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영화의 좌표를 가늠하는 2026년 베를린영화제 현지에서 ‘최고상’ 황금곰상을 놓고 겨루는 경쟁 부문(Competition) 소식을 전합니다. 22편의 후보작 가운데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은 작품들만 엄선해 전합니다. 수상 결과는 22일 새벽(한국시간 기준) 발표됩니다.
올해 2026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은 영화 ‘로즈’에서 열연한 배우 산드라 휠러. 산드라 휠러는 2023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추락의 해부’와 같은 해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서 동시
야마토무료게임 주연을 맡은 세계 최정상급 배우입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쟁이 끝나고, 한 남자가 외딴 마을에 도착합니다.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토지 문서를 잔뜩 내밀며 “이 땅이 원래 내 아버지 소유였기에 나만이 유일한 상속자다. 10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다시 이곳에 왔다”고 주장합니
쿨사이다릴게임 다. 서류를 자세히 검토한 결과 한 점의 오류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마을 지도자는 이방인의 주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가 봐도 남자인 이 사람은, 그러나 ‘남장 여자’였습니다. 본명은 로즈. 그는 자신의 성별을 위장해 남성으로 행세했고, 심지어 여성의 몸으로 전시 군복무까지 치르고 살아돌아온 뒤였습니다. 도대
바다이야기릴게임 체 로즈 왜 남성으로 위장하며 살아왔고, 또 앞으로도 남성으로 살기를 원했던 것일까요.
올해 제76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최고 화제작으로 떠오른 마르쿠스 슐라인저 감독의 흑백 영화 ‘로즈’의 기본 줄거리입니다. 지난 18일 베를린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독일 현지에서 올해 황금곰상 수상이 유력한 ‘로즈’를 살펴봤습니다. 영화 초반부 스포일러가 있
릴게임추천 습니다.
지난 18일 독일 베를린영화제에서 열린 영화 ‘로즈’ 공개 직전 모습. ‘로즈’가 초연 직후 스크린데일리 평점 3.3점(4점 만점)을 받으면서 22편 경쟁 부문 진출작 가운데 1위로 급부상하자 다음날 상영회에선 단 한 좌석도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황금성릴게임 . [김유태 기자]
영화 전문 매체 스크린데일리의 2026년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평점. 영화 ‘로즈’가 유일하게 3점대를 기록하며 1위를 유지 중입니다. [스크린데일리 홈페이지]
영화는 마을에 도착한 ‘남자’ 로즈를 비추며 시작됩니다. 왜소한 체구였지만 그의 얼굴은 총상으로 일그러져 있었고, 그가 마을 사람들에게 내민 상속 문서에도 오류가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마땅히 물려받아야 했던 집과 토지를 마을 사람들로부터 인수하고, 따뜻하면서도 강인한 리더십으로 거친 땅을 개척해 마을의 새로운 공동체를 구축하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그가 공동체의 일원으로 온전히 받아들여지기 위해 감당해야 할 대가가 하필 ‘혼인’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마을의 가문과 인척이 되지 않고서는 완전한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없었기에 그는 결국 그 요구를 받아들입니다. 혼인이 이뤄지면 자신이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란 사실을 들킬 수밖에 없었지만 그는 어쩔 수 없이 혼인을 승낙하고 맙니다. 로즈의 배우자가 될 여성의 이름은 수잔나. 결혼식을 올리고 돌아온 그날, 수잔나는 초야(初夜)를 치르기 위해 옷을 벗지만, 로즈는 당연하게도 그런 신부를 외면합니다. 자신까지도 옷을 벗었다가는 가짜 신분을 들킬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영화 ‘로즈’의 한 장면. 로즈는 여성이지만 남자 행세를 하고 다닙니다. 그는 총상으로 얼굴에 입은 상처로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감춥니다. [IMDb]
수잔나는 자신을 거부하는 남편을 조금씩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잠자리를 계속 거부할 수는 없었기에, 로즈는 ‘가짜 성기’를 허리춤에 부착하고 어둠 속에서 수잔나와 관계를 맺습니다. 다소 민망하고 난잡한 도구였지만 그날 이후 수잔나는 남편을 의심없이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수잔나에게 아기가 생기고 맙니다. 수잔나의 부정이 확실했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이제 와 다른 선택을 할 순 없었습니다. 자신과의 관계로 수잔나가 임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밝힐 수도 없거니와, 수잔나가 자신에게 든든한 보호막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로즈의 결론은 이러했습니다. ‘수잔나와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그저 평온하게 살기.’
