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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식 기자]
▲ 식사 후 주방에서 설거지 중인 아토다 다카시. 90세인 그가 하루하루를 담백하게 적어내려간 <90세, 남자의 자취 생활>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 Shinchosha
바다이야기게임 "작고 소소한 행복이라도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스스로) 찾을 줄 알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이것만으로도 충분해'라며 편하게 생각하는 것, 저도 그렇게 (하루하루) 살고 있습니다."
꾹꾹 눌러 담은 듯한 그의 답변은 채 한 페이지가 되지 않았어도, 행간의 의미는 많은 생각을 불러왔다. '소 황금성릴게임사이트 확행'이라고 할까.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늘 하시던 말씀이었다. 그때는 깨닫지 못했다가 이제 조금씩 느끼는 걸 보니 나 역시 삶의 방향과 무게를, 이제는 다르게 짊어지고 싶었던 것일까.
90세의 남성이 홀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모습일까. 나는 그 나이가 되지 못했고, 막연하게나마 '이렇게 살아가지 않을까?' 하고 생각만 했을 뿐이다. 사이다쿨접속방법 그때를 생각하니 또 다른 불안이 엄습해왔다. '노후 준비를 잘 해야 해, 돈이 있어야 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해' 하고 생각하며, 정작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나다운 건지 깨닫지 못했다. 돈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불행만 막아줄 뿐, 행복을 불러오진 않는다. 그의 답변은 이런 나의 노후에 대한 막연함을 구체적인 평온으로 바꿔 놓았다.
그가 이 오션파라다이스예시 번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은 홀로 밥하고 빨래하고 독서하는 등 일상을 살아가며 지켜가고 있는 것은 소소하지만 작은 행복, 그 자체였다. 거창하지 않아도, 그래서 더 특별한 삶을 살고 있었던 것. 일찍이 일본 문단에 등장, 평생 900편이 넘는 단편 소설을 집필하는 동안 1979년 <나폴레옹광>으로 일본 문단 최고 권위의 나오키상 등을 수상한, 바로 일본 바다이야기오락실 문학의 거장 아토다 다카시(91, 阿刀田高) 얘기다.
'소소한 행복'과 '유머'로 채우는 단단한 노년의 일상
우리나라에도 <시소게임> <빨간 고양이> <기다리는 남자> 등이 번역 출간되며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그가 이번에 출간한 책은 그동안 자신이 써왔던 소설이 아니다. 90세를 맞은 고령의 1인 남성이 하루하루를 기록한 에세이 < 90세, 남자의 자취생활(90歳、男のひとり暮らし) >(신조사)이다.
이 책은 사상 유례 없던 불황이던 일본 출판시장에 최근 3만 부를 훌쩍 넘겨 화제가 됐다. 한국보다 고령 사회에 일찍 진입한 일본 사회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통계청이 2012년 밝힌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도 이미 2000년 11월을 기점으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UN 기준 65세 이상 인구 7% 이상). 7년 후인 2017년 8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14.02%를 기록하면서 초고령 사회를 맞았다.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자료에서 2024년 12월 23일 기준 국내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는 1024만 4550명으로 전체 주민등록인구(5122만 1286명)의 20%를 넘겼다.
'100세 시대'라고들 말한다. 의료수준이 향상하고 생활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받아들인 성적표다. 하지만 박수만 칠 일이 아니다. 100세 시대라는 사실이 '축복'일지 '재앙'일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도 예외 없는 노년 생활,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그래서 지난 4일, 신조사 출판사를 통해 아토다 다카시와 이메일로 만났다. 그가 답변에 앞서 기자에게 당부했던 말은 이랬다.
"이 책(90세, 남자의 자취 생활)은 나이 든 저의 일상을 자유롭고 편안하게 적은 것입니다. 인생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저는 각자의 노후에 대해 어떠한 암시를 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 양해 바랍니다."
그렇다. 사람마다 각자 살아가는 의미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글이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미리 밝힌 것이다. 다만 이런 인생도, 저런 인생도 있기에 그저 욕심 없이 지금으로도 괜찮다고 스스로 타이르고 진정으로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바로 자신의 옆에 있다는 것을 알고 가치 있게 여겨달라는 의미였다. 옷 한 벌 갈아 입는 데도 시간이 소요되고, 넥타이를 묶는 방법이 당장 떠오르지 않지만, 그래도 껄껄 웃으며 유머스럽게 받아들이는 그의 일상을 들여다 봤다.
