미국이 접수하고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주시킨 뒤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모든 나라에 보복적인 보편관세 조처도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 월세보증금대출조건 시아 대통령과 통화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합의한 것은 세계적인 충격을 던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의 점령지 인정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불가 △종전 이후 우크라이나 안보는 유럽의 책임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미·러 주도 협상을 협상 시작 전부터 러시아와 합의했음을 시사했다.
미국 국방비 삭감도 시도하고 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자소서 항목 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향후 5년간 매년 국방비를 8%씩 삭감하라고 명령했다고 국방부가 19일 발표했다. 이 계획이 실행되면 미 국방비는 현재 약 8500억달러에서 매년 약 700억달러씩 삭감돼, 5년 뒤에는 5600억달러로 줄어든다. 2013년에 560억달러의 국방비 삭감이 있었는데 그보다도 규모가 크다. 이런 대폭적인 예산 삭감을 하면서도, 미국 이자소득자 내 아이언돔 건설, 국경 강화 등을 내세웠다. 결국 국외 주둔 미군 군사력 축소는 불가피하다.
트럼프가 취임 이후 취한 정책들은 크게 △미국 영토의 확대 △보복적인 관세 부과 △미국 대외정책 집행기구 폐쇄 및 축소 △우크라이나 종전 및 러시아와 협상 △미 군사력의 해외 개입 축소이다. 모두가 국제질서에서 미국의 역할 포기 혹은 축소와 미 국익의 노골적 추구이다. 미국이 2차대전 이후 국제질서를 유지하고 주도하던 패권국가 역할을 포기한다는 신호이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은 △식민지 및 영토 팽창에 기반한 19세기 제국주의 질서 반대 △자유무역 옹호 및 이를 위한 자국 시장 개방 △개발도상국 등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및 원조 △세계 경찰 국가 △소련(러시아)이나 중국 등 비자본주의·권위주의 국가 억제 등 패권국가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를 두고 미국 스스로는 자신들을 ‘자유주의 국제질서(LIO)를 유지하는 자비로운 패권국가’라고 정의했다. 혹은, ‘초월적인 위치에서 국제질서를 관장하는 예외적인 유일 초강대국’이라고도 했다.
미국의 패권국가 위상은 1990년대 초 소련 등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극대화됐다가 2008년 이후 균열이 시작됐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중국이 부상하면서, 미·중 양강 체제인 G2 시대 도래가 거론됐다. 이후 나토의 확장을 둔 갈등이 커졌고,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으로 ‘신냉전’의 양상을 보였다. 신냉전은 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발발로 중·러가 주창하는 다극화의 공간을 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중국과 러시아의 연대 강화, 미국 주도의 대러시아 제재 실패,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남반구 개발도상국 중심의 ‘글로벌사우스’의 부상, 중·러 주도의 새로운 경제 생태계 공간의 출현 등으로 이어져 미국의 영향력에 큰 그늘을 드리웠다.
트럼프가 취임 전후로 내놓은 영토, 관세, 종전 등의 정책은 이런 현실에 대한 인정이다. 전세계에서 미국의 퇴각과 미국 국익의 우선적 추구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를 미국이 소유하겠다는 주장은 아메리카 대륙은 미국의 세력권이고, 여기에 집중하는 서반구 우선주의인 먼로주의의 확장적 부활이다. 미국의 서반구 우선주의 부활은 미국이 전세계에서 퇴각하는 대신에 아메리카 대륙을 자신의 세력권으로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이다. 트럼프가 파나마 운하 소유권을 가져가겠다는 근거로 중국 영향력 배제를 내세우는 데서 잘 드러난다.
보복적인 보편관세 부과는 미국이 패권국가의 경제적 역할인 자유무역 유지와 이를 위한 자국 시장 개방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러시아와 개시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가 요구하는 나토 확장 반대 및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세력권임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는 다른 열강의 세력권을 인정하지 않던 미국의 기존 지정학적 노선의 대전환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중·러 양국과의 대화 및 러시아의 주요 7개국(G7) 회원국 복귀 등을 희망했다. 더 나아가 “내가 원하는 첫 만남들 중의 하나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이다”라며 “그리고 나는 ‘우리 군사 예산을 절반으로 줄입시다’라고 말하고 싶다”고 중국 및 러시아와의 타협과 협상을 희망했다.



1945년 얄타회담을 위해 모인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왼쪽부터),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 얄타회담은 2차대전 후 전후 질서를 규정하는 회담이 되었고 종전 후 냉전이 찾아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우크라이나 종전이 최대 이슈였던 지난 14∼16일 뮌헨안보회의 뒤 주최 쪽은 “다극화”라는 한 단어로 된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는 “세계는 아직 진정한 다극화가 아닐 수도 있으나, 우리는 이미 ‘다극화’에 의해 형성된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선언하는 내용이 실렸다. 다극화가 세계에서 분쟁과 평화 중에서 어떤 쪽으로 더 기울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미국의 역할은 긍정과 부정 여부를 떠나 세계에 일정한 질서를 규율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런 미국의 역할이 사라지면, 무질서적인 세계 및 분쟁 악화, 여타 나라들의 비용 부담 등이 우려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패권국가로서의 역할이 쓸모없다고 판단한 것이지, 미국의 우위를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중국 억제가 여전히 대외정책 1순위인 데서 잘 드러난다. 드미트리 트레닌 러시아 고등경제대학 교수는 “워싱턴의 목표는 쇠퇴하는 패권국가가 아니라 (다극화 질서에서) ‘동등한 지위자 중 제1인자’(primus inter pares)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러시아 국제보도 전문채널 알티(RT)는 전했다.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의 위상은 접지만, 여러 열강 중 제일의 열강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미국이 인정하겠다는 다극화 세계는 우크라이나를 둔 미-러의 담판에서 첫 징후를 보였다. 이는 열강의 이익에 약소국의 운명과 세계 지도가 획정되는 신제국주의 모습일 수 있다. 혹은, 얄타 체제 2.0일 수도 있다. 2차대전 뒤 크림반도 얄타에서 승전국인 미국·소련·영국 정상이 모여 세력권을 현실적으로 인정해, 비록 냉전은 발생했지만 세력 균형을 유지하고 큰 열전을 피했다.
트럼프의 미국으로 구현된 세계질서가 어떤 모습일지는 향후 미-중-러가 각축할 세력 관계가 최대 변수다. 미국은 지난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장관급 회담이 우크라이나 종전 회담이라기보다는 양국 관계 정상화 회담이라고 규정했다. 미국은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해, 중국에 맞서겠다는 ‘역키신저’ 전략을 추진하고, 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유럽 및 동아시아 동맹국, 중동과 서남아시아 등지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이 미-중-러의 세력 다툼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변수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