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전시관 들머리의 김구림 작품 공간 일부분. 왼쪽 앞 작품이 ‘음양 3-S, 18 Yin and Yang-S’(2003). 백화점 여성 모델의 광고사진을 디지털프린트한 화면 위로 직접 작가가 붓질해 지우면서 음양의 어울림과 무상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른쪽 안쪽엔 1969년 작 실험영상물 ‘1/24초의 의미’의 한 장면이 흘러가고 있다. 노형석 기자
#1. 미술판의 90대 원로 작가 이승택은 서른살 즈음이던 1960년대 초반 서울 교외 연필공장 공간에 잠입했다. 나무판을 말리는 틀 안에 목구 조형물을 쌓아 동심원 모양의 설치 공간을 만든 뒤 그
뽀빠이릴게임 안에 직접 등장해 사진을 찍었다. 작가는 이 사진에 ‘목구놀이’란 제목을 붙이고 특정 공간에 개입해 조형 작업을 벌인 자신의 행동과 결과물들을 ‘모두 나의 것’이라고 규정했다.
#2. 지금은 민화풍의 회화를 그리는 중견 화가 김용철은 1977년 서울 동빙고동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약제로 글자를 허옇게 지운 신문을 펼친 뒤 옥상에서 휙 던져
바다이야기게임다운로드 버리는 퍼포먼스를 시연하고 장면 하나하나를 찍었다. ‘포토페인팅_신문 보기, 신문 버리기’로 명명된 이 작품은 당시 신문을 활용해 유신체제의 정치·언론 통제를 퍼포먼스 형식으로 에둘러 비판한 것이었다.
#3. 오늘날 화단 중진인 서울대 출신 김춘수·서용선·이인현·안규철 작가는 1980년 작가집단 ‘서울, 80’을 결성했다. 서울대 교정과
릴짱릴게임 일상 풍경 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는 찰칵거리는 슬라이드로 전시하는 프로젝트를 펼쳤다. 시간과 공간의 감흥을 기억과 인식 흐름에 따라 포착하고 선보였던 작업들은 이후 묻혔지만 그들의 개별 그림에서 다른 모양새로 삐져나왔다.
이들 사례는 1960~1980년대 진보적 미술인들이 사진을 품고 펼쳤던 실험들이지만, 기억하는 이들은 전문가들 가운
릴게임5만 데서도 별로 없다. 사진은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모호한 의미를 지닌 장르다. 한국 미술판은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이 길항하는 가운데 숱한 대가들과 다기한 갈래의 작품을 양산해왔지만, 사진은 다큐멘터리 작가 중심의 독자적 장르 작업 외에도 진보적 전위적 작가들의 표현 매체로써 ‘활용’되어온 다면적 요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메이저릴게임사이트 장르 중심으로 보는 연구자들은 1960~80년대 실험사진 작업들을 한국 사진가 기술에서 배제하고, 현대미술 연구자들은 사진 장르를 매체수단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도입부인 1전시관 들머리 공간에 내걸린 이승택 작가의 1962년 작 포토몽타주 작품 ‘매달린 성’. 산 위의 하늘을 찍은 사진을 배경으로 평면이 동그란 진흙 그릇 이미지를 오려 붙인 뒤 재촬영해 그릇들이 하늘의 혹성처럼 낯설게 비치는 효과를 냈다. 노형석 기자
서울 창동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 지난 연말부터 열고 있는 개관특별전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이런 사진 인식의 분열상을 명쾌하게 정리한다.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이끌어온 주력 작가 36명의 사진 기반 작업과 자료 300여점을 모은 기획자 한희진 학예사는 정통 사진가 아닌 작가들이 사진 매체를 활용한 사례가 너무 많아 역사적 맥락으로 정리해야 하며, 국내 제도권 화단을 대표했던 사조인 앵포르멜(비정형 추상) 회화, 모노크롬(단색조 추상) 회화와 다른 길을 걸은 진보적 예술가들이 사진을 통해 새 미술을 향해 나아갔다고 아퀴를 짓는다. 이런 맥락에서 사진이 반세기 동안 한국 작가들의 언어·감각·사유를 어떻게 변모시켜왔는지 실증하는 작품들을 1~4전시관에 펼쳐놓으며 이야기를 풀었다. 사진을 유력한 표현 수단으로 활용한 선각자인 원로 작가 이승택(94)과 김구림(90)을 시작으로, 80년대의 불온한 시대적 기운을 사진과 퍼포먼스, 판화의 교합으로 뿜어낸 리얼리즘 작가 민정기(77)의 마지막 방까지 지난 50여년간 사진 매체를 쓴 주요 작가들의 작품, 자료들이 처음 한자리에 갈래지어 놓였다.