아내를 요양원으로 배웅하다
2021년 어느 날, 아내에게 루이소체형 치매와 파킨슨병이 동시에 찾아와 2년 동안 아내를 밤낮으로 돌봤다. 이후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증세가 심해지자 요양보호사가 요양원을 권했다. 2023년 아내를 요양원으로 배웅하며 '아내보다 일찍 죽을 수 없다'고 생각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리고 2년 후인 지난 해 5월,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는 아내를 떠올릴 때마다 슬픔보다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기로 다짐했다.
현지 독자들이 주목한 부분도 바로 이 부분, 아내를 (요양원으로) 배웅한 뒤 심정을 녹인 '마지막 감사'라는 마지막 글이다. 아내의 부재를 상실로 받아들이기보다 오랜 시간 동안 삶의 여정을 함께 살아온 동반자로서 감사 인사를 건넨 것.
"60년 넘게 곁을 지켜준 아내는 이제 이 세상에 없습니다. 죽음은 '무(無)'의 상태가 되는 것이지만, 저는 아내와 그동안 함께한 추억을 되새기며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고맙게 생각합니다. 저 역시 가족과 화목하게 지내고 있지만, 가족을 향한 사랑이 서로의 삶을 구속하는 짐이 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오히려 웃으며 추억하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을 가족도 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 단편소설의 대가로 900편 넘는 작품을 내놓은 아토다 다카시는 "한국인 여러분도 자신의 주어진 환경 속에서 저마다 다른 가치를 찾고, 작은 행복을 매일 누렸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 Shinchosha
"허허허, 이거 실수했구만" 유머를 잃지 않는 삶
그는 오전 5~6시에 눈을 떠 하루를 시작한다. 화장실 한쪽 벽에 걸린 캘린더를 유심히 보고, '오늘은 무엇을 위해 용기를 낼까?' 떠올린다. 예전 그의 친구가 "노인은 오늘(현재)이 중요하다"고 했던 말이 그의 하루에 용기를 불어 넣어준다. 인근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 쇼핑도 가고, 사람을 만나며 하루를 분주히 보낸다. 그렇게 소소한 일상 속에 삶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한 하루가 됐다.
식사 역시 유난스럽지 않다. 매끼 영양을 고려하되 간단히 챙긴다. 직접 주방에서 버터를 바른 토스트 1장이나 떡을 구워 먹기도 하고, 토마토나 우유, 바나나를 먹거나, 혹은 계란을 삶아 먹기도 한다. 생선이나 고기도 굽고, 야채 수프도 만든다. 언제든 쉽게 만들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주방에 들어오는 것을 꺼려했던 아내의 생전 의사를 존중하는 의미도 있다. 집에서 아내를 간병했을 때부터 습관이 됐다.
'손수 만들어 먹는 게 배달음식보다 맛있고 건강에 좋다'면서도 요리하는 것은체질에 맞지 않는다고. 다만, 다 먹고 치웠을 때의 깔끔함은 더 말 할 나위 없이 개운하단다. 마치 소설 한편을 탈고했을 때와 비슷한 기분마저 든단다.
필요한 게 있을 때는 인근에 사는 손녀에게 엽서를 띄운다. 전화해도 받지 않을 때가 많고 상대도 번거로울 수 있어 '그게 갖고 싶다'거나 '이런 것 좀 사다달라'고 적어 보낸다.
이렇게 나이 들어 못 하는 일이 늘어나는 것을 비관하지 않고, '인생은 원래 그런 것'이라며 기꺼이 받아들이면 그에 맞는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처럼 '그냥저냥, 유유자적' 하게 일상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평범해서 오히려 특별하게 다가온다.
"앞서 말씀 드렸듯 사람은 삶이 저마다 다릅니다. 다만, 제가 한국인 여러분께 꼭 전하고 싶은 것은 자신의 주어진 환경 속에서 아주 작은 가치를 찾아내고 그것만으로도 '좋다, 괜찮다'고 여기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작은 행복을 매일 쌓다 보면 분명 나 자신도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그가 전하는 고령의 삶, 살아가야 하는 노년의 인생은 무조건적으로 운동을 강조하거나 돈을 많이 벌어두라는 식의 강요가 없다. '나처럼 하세요'라는 식의 권유도 없다. 오히려 현재의 나와 오늘의 소중함, 욕심 없는 하루, 긍정적인 생각, 실수의 용납, 유머를 잃지 않는 대화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며 저마다 일상의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거울을 들여다봐도 주름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허허 웃으며 백발을 빗으로 멋스럽게 넘겨 빗는 식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가장 잘한 일을 묻자 그는 "책과 함께 살아온 것"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900여 편이 넘는 방대한 작품을 써낸 원동력 역시 쉼 없는 독서였다. 노년의 고독마저 풍요로운 지혜로 바꿀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이 '읽는 삶'이 선물한 내면의 단단함에 있었다. 이제 그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집필은 멈췄지만, 그가 살아가는 '오늘'은 또 한 권의 책을 위한 한 페이지가 되지 않을까.
