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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30주년을 맞은 올해 “어느 때보다 소설 쓰기가 재미있다”며 새 장편을 준비 중이라는 조경란 작가. 작가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 인근에서 따뜻한 봄을 알리는 산수유 꽃을 바라보고 있다. 윤성호 기자
조경란(57) 작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면 한낮에도 조금 어두운 실내를 찾게 된다. 밝은 낮 시간 대신 고요한 밤에 글을 쓰는 작가에게 어두움이 더 익숙하기 때문. 매일 오후 4시 작업실로 출근해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일기까지 마무리하면 어느덧 새벽. 종일 글에 매달리다 릴게임바다신2 해 뜰 무렵인 새벽 5∼6시쯤 잠에 드는 삶에 저녁의 여흥이나 모임 일정 등은 끼어들기 어렵다. 주말도 변함없는 이런 일상을 반복한 지 수십 년. 작업실에는 흔한 소파베드 하나 없고, 책상과 의자 하나 그리고 벽을 빼곡히 채운 책들이 전부라고 한다. 작가의 말을 빌리면 “딴짓을 하면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
지난달 26 온라인릴게임 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에서 만난 작가는 밤을 통째로 떼어 글쓰기에 할애하는 삶에 대해 “하루에 읽고 쓰고 생각하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으면 두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하루를 차곡차곡 쌓아가다 보니 어느덧 아홉 권의 소설집과 여섯 권의 중·장편소설, 세 권의 산문집 등이 세상에 나왔다. 작가가 처음 문단에 이름을 알린 것은 1996년 단편소설 바다이야기 ‘불란서 안경원’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부터다. 이후 소설집 ‘나의 자줏빛 소파’ ‘코끼리를 찾아서’ ‘풍선을 샀어’, 장편소설 ‘식빵 굽는 시간’ ‘혀’ ‘복어’ 등을 펴냈다. 그러다 2024년 굵직한 문학상들을 연이어 수상하며 중견 작가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하기도 했다. 작가의 이상문학상, 김승옥문학상 수상작이 실린 소설집 ‘반대편 사람주의’는 바다이야기룰 최근 출간됐다. 책은 현재 영어판으로도 번역 중으로, 내년 중 미국에서 출간된다.
◇“30년간 작가 외길… 삶의 중심은 언제나 소설 쓰기”= “‘나는 30년 동안 한 가지 일을 꾸준히, 열심히 할 수 있는 사람이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작가는 등단 30주년을 맞은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월급 위주의 삶을 살아본 적 없고, 4대 릴게임꽁머니 보험에도 가입해본 적도 없다”는 그는 오로지 ‘작가 외길’을 30년간 정진해왔다. 대학에서 소설과 관련한 강의를 하기도 했지만 그의 삶의 중심은 언제나 소설 쓰기였다.
글 쓰는 길에 항상 영예만 따랐던 것은 아니다. 학창시절 대입 실패 후 5년간 집에 틀어박혀 책만 읽었다는 그다. 그 시기 자신을 “누구도 호명해주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한 작가는 방황 속에서도 책으로 밤을 새우다 문득 시인이 되고 싶어 26세에 서울예대 문예창작학과에 들어가게 됐다. 당시 스승으로부터 ‘시보다 소설을 써보라’는 권유를 받아 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 1년, 대학 재학 중 등단해 일약 주목을 받았다. ‘작가 조경란’의 탄생이었다.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내가 작가로서 준비가 돼 있나’ ‘이토록 몸부림치는데도 소설은 왜 나에게 보답해주지 않나’라는 생각에 괴로웠다고 한다. 중년으로 접어든 후에도 고민은 끊이지 않았다. “43세에 처음으로 ‘중견작가’라는 말을 듣게 됐는데, ‘큰일 났다. 젊은 시절은 지나가 버렸는데 여전히 소설이 뭔지 모르겠다’는 불안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문득 ‘소설을 한다고 나 자신에게 너무 큰 것을 바라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내려놓게 됐다고 했다. “40대가 됐을 때 제 인생과 미래에 대해 여러 가지 정리를 하고 지금의 삶을 선택했어요. 부모를, 그리고 글쓰기를 떠나지 않겠다고요. 이후로는 한 번도 그것에 대해 흔들려본 적이 없어요.”
