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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4297억 원을 들여 올 1월 개통한 동해선(부산~강릉)이 투자 원금을 회수하는 데 647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투자 원금에 이자비용까지 감안해 계산하면 사실상 영원히 본전을 찾을 수 없는 구조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6일 “철도·공항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은 전액 국비로 건설되기 때문에 ‘공짜 점심’이라고 생각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선거철마다 예산 따내기 전쟁을 벌인 결과”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6일 부산 부전역을 출발해 강릉역으로 향하는 동해선 ITX-마음 1233 열차에 올라탔다. 평일 오전임에도 기차는 관광객들로 가득 차 만석이었다. 하지만 겉모습과 실상은 달랐다. 이 노선은 전체 4량의 열차가 하루 4번 서울 직장 왕복하는 것이 전부다. 동대구~강릉 구간을 포함해도 왕복 횟수는 8회에 불과하다. 기존 KTX 열차가 최대 20량으로 편성돼 노선에 따라 하루 수십 번 이상 왕복하는 것과 비교하면 수용 승객이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동해선 개통 두 달간 이용객 수는 35만 8077명, 일평균 이용객은 6069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신규 개통 효 국민행복기금 대출 과 덕에 승객이 유지되고 있다는 게 철도 업계의 분석이다. 수지타산은 따지기가 민망할 정도다. 철도 업계에 따르면 신규 개통으로 인한 예상 사업수지는 연간 53억 원에 불과하다. 이대로면 647년이 지나야 겨우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초장기 적자 노선인 셈이다. 박민규 한라대 교수는 “나랏돈으로 선심 쓰듯 SOC 건설 사업을 벌이던 시대는 끝났다”고 지적 오늘이나내일 했다.




3분의1이 유령역인데···'예타면제' 달빛·동서철 줄줄이 대기

-245곳 중 88곳 하루 100명도 안와
-80% 노선 적자에 코레일 부채 22조
-예타 낙제에도 '특별법'으로 제3금융 무력화
-경제성보다 정치 입김이 좌지우지
-"철저한 수요기반 추진·외압 막아야"
지난해 충북 영동군 심천면의 경부선 각계역을 이용한 승객은 296명에 그쳤다. 일평균 이용객이 1명(0.8명)도 안 되는 셈이다. 각계역의 하루 이용객 수는 2007년 한 자릿수로 내려앉아 2016년부터는 근 10년간 1명을 환승론이용 넘지 못하고 있다. 아침 일찍 대전역으로 물건을 팔러 나가는 주민을 제외하면 수요가 없다시피 해 하루에 열차가 딱 한 번 정차한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각계역처럼 하루 10명 미만이 이용하는 일반철도 역사는 총 26곳에 달한다. 이는 전체 철도역(245곳)의 10.6%에 해당하는 규모다. 일일 이용객 수별로 따져 보면 △10명 이상~100명 미만(62곳·25.3%) △100명 이상~500명 미만(54곳·22.1%) △500명 이상~1000명 미만(28곳·11.4%) △1000명 이상(75곳·30.6%) 등이다. 전국의 기차역 셋 중 하나는 하루에 100명도 찾지 않는 ‘유령 역사’라는 얘기다. 코레일은 상당수 역사의 이용률이 미미하다는 지적에 “화물 수송이 주목적이거나 이미 열차 운행이 중지된 곳들로 파악된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국토부는 지난해 9월 ‘사업용 철도 노선 및 철도거리표 변경 및 정정 고시’ 등을 통해 10여 곳을 폐지했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철도 노선들도 적자투성이인 것은 마찬가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영업계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24개 노선 중 19개 노선이 영업적자를 내고 있었다. 영업계수가 100 미만이면 영업이익을, 100 이상이면 영업손실을 의미하는데 중부내륙선의 영업계수가 792.9로 가장 높았다. 이는 100원을 벌기 위해 792.9원을 썼다는 뜻이다. 이어 정선선(705.6), 충북선(572.0), 장항선(227.6), 중앙선(194.6) 순이었다. 번 돈이 쓴 돈보다 많아 영업흑자를 낸 곳은 경부선(88.3), 안산선(92.4), 서해선(93.6), 경북선(96.5), 강릉선(97.6) 등 5곳뿐이다.
손해를 내는 노선이 워낙 많다 보니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나 국토부조차도 새로운 철로를 까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장사가 잘되는 노선의 요금을 마구 올릴 수도 없어 코레일의 누적 부채는 올해 22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자치단체가 건설비를 분담하는 광역철도·도시철도와 달리 일반철도는 전액 국비로 지어져 코레일이 운영하는 구조다.
문제는 정치사회적 요구에 따라 사업성이 없는 철도의 건설·운행이 강행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가 수행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B/C)이 0.72로 낙제점을 받았던 남부내륙철도 건설 사업이 대표적이다. 김천~거제 구간 172㎞의 남부내륙철도는 ‘김경수 KTX’로도 불렸다. 총사업비 4조 7000억 원의 예타 탈락 사업이 2019년 기사회생한 것은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정치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대규모 국책 사업의 효용성을 검증하기 위한 절차인 예타를 특별법으로 무력화하는 게 정치권의 트렌드가 됐다. 21대 국회에서는 대구와 광주를 연결하는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일사천리로 처리됐으며 22대 국회 들어서는 충남 서산과 경북 울진을 잇는 ‘동서횡단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발의됐다. 모두 예타 면제 조항을 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올해 국토부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발표를 앞두고 지역별 물밑 작업이 치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경제성이 떨어져 예타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 같은 지역구 민원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예타를 면제해달라는 독촉에는 여도, 야도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재정 건전성을 위해서라도 SOC 사업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강화하고 ‘미싱 링크(잃어버린 고리)’를 연결하는 등 돈 되는 구간을 발굴하는 식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한다.
박정수 동양대 철도대학장은 “모든 철도 정책의 시작점은 수요이고, 수요 전망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철저한 경제성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치적 논리에 따른 외압을 막아내기 위한 거버넌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민규 한라대 교수는 “유력 정치인의 치적쌓기용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철도망을 조금씩 촘촘히 연결하는 식의 사업들은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과잉 투자'에 적자만 쌓여···레일 뜯어내는 일본 -버블 당시 지역철도망 무차별 확장 -저성장·고령화에 수요 크게 줄어 -노선 없애고 10년간 100개역 폐쇄