여기서 하나 더 느꼈다. 나이 들어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를 하나 만들어 놓으면 좋겠구나 싶었다. 피아노를 치고 싶으면 지금부터 악보를 읽는 법을, 그림을 좋아하면 좋아하는 작가 한두명 쯤은 찾아내 그의 작품에 대해 점차 깊이 공부해두는 것이다.
▲ < 90세, 남자의 자취 생활 > 표지 이미지
ⓒ Shinchosha
어느 덧 표지 사진이 다르게 보인다. 그가 홀로 주방에 서서 밥을 짓고 있는 모습이 처음에는 쓸쓸해 보였지만, 이젠 그가 스스로 일궈낸 단단한 자유와 노년의 정갈한 즐거움으로 비춰진다.
이번 아토다 다카시의 인터뷰를 통해 느낀 것은 '완벽한 노후'란 결국 거창한 준비 혹은 돈이 아니라 내 일상을 감싸고 있는 소소한 행복이라는 사실이다. 다른 사람이 내건 기준에 내 행복을 맞추지 말고, 나만의 작은 기쁨을 켜켜이 쌓아가며 살아가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미 초고령 사회를 맞은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지혜가 아닐까.
끝으로 그의 책 내용 중 기억에 남는 부분으로 인터뷰를 마무리 한다.
며칠 전 코트 단추가 떨어졌다. 가슴팍의 가장 중요한 단추다. 아주 아주 먼 옛날, 학교 시간표에 가정(과목)이 추가돼 바느질을 하게 됐다. 긴 인생에서 단추달기만큼은 몇 번이고 복습했다. 바느질 도구가 갖춰져 있다. 단추를 꽉꽉 바느질해 붙인다. 죽고 나서도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원단과 단추 사이에 1mm 정도 여유를 둬야 한다지만 그런 건 할 수 없다. 이걸로 괜찮다. 충분하다. 해냈군.
▲ 식사 후 주방에서 설거지 중인 아토다 다카시. 90세인 그가 하루하루를 담백하게 적어내려간 <90세, 남자의 자취 생활>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 Shinchosha
바다이야기게임 "작고 소소한 행복이라도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스스로) 찾을 줄 알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이것만으로도 충분해'라며 편하게 생각하는 것, 저도 그렇게 (하루하루) 살고 있습니다."
꾹꾹 눌러 담은 듯한 그의 답변은 채 한 페이지가 되지 않았어도, 행간의 의미는 많은 생각을 불러왔다. '소 황금성릴게임사이트 확행'이라고 할까.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늘 하시던 말씀이었다. 그때는 깨닫지 못했다가 이제 조금씩 느끼는 걸 보니 나 역시 삶의 방향과 무게를, 이제는 다르게 짊어지고 싶었던 것일까.
90세의 남성이 홀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모습일까. 나는 그 나이가 되지 못했고, 막연하게나마 '이렇게 살아가지 않을까?' 하고 생각만 했을 뿐이다. 사이다쿨접속방법 그때를 생각하니 또 다른 불안이 엄습해왔다. '노후 준비를 잘 해야 해, 돈이 있어야 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해' 하고 생각하며, 정작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나다운 건지 깨닫지 못했다. 돈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불행만 막아줄 뿐, 행복을 불러오진 않는다. 그의 답변은 이런 나의 노후에 대한 막연함을 구체적인 평온으로 바꿔 놓았다.
그가 이 오션파라다이스예시 번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은 홀로 밥하고 빨래하고 독서하는 등 일상을 살아가며 지켜가고 있는 것은 소소하지만 작은 행복, 그 자체였다. 거창하지 않아도, 그래서 더 특별한 삶을 살고 있었던 것. 일찍이 일본 문단에 등장, 평생 900편이 넘는 단편 소설을 집필하는 동안 1979년 <나폴레옹광>으로 일본 문단 최고 권위의 나오키상 등을 수상한, 바로 일본 바다이야기오락실 문학의 거장 아토다 다카시(91, 阿刀田高) 얘기다.