“개인적으로 다쳤던 해를 제외하고 29년간 소설을 쓰지 않은 해는 단 한 해도 없었다”는 작가는 꾸준히 자신만의 소설 세계를 구축해갔다. 특히 주변의 평범한 인물과 일상에서 길어 올린 소재를 통해 개인의 내면에 자리한 불안과 고독을 깊게 응시해왔다.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왔던 작가에게 지난 2024년 기쁜소식이 찾아왔다. 이상문학상과 김승옥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 젊은 시절 문학동네작가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을 연이어 수상했지만 2008년 동인문학상을 끝으로 16년간 무관에 그쳤던 작가에게 다시 주어진 영예였다. 독자뿐 아니라 문단에서도 두루 인정받는 중견 소설가의 입지를 확실히 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운이 좋아서 상이 주어진 것”이라고 겸손을 내비친 그는 “앞으로 16년간 다시 상을 못 받는다고 해도 나는 내 소설을 쓸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작가는 등단 30주년을 맞은 올해 “요즘은 소설 쓰기가 너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말했다. 소설 쓰기는 여전히 어렵고, 잘 써지는 날이 드물지만 이를 받아들이게 됐다는 것. “30년간 여태 한눈 판 적 없으니까 ‘앞으로도 지금처럼 글쓰기를 계속하면 되겠네’라는 확신이 드는 때가 지금이에요. 여전히 소설을 잘 모르지만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고 더 열심히 하고 싶은 것이니까, 계속 분투해보자는 마음뿐이에요.”
◇“소설 너머의 타인을 의식… 소설은 사회적 영역”= 작가의 소설은 천천히, 그리고 깊이 읽어야 보일 수 있는 개인의 작은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한 명의 서사에만 머물러있지 않고 그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통하는 보편적인 면들을 발견해낸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작들에선 타자를 향한 작가의 시선이 더욱 두드러져 왔다.
작가는 “타자를 염두에 두기 시작한 건 중년이 되면서부터”라며 “젊었을 때는 정체성의 혼란 같은 자신의 문제가 크게 느껴졌는데 시간이 흐르며 점점 타인이 보이더라”고 말했다. 최근 펴낸 책에 ‘반대편 사람주의’라는 제목이 붙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는 언젠가 작가가 이탈리아 식당에서 화장실 문에 붙은 종이를 보고 소설에 넣게 된 문구. 자신만 생각하고 문을 세게 열었다간 문 뒤에 있는 타인을 상처 입힐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때 문 너머에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마음, 반대편 사람을 주의할 때 조금 더 다정한 세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설 쓰기에 대한 생각도 타자를 향한 쪽으로 바뀌었다. 젊었을 적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왜 소설을 쓰는지 잘 모른다고 말했던 그다. “지금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내가 모르는 타인과 같이 살아가고 싶어서 글을 쓴다고 대답할 것 같아요. 소설은 쓰는 나와 이를 읽는 타자가 만나는 공간이고, 소설 쓰기는 사회적인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번 소설집도 단 한 명의 타자를 의식하면서 썼다. “단 한 명의 독자가 소설을 읽었을 때 의미 있는 부분이 작게라도 있을까 끊임없이 자문했죠.” 작가가 쓴 소설 속 세계는 1인칭에서 3인칭의 세계로, 폭력과 단절에서 치유의 가능성을 품은 더 열린 세계로 확장돼왔다.
◇중년의 고민 담은 신작… ‘가족’과 ‘관계’를 품은 소설 쓰기= 작가는 “나로부터 먼 이야기는 할 수 없다”고도 했는데, ‘반대편 사람주의’에도 이러한 면이 잘 드러나 있다. 소설집 속 7편의 주인공들은 작가와 비슷한 연배인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인물. 작가가 20대엔 20대 주인공을, 30대엔 30대 주인공을 내세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가와 함께 중년에 접어든 이들이다. 작가는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룬 것 없는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이들의 나이듦과 가족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필연적으로 주인공들이 나이가 들었다”고도 설명했다. 인물들은 노모를 부양하거나 조카를 키우면서 저마다 가족 관계 안에서 고민을 붙들고 있다. 노부모와 함께 살며, 한때 막냇동생의 아이들을 키우기도 했던 작가의 삶을 연상시킨다.
