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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기 저널리즘책무위원회 네 번째 회의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저널리즘 원칙 중에 ‘사실과 의견의 분리’라는 게 있다. 뉴스를 전하는 기사에서는 취재한 사실만 쓰고, 의견은 별도의 오피니언 지면에서 표명하자는 원칙이다. 그런데 이 원칙 탓에 종종 독자의 비판을 사기도 한다. 기사와 사설(칼럼)의 논조가 너무 다르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기사에 한겨레의 색깔이 잘 안 보인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바다이야기예시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5기 한겨레저널리즘책무위원회 네번째 회의에서는 최근 한겨레의 검찰개혁·사법개혁 보도를 ‘사실과 의견의 분리’ 원칙의 관점에서 살펴봤다. 이날 회의에는 박선희 조선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위원장), 이종혁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채영길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참석했다. 한겨레에서는 이종규 야마토게임장 저널리즘책무실장, 김회승 논설위원, 황보연 편집국 기획·영상부국장이 함께했다.
박선희 오늘은 검찰개혁·사법개혁 보도를 중심으로, 저널리즘 원칙 가운데 하나인 ‘사실과 의견의 분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자.
이종혁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 묻고 릴게임모바일 싶은 게 있다. 다른 분야와 달리 특히 법조 관련 기사에서 오피니언면과 뉴스 지면에 온도차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것 때문에 한겨레나 경향신문이 비판을 많이 받지 않았나. 한겨레 논설위원들과 법조 출입 기자들 사이에 의견이 많이 다른지 궁금하다.
박선희 취재 기자와 논설위원이 논조를 놓고 소통을 하나.
황 황금성오락실 보연 매일 오후 편집인과 편집국장, 논설실장이 모여 그날 중요한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는 하지만, 각 분야별로 현장 출입 기자들과 담당 논설위원들이 매일같이 현안에 대한 토론을 하기는 쉽지 않다.
이종규 참고로 박찬수 신임 대표이사는 선거 과정에서 사내 소규모 현안 토론을 활성화해 한겨레가 추구하는 가치와 보도 방향에 대한 내부적 합의 게임몰 를 형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는 내부 토론이 활성화될 것 같다.
채영길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은 일상적인 이슈가 아니라, 국민의 열망이 반영돼 있는 핵심적인 개혁 이슈다. 따라서 한겨레가 이 이슈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보도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기자들이 쓰는 기사만 봐서는 그 방향성이 안 읽힌다. 1월 초 정부의 검찰개혁안이 나온 이후 이른바 ‘강경파’라고 하는 이들의 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진 것 같다.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결 구도로만 검찰개혁 이슈를 다루는 느낌도 들었다. 개혁적 이슈에서 객관적 보도는 중립적인 게 아니라 ‘우리는 그 개혁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라는 말을 하는 거랑 같다. 한겨레의 검찰개혁 보도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박선희 정당, 청와대, 법무부 담당 기자들이 함께 모여 어떤 방향으로 보도를 할지 미리 논의를 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사법개혁 보도는 스트레이트 기사하고 사설·칼럼의 방향이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법왜곡죄의 경우, 기사를 보면 좀 노골적으로 반대한다는 뜻이 드러나더라. 재판소원에 대해서도 ‘4심제 논란’만 부각할 게 아니라 맥락을 설명해 줬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1987년 개헌으로 헌법소원 제도가 도입됐는데, 당시 대법원이 반대하는 바람에 법원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한 것 아닌가. 다양한 측면을 제시해 독자들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기자들이 ‘이거 통과되면 안 되는데’ 하는 마음으로 보도를 한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든다.
채영길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 숙의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검찰개혁·사법개혁 이슈와 관련해 한겨레가 숙의의 공간을 제공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숙의를 돕는 것이 아니라, 숙의를 해야 할 사람들의 쟁투 과정에 더 초점을 맞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숙의를 가능하게 하려면 뭐가 문제인지, 부족한 게 뭔지, 시민들은 뭘 원하는지 등을 취재를 통해 보여줬어야 한다. 숙의의 재료들을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다. 올해 초 정부의 검찰개혁 방안이 나온 이후 새로운 제도에 대해 면밀하게 뜯어보는 기사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대신 여당 내부의 갈등만 부각됐다.