'소소한 행복'과 '유머'로 채우는 단단한 노년의 일상
우리나라에도 <시소게임> <빨간 고양이> <기다리는 남자> 등이 번역 출간되며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그가 이번에 출간한 책은 그동안 자신이 써왔던 소설이 아니다. 90세를 맞은 고령의 1인 남성이 하루하루를 기록한 에세이 < 90세, 남자의 자취생활(90歳、男のひとり暮らし) >(신조사)이다.
이 책은 사상 유례 없던 불황이던 일본 출판시장에 최근 3만 부를 훌쩍 넘겨 화제가 됐다. 한국보다 고령 사회에 일찍 진입한 일본 사회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통계청이 2012년 밝힌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도 이미 2000년 11월을 기점으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UN 기준 65세 이상 인구 7% 이상). 7년 후인 2017년 8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14.02%를 기록하면서 초고령 사회를 맞았다.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자료에서 2024년 12월 23일 기준 국내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는 1024만 4550명으로 전체 주민등록인구(5122만 1286명)의 20%를 넘겼다.
'100세 시대'라고들 말한다. 의료수준이 향상하고 생활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받아들인 성적표다. 하지만 박수만 칠 일이 아니다. 100세 시대라는 사실이 '축복'일지 '재앙'일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도 예외 없는 노년 생활,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그래서 지난 4일, 신조사 출판사를 통해 아토다 다카시와 이메일로 만났다. 그가 답변에 앞서 기자에게 당부했던 말은 이랬다.
"이 책(90세, 남자의 자취 생활)은 나이 든 저의 일상을 자유롭고 편안하게 적은 것입니다. 인생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저는 각자의 노후에 대해 어떠한 암시를 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 양해 바랍니다."
그렇다. 사람마다 각자 살아가는 의미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글이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미리 밝힌 것이다. 다만 이런 인생도, 저런 인생도 있기에 그저 욕심 없이 지금으로도 괜찮다고 스스로 타이르고 진정으로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바로 자신의 옆에 있다는 것을 알고 가치 있게 여겨달라는 의미였다. 옷 한 벌 갈아 입는 데도 시간이 소요되고, 넥타이를 묶는 방법이 당장 떠오르지 않지만, 그래도 껄껄 웃으며 유머스럽게 받아들이는 그의 일상을 들여다 봤다.
아내를 요양원으로 배웅하다
2021년 어느 날, 아내에게 루이소체형 치매와 파킨슨병이 동시에 찾아와 2년 동안 아내를 밤낮으로 돌봤다. 이후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증세가 심해지자 요양보호사가 요양원을 권했다. 2023년 아내를 요양원으로 배웅하며 '아내보다 일찍 죽을 수 없다'고 생각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리고 2년 후인 지난 해 5월,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는 아내를 떠올릴 때마다 슬픔보다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기로 다짐했다.
현지 독자들이 주목한 부분도 바로 이 부분, 아내를 (요양원으로) 배웅한 뒤 심정을 녹인 '마지막 감사'라는 마지막 글이다. 아내의 부재를 상실로 받아들이기보다 오랜 시간 동안 삶의 여정을 함께 살아온 동반자로서 감사 인사를 건넨 것.
"60년 넘게 곁을 지켜준 아내는 이제 이 세상에 없습니다. 죽음은 '무(無)'의 상태가 되는 것이지만, 저는 아내와 그동안 함께한 추억을 되새기며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고맙게 생각합니다. 저 역시 가족과 화목하게 지내고 있지만, 가족을 향한 사랑이 서로의 삶을 구속하는 짐이 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오히려 웃으며 추억하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을 가족도 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 단편소설의 대가로 900편 넘는 작품을 내놓은 아토다 다카시는 "한국인 여러분도 자신의 주어진 환경 속에서 저마다 다른 가치를 찾고, 작은 행복을 매일 누렸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 Shinchosha
"허허허, 이거 실수했구만" 유머를 잃지 않는 삶
그는 오전 5~6시에 눈을 떠 하루를 시작한다. 화장실 한쪽 벽에 걸린 캘린더를 유심히 보고, '오늘은 무엇을 위해 용기를 낼까?' 떠올린다. 예전 그의 친구가 "노인은 오늘(현재)이 중요하다"고 했던 말이 그의 하루에 용기를 불어 넣어준다. 인근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 쇼핑도 가고, 사람을 만나며 하루를 분주히 보낸다. 그렇게 소소한 일상 속에 삶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한 하루가 됐다.