등장인물들은 작가가 오랜 기간 천착해온 두 주제, ‘가족’과 ‘관계’에 대해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가뜩이나 사회에서 자리 잡지 못한 처지에, 가족은 지켜야 할 대상이지만 때로는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는 짐이 되기도 한다. 작가가 직전에 낸 단편집 이름도 ‘가정 사정’이다. 앞서 ‘가족의 기원’이라는 장편도 펴냈다. 가족이라는 주제가 오랫동안 그를 붙잡아둔 이유는 무엇일까. “가족은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나에게 주어진 것, 생애 첫 번째 울타리이지만 그 안에 사랑과 평화만 있는 건 아니죠. 그 안에서 부딪치고 다투고 오해하고 울기도 하는 이야기를 들여다봐야 그다음 울타리인 직장문제, 사회문제를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 소설은 각각의 가족 문제를 안고 있는 타인들이 만나 교류하는, 그리하여 살아내려고 도모하는 이야기입니다.”
◇“새 장편 준비 중… 지역에 대한 이야기”= 작가는 소설 쓰기에 보다 집중하기 위해 약 13년간 이어왔던 중앙대 문예창작과 강의를 잠시 내려놓았다. 지금은 영화과에서만 비전임 교수로 강의하고 있다. “긴 호흡이 필요한 작업을 해야 되기에 잠시 쉬어가는 것이 필요했다고 생각했다”며 “이제 장편을 쓸 차례”라고 말했다. 등단 30주년에 “한편으로는 ‘대표 장편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작가다. “이번 소설집의 마지막 문장을 쓰고 나서는 지금까지 오랫동안 ‘궁글려왔던’, 그러나 형상화되지는 않았던, 보다 큰 스케일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조금 넓어진 시각에서 지역과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장편으로 써야 할 시기가 왔다는 생각이에요. 그런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느낀 게 등단 30주년을 맞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모든 감정들이 저를 그쪽으로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 조경란의 주요작품
국자 이야기(2004)
―2003년 현대문학상 수상작 ‘좁은 문’을 포함해 8편의 단편이 엮인 소설집. 표제작 외에도 ‘나는 봉천동에 산다’ ‘잘자요, 엄마’ 등이 실렸다.
풍선을 샀어(2008)
―2008년 동인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소설집. 1인칭 주인공 ‘나’가 화자인 8편의 작품에는 가족보다 긴밀한 유사가족의 틀 속에서 생활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복어(2010)
―죽음으로 이끄는 독을 가진 생선을 제목으로 한 장편 소설. 가족의 죽음으로 인해 트라우마가 있는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펼쳐진다.
가정 사정(2022)
―치유되지 못한 오래된 상처를 지닌 가족 구성원들이 등장하는 연작 소설집. 표제작은 2020년 김유정문학상 후보작에 오르기도 했다. 총 8편이 실렸다.
인지현 기자
조경란(57) 작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면 한낮에도 조금 어두운 실내를 찾게 된다. 밝은 낮 시간 대신 고요한 밤에 글을 쓰는 작가에게 어두움이 더 익숙하기 때문. 매일 오후 4시 작업실로 출근해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일기까지 마무리하면 어느덧 새벽. 종일 글에 매달리다 릴게임바다신2 해 뜰 무렵인 새벽 5∼6시쯤 잠에 드는 삶에 저녁의 여흥이나 모임 일정 등은 끼어들기 어렵다. 주말도 변함없는 이런 일상을 반복한 지 수십 년. 작업실에는 흔한 소파베드 하나 없고, 책상과 의자 하나 그리고 벽을 빼곡히 채운 책들이 전부라고 한다. 작가의 말을 빌리면 “딴짓을 하면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
지난달 26 온라인릴게임 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에서 만난 작가는 밤을 통째로 떼어 글쓰기에 할애하는 삶에 대해 “하루에 읽고 쓰고 생각하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으면 두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하루를 차곡차곡 쌓아가다 보니 어느덧 아홉 권의 소설집과 여섯 권의 중·장편소설, 세 권의 산문집 등이 세상에 나왔다. 작가가 처음 문단에 이름을 알린 것은 1996년 단편소설 바다이야기 ‘불란서 안경원’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부터다. 이후 소설집 ‘나의 자줏빛 소파’ ‘코끼리를 찾아서’ ‘풍선을 샀어’, 장편소설 ‘식빵 굽는 시간’ ‘혀’ ‘복어’ 등을 펴냈다. 그러다 2024년 굵직한 문학상들을 연이어 수상하며 중견 작가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하기도 했다. 작가의 이상문학상, 김승옥문학상 수상작이 실린 소설집 ‘반대편 사람주의’는 바다이야기룰 최근 출간됐다. 책은 현재 영어판으로도 번역 중으로, 내년 중 미국에서 출간된다.