이종혁 갈등 중심의 보도는 한국 언론 전체의 문제다. 갈등 프레임을 좋아하는 것이 언론의 생리인 것 같다.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기는 한다. 갈등 양상을 생생하게 보도해야 시선을 끌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갈등을 보도할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갈등의 지형과 양상만 보도하고 쟁점이 뭔지는 보도를 잘 안 한다는 거다. 취재 측면에서도 기자들이 전문가들 의견을 두루 듣기보다는 갈등 진영 내 목소리를 하나라도 더 듣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런 취재·보도 관행을 바꿀 필요가 있다.
박선희 검찰개혁 관련 기사들을 읽다 보면, ‘견제구’ ‘불화’ ‘격앙’ 등 갈등을 부각하는 표현들이 자주 나온다. 이종혁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렇게 해야 대결 구도가 명확해지고 그래야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언론이 독자들에게 알려야 할 것은 지금 나와 있는 개혁안들의 구체적인 내용이 뭐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 하는 것 아닐까. 물론 그런 내용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대결 구도가 부각되다 보니, 그런 기사들에는 눈길이 안 가게 만든다. 특히 정치가 양극화되어 있고 팬덤 정치가 있는 상황에서 언론이 갈등 위주의 보도를 하면 대중은 사안의 전모를 파악하려는 인지적 노력을 하기보다는 그냥 ‘내 편, 네 편’을 찾게 되기 쉽다. 그런 보도는 정말 지양해야 한다.
채영길 의견 표명뿐만 아니라 사실 보도에서도 기본적인 방향성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검찰개혁 보도에서는 한겨레의 방향성을 찾기가 힘들었다. 여당 법사위 의원들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하는 기사들이 많았는데, 그게 대체로 ‘관심법’에 기반한 것이었다. 여당 내부에서 권력 투쟁을 하는 이들의 생각을 투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건 검찰개혁을 둘러싼 내부 권력 투쟁 보도이지 검찰개혁 보도라고 하기 어렵다. 기사에 방향성이 안 보이니 사설과 칼럼은 선명성을 위해 더욱 강하게 나간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종혁 스트레이트 기사 쓰는 기자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균형이나 공정성을 더 의식할 수밖에 없다. 사설은 꼭 그럴 필요는 없는 것이고. 그렇다 보니 기자나 논설위원이나 생각은 비슷하지만, 결과적으로 논조가 좀 달라 보이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만 해석하기에는 한겨레의 검찰개혁 보도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박선희 검찰개혁 같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편집국과 논설실이 어떻게 보도할지 방향을 잡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번 사안에서 따져봐야 할 점들은 뭔지, 뉴스 지면은 어떻게 펼칠지, 사설과 칼럼에서는 어떤 주장을 펼지 역할 분담 같은 것이 미리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싶다.
채영길 사법개혁 기사의 취재원을 살펴봤는데 폭이 좀 좁다는 느낌이 들었다. 법사위 소속 정치인과 사법부 내부 목소리는 많은 반면, 일반 시민이나 사법 피해자 단체, 인권단체 등의 의견은 안 보였다. 예컨대, 재판소원을 통해 권리나 명예가 회복되길 기대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헌법학자 등 전문가들의 의견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전반적으로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다양한 층위의 목소리가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은 느낌이다. 출입처 중심의 취재·보도 관행이 이런 결과로 나타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종혁 검찰개혁 보도에서 검찰을 포함해 개혁에 반대하거나 미온적인 쪽의 주장을 제시하고 그 주장을 체계적으로 반박하는 방식의 기사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래야 서로의 주장과 반박이 물고 물리면서 쟁점이 드러날 수 있다. 검찰이나 정부 검찰개혁추진단 쪽에도 날카롭게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검찰 말은 들어볼 필요도 없어’ 이런 식으로 하면 선명하긴 한데 쟁점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자꾸 아는 얘기만 반복하게 된다.
채영길 이번에 그나마 숙의의 장을 제공한 것은 시사 유튜브 채널이었다. 찬반 양쪽을 다 불러서 매우 디테일하게 법안 하나하나 갖고 토론을 하더라. 한겨레를 포함해 기성 언론은 왜 그런 역할을 못 했는지 안타깝다.
박선희 유튜브 진행자가 시민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대신 물어봐 주니까 사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 이른바 법사위 강경파든 그 반대 쪽이든 당사자들 인터뷰를 한겨레가 왜 안 했는지 의아하다.