식사 역시 유난스럽지 않다. 매끼 영양을 고려하되 간단히 챙긴다. 직접 주방에서 버터를 바른 토스트 1장이나 떡을 구워 먹기도 하고, 토마토나 우유, 바나나를 먹거나, 혹은 계란을 삶아 먹기도 한다. 생선이나 고기도 굽고, 야채 수프도 만든다. 언제든 쉽게 만들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주방에 들어오는 것을 꺼려했던 아내의 생전 의사를 존중하는 의미도 있다. 집에서 아내를 간병했을 때부터 습관이 됐다.
'손수 만들어 먹는 게 배달음식보다 맛있고 건강에 좋다'면서도 요리하는 것은체질에 맞지 않는다고. 다만, 다 먹고 치웠을 때의 깔끔함은 더 말 할 나위 없이 개운하단다. 마치 소설 한편을 탈고했을 때와 비슷한 기분마저 든단다.
필요한 게 있을 때는 인근에 사는 손녀에게 엽서를 띄운다. 전화해도 받지 않을 때가 많고 상대도 번거로울 수 있어 '그게 갖고 싶다'거나 '이런 것 좀 사다달라'고 적어 보낸다.
이렇게 나이 들어 못 하는 일이 늘어나는 것을 비관하지 않고, '인생은 원래 그런 것'이라며 기꺼이 받아들이면 그에 맞는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처럼 '그냥저냥, 유유자적' 하게 일상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평범해서 오히려 특별하게 다가온다.
"앞서 말씀 드렸듯 사람은 삶이 저마다 다릅니다. 다만, 제가 한국인 여러분께 꼭 전하고 싶은 것은 자신의 주어진 환경 속에서 아주 작은 가치를 찾아내고 그것만으로도 '좋다, 괜찮다'고 여기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작은 행복을 매일 쌓다 보면 분명 나 자신도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그가 전하는 고령의 삶, 살아가야 하는 노년의 인생은 무조건적으로 운동을 강조하거나 돈을 많이 벌어두라는 식의 강요가 없다. '나처럼 하세요'라는 식의 권유도 없다. 오히려 현재의 나와 오늘의 소중함, 욕심 없는 하루, 긍정적인 생각, 실수의 용납, 유머를 잃지 않는 대화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며 저마다 일상의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거울을 들여다봐도 주름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허허 웃으며 백발을 빗으로 멋스럽게 넘겨 빗는 식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가장 잘한 일을 묻자 그는 "책과 함께 살아온 것"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900여 편이 넘는 방대한 작품을 써낸 원동력 역시 쉼 없는 독서였다. 노년의 고독마저 풍요로운 지혜로 바꿀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이 '읽는 삶'이 선물한 내면의 단단함에 있었다. 이제 그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집필은 멈췄지만, 그가 살아가는 '오늘'은 또 한 권의 책을 위한 한 페이지가 되지 않을까.
여기서 하나 더 느꼈다. 나이 들어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를 하나 만들어 놓으면 좋겠구나 싶었다. 피아노를 치고 싶으면 지금부터 악보를 읽는 법을, 그림을 좋아하면 좋아하는 작가 한두명 쯤은 찾아내 그의 작품에 대해 점차 깊이 공부해두는 것이다.
▲ < 90세, 남자의 자취 생활 > 표지 이미지
ⓒ Shinchosha
어느 덧 표지 사진이 다르게 보인다. 그가 홀로 주방에 서서 밥을 짓고 있는 모습이 처음에는 쓸쓸해 보였지만, 이젠 그가 스스로 일궈낸 단단한 자유와 노년의 정갈한 즐거움으로 비춰진다.
이번 아토다 다카시의 인터뷰를 통해 느낀 것은 '완벽한 노후'란 결국 거창한 준비 혹은 돈이 아니라 내 일상을 감싸고 있는 소소한 행복이라는 사실이다. 다른 사람이 내건 기준에 내 행복을 맞추지 말고, 나만의 작은 기쁨을 켜켜이 쌓아가며 살아가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미 초고령 사회를 맞은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지혜가 아닐까.
끝으로 그의 책 내용 중 기억에 남는 부분으로 인터뷰를 마무리 한다.
며칠 전 코트 단추가 떨어졌다. 가슴팍의 가장 중요한 단추다. 아주 아주 먼 옛날, 학교 시간표에 가정(과목)이 추가돼 바느질을 하게 됐다. 긴 인생에서 단추달기만큼은 몇 번이고 복습했다. 바느질 도구가 갖춰져 있다. 단추를 꽉꽉 바느질해 붙인다. 죽고 나서도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원단과 단추 사이에 1mm 정도 여유를 둬야 한다지만 그런 건 할 수 없다. 이걸로 괜찮다. 충분하다. 해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