◇“30년간 작가 외길… 삶의 중심은 언제나 소설 쓰기”= “‘나는 30년 동안 한 가지 일을 꾸준히, 열심히 할 수 있는 사람이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작가는 등단 30주년을 맞은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월급 위주의 삶을 살아본 적 없고, 4대 릴게임꽁머니 보험에도 가입해본 적도 없다”는 그는 오로지 ‘작가 외길’을 30년간 정진해왔다. 대학에서 소설과 관련한 강의를 하기도 했지만 그의 삶의 중심은 언제나 소설 쓰기였다.
글 쓰는 길에 항상 영예만 따랐던 것은 아니다. 학창시절 대입 실패 후 5년간 집에 틀어박혀 책만 읽었다는 그다. 그 시기 자신을 “누구도 호명해주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한 작가는 방황 속에서도 책으로 밤을 새우다 문득 시인이 되고 싶어 26세에 서울예대 문예창작학과에 들어가게 됐다. 당시 스승으로부터 ‘시보다 소설을 써보라’는 권유를 받아 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 1년, 대학 재학 중 등단해 일약 주목을 받았다. ‘작가 조경란’의 탄생이었다.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내가 작가로서 준비가 돼 있나’ ‘이토록 몸부림치는데도 소설은 왜 나에게 보답해주지 않나’라는 생각에 괴로웠다고 한다. 중년으로 접어든 후에도 고민은 끊이지 않았다. “43세에 처음으로 ‘중견작가’라는 말을 듣게 됐는데, ‘큰일 났다. 젊은 시절은 지나가 버렸는데 여전히 소설이 뭔지 모르겠다’는 불안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문득 ‘소설을 한다고 나 자신에게 너무 큰 것을 바라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내려놓게 됐다고 했다. “40대가 됐을 때 제 인생과 미래에 대해 여러 가지 정리를 하고 지금의 삶을 선택했어요. 부모를, 그리고 글쓰기를 떠나지 않겠다고요. 이후로는 한 번도 그것에 대해 흔들려본 적이 없어요.”
“개인적으로 다쳤던 해를 제외하고 29년간 소설을 쓰지 않은 해는 단 한 해도 없었다”는 작가는 꾸준히 자신만의 소설 세계를 구축해갔다. 특히 주변의 평범한 인물과 일상에서 길어 올린 소재를 통해 개인의 내면에 자리한 불안과 고독을 깊게 응시해왔다.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왔던 작가에게 지난 2024년 기쁜소식이 찾아왔다. 이상문학상과 김승옥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 젊은 시절 문학동네작가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을 연이어 수상했지만 2008년 동인문학상을 끝으로 16년간 무관에 그쳤던 작가에게 다시 주어진 영예였다. 독자뿐 아니라 문단에서도 두루 인정받는 중견 소설가의 입지를 확실히 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운이 좋아서 상이 주어진 것”이라고 겸손을 내비친 그는 “앞으로 16년간 다시 상을 못 받는다고 해도 나는 내 소설을 쓸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작가는 등단 30주년을 맞은 올해 “요즘은 소설 쓰기가 너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말했다. 소설 쓰기는 여전히 어렵고, 잘 써지는 날이 드물지만 이를 받아들이게 됐다는 것. “30년간 여태 한눈 판 적 없으니까 ‘앞으로도 지금처럼 글쓰기를 계속하면 되겠네’라는 확신이 드는 때가 지금이에요. 여전히 소설을 잘 모르지만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고 더 열심히 하고 싶은 것이니까, 계속 분투해보자는 마음뿐이에요.”
◇“소설 너머의 타인을 의식… 소설은 사회적 영역”= 작가의 소설은 천천히, 그리고 깊이 읽어야 보일 수 있는 개인의 작은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한 명의 서사에만 머물러있지 않고 그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통하는 보편적인 면들을 발견해낸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작들에선 타자를 향한 작가의 시선이 더욱 두드러져 왔다.