이종혁 이것저것 다 다루려고 하지 말고 중요한 이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독자들은 웬만한 뉴스는 인터넷 등을 통해서 이미 다 알고 있다. 사법개혁·검찰개혁 기사도 한번에 양면을 쫙 펼쳐서 역사적 맥락과 쟁점, 외국 사례,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보여 주면 유용할 것이다.
황보연 중요한 이슈가 발생하면 한겨레가 숙의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선택과 집중은 신임 편집국장도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출입처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의제나 쟁점 중심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채영길 언론이 숙의의 공간으로서 제 역할을 하려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한겨레가 던진 질문을 놓고 사회적 토론이 일어난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겨레의 영향력도 커질 것이다. 그런 질문을 제대로 던지려면 중요한 개혁 이슈에 대해 한발 떨어져서 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 말하자면 ‘개혁적 저널리즘’이 필요하다는 거다. 저널리즘은 민주주의를 보호하고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박선희 그 말이 언론이 개혁에 참여하고 개입하라는 뜻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기자들이 좀 더 나은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지향을 갖고 그것을 위해 나는 어떻게 기사를 쓸 것인지 고민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검찰개혁 이슈가 있다면, 현재의 검찰제도에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개혁 논의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들은 뭔지 등을 종합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사실에 충실하면서 가치를 추구하는 방법이다. ‘에이(A)는 이렇게 말했고, 비(B)는 이렇게 말했다’ 식의 기계적 중립에서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다.
이종혁 균형성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의견을 풍부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균형성에 집중하면 찬반에 초점이 맞춰지는데, 의견에는 꼭 찬성과 반대만 있는 게 아니잖나. 다양한 선택지를 던져 주면서 공론을 촉발하는 게 좋다. 그게 안 되는 이유는 취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박선희 사실을 전하는 스트레이트 기사 제목에 의견이 드러나는 경우가 더러 있더라. 예컨대, 법왜곡죄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 제목이 ‘법왜곡죄 결국 통과’였다. ‘우리가 그렇게 반대했는데….’ 이런 느낌을 준다. 감정이 실린 제목이다. 그냥 ‘법왜곡죄 통과’ 이래도 되지 않나. 이런 제목은 ‘사실과 의견의 분리’ 원칙에도 어긋난다.
채영길 사실과 의견이 뒤섞인 제목이 많다. ‘이 대통령, 거듭 김어준과 거리두기’라는 제목이 한 예다. ‘거리두기’는 이재명 대통령이 올린 글을 보고 기자가 그렇게 해석한 것이지 취재된 게 아니잖나.
황보연 질문을 잘 던져야 한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어떤 사실을 취재해서 독자들에게 보여줄지 항상 고민하겠다.
정리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jklee@hani.co.kr
저널리즘 원칙 중에 ‘사실과 의견의 분리’라는 게 있다. 뉴스를 전하는 기사에서는 취재한 사실만 쓰고, 의견은 별도의 오피니언 지면에서 표명하자는 원칙이다. 그런데 이 원칙 탓에 종종 독자의 비판을 사기도 한다. 기사와 사설(칼럼)의 논조가 너무 다르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기사에 한겨레의 색깔이 잘 안 보인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바다이야기예시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5기 한겨레저널리즘책무위원회 네번째 회의에서는 최근 한겨레의 검찰개혁·사법개혁 보도를 ‘사실과 의견의 분리’ 원칙의 관점에서 살펴봤다. 이날 회의에는 박선희 조선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위원장), 이종혁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채영길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참석했다. 한겨레에서는 이종규 야마토게임장 저널리즘책무실장, 김회승 논설위원, 황보연 편집국 기획·영상부국장이 함께했다.
박선희 오늘은 검찰개혁·사법개혁 보도를 중심으로, 저널리즘 원칙 가운데 하나인 ‘사실과 의견의 분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자.
이종혁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 묻고 릴게임모바일 싶은 게 있다. 다른 분야와 달리 특히 법조 관련 기사에서 오피니언면과 뉴스 지면에 온도차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것 때문에 한겨레나 경향신문이 비판을 많이 받지 않았나. 한겨레 논설위원들과 법조 출입 기자들 사이에 의견이 많이 다른지 궁금하다.