그러던 중, 로즈가 결국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이 오고야 맙니다. 두터운 옷으로 몸을 가렸음에도 옷의 틈으로 들어온 벌에 쏘이고 만 겁니다. 기절한 남편의 옷을 벗겨 진정시키던 수잔나는, 혼자서 남편의 벗은 신체를 보고야 맙니다. 남편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그에 앞서 본질적인 질문, 도대체 왜 로즈는 자신의 생물학적 성을 지우고 남성으로 살기를 원했던 걸까요. 여기까지가 영화 ‘로즈’의 초반부 줄거리입니다.
영화 ‘로즈’의 한 장면. [2026 베를린영화제 홈페이지]
영화 ‘로즈’는 올해 베를린영화제 개막 전부터 최고의 화제작이었습니다. 지난 2023년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경쟁 부문’ 본상을 수상한 작품은 ‘추락의 해부’(황금종려상, 1등상)와 ‘존 오브 인터레스트’(심사위원대상, 2등상)였는데, 두 작품의 주연배우가 모두 ‘로즈’의 주인공을 연기한 독일 배우 산드라 휠러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산드라 휠러는 독일 최정상급 배우로 ‘로즈’에서 정말이지 미친 연기를 보여줬고, 지금 이 순간 ‘베를린의 아이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지난 16일 베를린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한 산드라 휠러. [로이터·연합뉴스]
‘로즈’는 실화에 기반하며, 배경은 17세기입니다. 당시만 해도 전시에 여성으로 죽거나 성범죄에 희생을 당하느니, 차라리 남자 행세를 하면서 목숨을 보전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고 영화는 서두에 기록합니다. 산드라 휠러가 연기한 남성도 이러한 시대적 배경과 유관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단지 시대극을 넘어서서, 21세기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집니다. 남성으로 살아가는 것과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 가운데, 무엇이 ‘인간으로서의 자유’에 가까운 일인가를 질문하니까요.
자신의 걸음으로 이동할 자유, 토지를 상속받을 권리, 공적 공간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발언할 자격까지 모두 ‘남성’의 전유물이었으며, 여성은 공동체로부터, 가족으로부터 보호를 이유로 철저히 통제되는 자리였습니다. 영화 ‘로즈’는 억압과 자유 가운데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 인간을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를 질문합니다. 산드라 휠러가 연기한 로즈는 결국 자유를 위해, 삶을 걸고 세계와 협상을 해야 했던 역사 속 인물을 통해, 아직 변하지 않은 역사의 성 규범을 본질적으로 사유합니다.
영화 ‘로즈’ 포스터. 제목 아래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로고가 선명합니다. 21일 발표되는 시상식에서 수상이 유력한 작품입니다. [IMDb]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신분을 들킨 로즈가 자기 변론에 나서는 장면입니다. 로즈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결국 의심받아 바지를 벗어 성기를 내보여야 하는 극한의 위기에 처합니다. 그러지 않고는 자신이 남성임을 입증할 수가 없으니까요. 들켰다간 공동체의 신뢰를 붕괴시켰다는 이유로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는 중범죄였습니다.
‘로즈’는 두 시간 남짓의 영화이지만 이날 상영 중 객석을 이탈하는 관객이 거의 없을 정도로 몰입감이 강했고, 개인적으로 산드라 휠러의 오랜 팬이었던 저로서도 올해 최고의 영화가 아닐 수 없는 걸작이었습니다. 산드라 휠러의 ‘로즈’는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할 수 있을까요. 경쟁 부문 진출작들도 만만하진 않지만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들이 ‘로즈’를 1순위로 꼽으리란 확신은 저만의 상상은 아닐 겁니다.
2026년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로즈’ 티켓. [김유태 기자]
베를린영화제가 열리는 ‘베를리날레 팔라스트’ 입구 모습. [김유태 기자]
베를린 김유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