작가는 “타자를 염두에 두기 시작한 건 중년이 되면서부터”라며 “젊었을 때는 정체성의 혼란 같은 자신의 문제가 크게 느껴졌는데 시간이 흐르며 점점 타인이 보이더라”고 말했다. 최근 펴낸 책에 ‘반대편 사람주의’라는 제목이 붙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는 언젠가 작가가 이탈리아 식당에서 화장실 문에 붙은 종이를 보고 소설에 넣게 된 문구. 자신만 생각하고 문을 세게 열었다간 문 뒤에 있는 타인을 상처 입힐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때 문 너머에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마음, 반대편 사람을 주의할 때 조금 더 다정한 세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설 쓰기에 대한 생각도 타자를 향한 쪽으로 바뀌었다. 젊었을 적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왜 소설을 쓰는지 잘 모른다고 말했던 그다. “지금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내가 모르는 타인과 같이 살아가고 싶어서 글을 쓴다고 대답할 것 같아요. 소설은 쓰는 나와 이를 읽는 타자가 만나는 공간이고, 소설 쓰기는 사회적인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번 소설집도 단 한 명의 타자를 의식하면서 썼다. “단 한 명의 독자가 소설을 읽었을 때 의미 있는 부분이 작게라도 있을까 끊임없이 자문했죠.” 작가가 쓴 소설 속 세계는 1인칭에서 3인칭의 세계로, 폭력과 단절에서 치유의 가능성을 품은 더 열린 세계로 확장돼왔다.
◇중년의 고민 담은 신작… ‘가족’과 ‘관계’를 품은 소설 쓰기= 작가는 “나로부터 먼 이야기는 할 수 없다”고도 했는데, ‘반대편 사람주의’에도 이러한 면이 잘 드러나 있다. 소설집 속 7편의 주인공들은 작가와 비슷한 연배인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인물. 작가가 20대엔 20대 주인공을, 30대엔 30대 주인공을 내세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가와 함께 중년에 접어든 이들이다. 작가는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룬 것 없는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이들의 나이듦과 가족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필연적으로 주인공들이 나이가 들었다”고도 설명했다. 인물들은 노모를 부양하거나 조카를 키우면서 저마다 가족 관계 안에서 고민을 붙들고 있다. 노부모와 함께 살며, 한때 막냇동생의 아이들을 키우기도 했던 작가의 삶을 연상시킨다.
등장인물들은 작가가 오랜 기간 천착해온 두 주제, ‘가족’과 ‘관계’에 대해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가뜩이나 사회에서 자리 잡지 못한 처지에, 가족은 지켜야 할 대상이지만 때로는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는 짐이 되기도 한다. 작가가 직전에 낸 단편집 이름도 ‘가정 사정’이다. 앞서 ‘가족의 기원’이라는 장편도 펴냈다. 가족이라는 주제가 오랫동안 그를 붙잡아둔 이유는 무엇일까. “가족은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나에게 주어진 것, 생애 첫 번째 울타리이지만 그 안에 사랑과 평화만 있는 건 아니죠. 그 안에서 부딪치고 다투고 오해하고 울기도 하는 이야기를 들여다봐야 그다음 울타리인 직장문제, 사회문제를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 소설은 각각의 가족 문제를 안고 있는 타인들이 만나 교류하는, 그리하여 살아내려고 도모하는 이야기입니다.”
◇“새 장편 준비 중… 지역에 대한 이야기”= 작가는 소설 쓰기에 보다 집중하기 위해 약 13년간 이어왔던 중앙대 문예창작과 강의를 잠시 내려놓았다. 지금은 영화과에서만 비전임 교수로 강의하고 있다. “긴 호흡이 필요한 작업을 해야 되기에 잠시 쉬어가는 것이 필요했다고 생각했다”며 “이제 장편을 쓸 차례”라고 말했다. 등단 30주년에 “한편으로는 ‘대표 장편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작가다. “이번 소설집의 마지막 문장을 쓰고 나서는 지금까지 오랫동안 ‘궁글려왔던’, 그러나 형상화되지는 않았던, 보다 큰 스케일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조금 넓어진 시각에서 지역과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장편으로 써야 할 시기가 왔다는 생각이에요. 그런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느낀 게 등단 30주년을 맞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모든 감정들이 저를 그쪽으로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 조경란의 주요작품
국자 이야기(2004)
―2003년 현대문학상 수상작 ‘좁은 문’을 포함해 8편의 단편이 엮인 소설집. 표제작 외에도 ‘나는 봉천동에 산다’ ‘잘자요, 엄마’ 등이 실렸다.
풍선을 샀어(2008)
―2008년 동인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소설집. 1인칭 주인공 ‘나’가 화자인 8편의 작품에는 가족보다 긴밀한 유사가족의 틀 속에서 생활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복어(2010)
―죽음으로 이끄는 독을 가진 생선을 제목으로 한 장편 소설. 가족의 죽음으로 인해 트라우마가 있는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펼쳐진다.
가정 사정(2022)
―치유되지 못한 오래된 상처를 지닌 가족 구성원들이 등장하는 연작 소설집. 표제작은 2020년 김유정문학상 후보작에 오르기도 했다. 총 8편이 실렸다.
인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