박선희 취재 기자와 논설위원이 논조를 놓고 소통을 하나.
황 황금성오락실 보연 매일 오후 편집인과 편집국장, 논설실장이 모여 그날 중요한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는 하지만, 각 분야별로 현장 출입 기자들과 담당 논설위원들이 매일같이 현안에 대한 토론을 하기는 쉽지 않다.
이종규 참고로 박찬수 신임 대표이사는 선거 과정에서 사내 소규모 현안 토론을 활성화해 한겨레가 추구하는 가치와 보도 방향에 대한 내부적 합의 게임몰 를 형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는 내부 토론이 활성화될 것 같다.
채영길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은 일상적인 이슈가 아니라, 국민의 열망이 반영돼 있는 핵심적인 개혁 이슈다. 따라서 한겨레가 이 이슈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보도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기자들이 쓰는 기사만 봐서는 그 방향성이 안 읽힌다. 1월 초 정부의 검찰개혁안이 나온 이후 이른바 ‘강경파’라고 하는 이들의 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진 것 같다.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결 구도로만 검찰개혁 이슈를 다루는 느낌도 들었다. 개혁적 이슈에서 객관적 보도는 중립적인 게 아니라 ‘우리는 그 개혁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라는 말을 하는 거랑 같다. 한겨레의 검찰개혁 보도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박선희 정당, 청와대, 법무부 담당 기자들이 함께 모여 어떤 방향으로 보도를 할지 미리 논의를 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사법개혁 보도는 스트레이트 기사하고 사설·칼럼의 방향이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법왜곡죄의 경우, 기사를 보면 좀 노골적으로 반대한다는 뜻이 드러나더라. 재판소원에 대해서도 ‘4심제 논란’만 부각할 게 아니라 맥락을 설명해 줬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1987년 개헌으로 헌법소원 제도가 도입됐는데, 당시 대법원이 반대하는 바람에 법원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한 것 아닌가. 다양한 측면을 제시해 독자들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기자들이 ‘이거 통과되면 안 되는데’ 하는 마음으로 보도를 한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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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갈등 중심의 보도는 한국 언론 전체의 문제다. 갈등 프레임을 좋아하는 것이 언론의 생리인 것 같다.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기는 한다. 갈등 양상을 생생하게 보도해야 시선을 끌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갈등을 보도할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갈등의 지형과 양상만 보도하고 쟁점이 뭔지는 보도를 잘 안 한다는 거다. 취재 측면에서도 기자들이 전문가들 의견을 두루 듣기보다는 갈등 진영 내 목소리를 하나라도 더 듣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런 취재·보도 관행을 바꿀 필요가 있다.
박선희 검찰개혁 관련 기사들을 읽다 보면, ‘견제구’ ‘불화’ ‘격앙’ 등 갈등을 부각하는 표현들이 자주 나온다. 이종혁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렇게 해야 대결 구도가 명확해지고 그래야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언론이 독자들에게 알려야 할 것은 지금 나와 있는 개혁안들의 구체적인 내용이 뭐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 하는 것 아닐까. 물론 그런 내용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대결 구도가 부각되다 보니, 그런 기사들에는 눈길이 안 가게 만든다. 특히 정치가 양극화되어 있고 팬덤 정치가 있는 상황에서 언론이 갈등 위주의 보도를 하면 대중은 사안의 전모를 파악하려는 인지적 노력을 하기보다는 그냥 ‘내 편, 네 편’을 찾게 되기 쉽다. 그런 보도는 정말 지양해야 한다.
채영길 의견 표명뿐만 아니라 사실 보도에서도 기본적인 방향성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검찰개혁 보도에서는 한겨레의 방향성을 찾기가 힘들었다. 여당 법사위 의원들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하는 기사들이 많았는데, 그게 대체로 ‘관심법’에 기반한 것이었다. 여당 내부에서 권력 투쟁을 하는 이들의 생각을 투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건 검찰개혁을 둘러싼 내부 권력 투쟁 보도이지 검찰개혁 보도라고 하기 어렵다. 기사에 방향성이 안 보이니 사설과 칼럼은 선명성을 위해 더욱 강하게 나간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종혁 스트레이트 기사 쓰는 기자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균형이나 공정성을 더 의식할 수밖에 없다. 사설은 꼭 그럴 필요는 없는 것이고. 그렇다 보니 기자나 논설위원이나 생각은 비슷하지만, 결과적으로 논조가 좀 달라 보이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만 해석하기에는 한겨레의 검찰개혁 보도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박선희 검찰개혁 같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편집국과 논설실이 어떻게 보도할지 방향을 잡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번 사안에서 따져봐야 할 점들은 뭔지, 뉴스 지면은 어떻게 펼칠지, 사설과 칼럼에서는 어떤 주장을 펼지 역할 분담 같은 것이 미리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싶다.