도입부인 1전시관 들머리의 이승택·김구림 작업은 깊고 강렬하다. 백화점의 모델 광고사진을 디지털프린트한 화면 위로 직접 붓질하며 지워나가면서 무상의 흔적을 남긴 김구림의 대형 음양 연작이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압도한다. 이 작품 뒤 안쪽의 비스듬한 벽면에는 한국 실험미술을 대표하는 1969년 작 영상물인 ‘1/24초의 의미’의 장면들이 역대 어느 전시장보다 큰 화면에서 흘러가고 있다. 맞은편에 있는 이승택 작가의 공간에는 60년대 대표작 ‘목구놀이’와 포토몽타주 ‘매달린 성’ 등을 내걸었다. 1962년 작 ‘매달린 성’은 산 위의 하늘을 찍은 사진을 배경으로 평면이 동그란 진흙 그릇 이미지를 오려 붙인 뒤 다시 촬영해 그릇들이 하늘의 혹성처럼 낯설게 비치는 효과를 낸 것이 특징적이다.
김용철 작가가 1977년 작업한 ‘포토페인팅_신문 보기, 신문 버리기’의 일부. 당시 작가가 서울 동빙고동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약제로 글자를 허옇게 지운 신문을 펼친 모습이다. 이 작업 뒤 작가는 옥상에서 신문을 던져버리는 퍼포먼스를 시연했다. 유신체제의 정치·언론 통제를 퍼포먼스 형식으로 에둘러 비판한 작품으로 동료 성능경 작가가 소장했다가 최근 김 작가에게 돌려주었다. 노형석 기자
4전시관에 나온 여운 작가의 ‘작품 74’(Work 74)(1974). 창문틀 안에 70년대 신문에서 오린 당대 시사 인물들의 사진들과 상품화한 여성 이미지들을 구겨넣은 이색적인 구도의 사진콜라주 작품이다. 노형석 기자
이어지는 2~4관의 감상 초점은 김명희, 이규철, 이강소, 장화진, 정동석 등의 미발표작들과 김용철, 서용선, 김춘수, 신학철, 한만영, 안규철 등 주요 작가들이 40~50년 만에 공개한 비장의 희귀 작품들이다. 김명희 작가가 70년대 발을 감광지에 대고 찍은 포토그램 작업을 디지털프린트해 내놓은 신작과 이규철 작가가 시도한 3차원 구형 공간의 사진조각 작업들이 낯설고 기묘한 조형적 감흥을 자아낸다면 정동석 사진가가 광주항쟁 진압 직후인 1982년, 서울 도심거리의 광주 지역 홍보판 옆으로 경찰이 웃으며 지나가는 모습을 포착한 ‘서울에서’ 연작에서는 당대의 시대상이 섬뜩하게 와닿는다. 현재 국내 리얼리즘 화단의 권위자로 명망 높은 서용선 작가가 대학원생 시절 교정 부근의 관악산 소나무들과 경비실 일상 등을 찍은 근접 사진들은 그의 초창기 화풍과 직결되는 시각적 단서라고 할 수 있다.
미발표작은 아니지만, 창문틀 안에 70년대 신문에서 오린 당대 시사 인물들의 사진들과 상품화한 여성 이미지들을 구겨넣고 자물쇠로 잠근 작고 작가 여운의 1974년 매체 작품도 실험성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사진매체가 당대 작가들에게 표현과 실험의 수단으로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이 기획전은 한국 사진사에 미술작가들의 사진매체 작업들이 필연적으로 포함될 수밖에 없음을 일러주고 있기도 하다. 3월1일까지.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