일본 영화 ‘철도원’ 배경. 연합뉴스






과잉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로 인한 사회적 낭비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우리보다 저성장·고령화 시대를 더 빨리 겪었던 일본에서도 지방 철도 노선들이 폐쇄 위기에 몰려 있다.
7일 철도 업계에 따르면 홋카이도 지역을 운행하는 JR홋카이도는 열차 이용객 저조로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기차역 100여 곳을 없앴다. 116㎞에 달하는 무카와~사마니 구간이 대표적이다. 이 노선은 2021년 인구 감소로 인해 폐선된 뒤 현재는 버스로 대체됐다. 한때 어업과 광업 물류 거점 역할을 했던 루모이~이시카리누마타 구간도 2023년 폐선하고 부지를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홋카이도 철도 폐선 도미노는 지속적으로 이어져 후라노~신토쿠 구간도 지난해 운영을 종료했다. 국내에서 사랑받았던 일본 영화 ‘철도원’의 촬영지였던 홋카이도 이쿠토라역이 문을 닫게 된 것이다. 폐선을 앞둔 외진 기차역이 배경이던 영화 설정이 2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현실이 됐다.
현지 언론들은 철도 폐선의 배경에 과잉투자가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1980~1990년대 버블 경제가 정점을 찍던 시기 일본에서는 더 빠르고 더 광범위한 철도망 확충이라는 목표 아래 대대적인 투자가 단행됐다. 지방 도시들도 기차가 들어오면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는 기대 속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했다.
하지만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인구구조가 급격히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시골 지역은 젊은 층이 도시로 빠져나가 고령자만 남게 됐고 교통 수요가 대폭 줄어들었다. 건설 당시에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던 철도 유지·보수비가 해마다 커지면서 투자에 비해 수익이 전혀 나오지 않는 노선이 속출했다. 홋카이도 지역 JR 노선들이 적자 누적과 노선 폐지 위기에 몰린 것은 이러한 일본 지방 철도의 축소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폐선된 부지는 곧바로 땅 평탄화 작업을 거쳐 주차장 등으로 바뀌거나 개발 업체에 매각됐다. 하지만 지역 인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어 매입자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통 중심축이 사라지면 주변 상권까지 쇠퇴해 마을 공동화는 더욱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배상윤 기자


유현욱 기자 ab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