채영길 사법개혁 기사의 취재원을 살펴봤는데 폭이 좀 좁다는 느낌이 들었다. 법사위 소속 정치인과 사법부 내부 목소리는 많은 반면, 일반 시민이나 사법 피해자 단체, 인권단체 등의 의견은 안 보였다. 예컨대, 재판소원을 통해 권리나 명예가 회복되길 기대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헌법학자 등 전문가들의 의견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전반적으로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다양한 층위의 목소리가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은 느낌이다. 출입처 중심의 취재·보도 관행이 이런 결과로 나타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종혁 검찰개혁 보도에서 검찰을 포함해 개혁에 반대하거나 미온적인 쪽의 주장을 제시하고 그 주장을 체계적으로 반박하는 방식의 기사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래야 서로의 주장과 반박이 물고 물리면서 쟁점이 드러날 수 있다. 검찰이나 정부 검찰개혁추진단 쪽에도 날카롭게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검찰 말은 들어볼 필요도 없어’ 이런 식으로 하면 선명하긴 한데 쟁점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자꾸 아는 얘기만 반복하게 된다.
채영길 이번에 그나마 숙의의 장을 제공한 것은 시사 유튜브 채널이었다. 찬반 양쪽을 다 불러서 매우 디테일하게 법안 하나하나 갖고 토론을 하더라. 한겨레를 포함해 기성 언론은 왜 그런 역할을 못 했는지 안타깝다.
박선희 유튜브 진행자가 시민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대신 물어봐 주니까 사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 이른바 법사위 강경파든 그 반대 쪽이든 당사자들 인터뷰를 한겨레가 왜 안 했는지 의아하다.
이종혁 이것저것 다 다루려고 하지 말고 중요한 이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독자들은 웬만한 뉴스는 인터넷 등을 통해서 이미 다 알고 있다. 사법개혁·검찰개혁 기사도 한번에 양면을 쫙 펼쳐서 역사적 맥락과 쟁점, 외국 사례,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보여 주면 유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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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그 말이 언론이 개혁에 참여하고 개입하라는 뜻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기자들이 좀 더 나은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지향을 갖고 그것을 위해 나는 어떻게 기사를 쓸 것인지 고민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검찰개혁 이슈가 있다면, 현재의 검찰제도에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개혁 논의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들은 뭔지 등을 종합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사실에 충실하면서 가치를 추구하는 방법이다. ‘에이(A)는 이렇게 말했고, 비(B)는 이렇게 말했다’ 식의 기계적 중립에서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다.
이종혁 균형성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의견을 풍부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균형성에 집중하면 찬반에 초점이 맞춰지는데, 의견에는 꼭 찬성과 반대만 있는 게 아니잖나. 다양한 선택지를 던져 주면서 공론을 촉발하는 게 좋다. 그게 안 되는 이유는 취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박선희 사실을 전하는 스트레이트 기사 제목에 의견이 드러나는 경우가 더러 있더라. 예컨대, 법왜곡죄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 제목이 ‘법왜곡죄 결국 통과’였다. ‘우리가 그렇게 반대했는데….’ 이런 느낌을 준다. 감정이 실린 제목이다. 그냥 ‘법왜곡죄 통과’ 이래도 되지 않나. 이런 제목은 ‘사실과 의견의 분리’ 원칙에도 어긋난다.
채영길 사실과 의견이 뒤섞인 제목이 많다. ‘이 대통령, 거듭 김어준과 거리두기’라는 제목이 한 예다. ‘거리두기’는 이재명 대통령이 올린 글을 보고 기자가 그렇게 해석한 것이지 취재된 게 아니잖나.
황보연 질문을 잘 던져야 한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어떤 사실을 취재해서 독자들에게 보여줄지 항상 고민하겠다.
정리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jk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