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지남철
# 사례
지방에서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입니다. 여러번 큰 위기를 맞았지만 안간힘을 다해서 버텨낸 끝에 지금은 제법 탄탄한 회사가 됐습니다. 환갑이 넘으면서 고민하다 큰 아들에게 물려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2년 전부터 말단직원으로 일을 시키는 중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주인 정신 없이 시키는 일만 겨우 하고 다른 직원과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과연 자녀가 회사 대표로 성장해 조직을 잘 이끌어갈지 걱정이 큽니다. 종종 불러서 따끔하게 혼내기도 합니다. 그럴수록 아들은 자꾸 주눅이 들고 말수가 줍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사연자님이 아주 혼란스러울 것 같네요. 꾸짖자니 아들이 더 위축되는 것 같고 기다리자니 기업의 미래가 우려될 테니까요. 특히 평생 일궈왔기에 단순한 일터를 넘어 분신처럼 여겨질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아들의 부족한 모습을 보면 기업의 앞날을 위협하는 큰 문제처럼 느껴지고 자기 삶마저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올 수도 있겠습니다. 아들의 미숙함은 。. 더 크게 보이고 어떻게든 바로잡아야 한다는 마음에 훈계와 지적도 늘 수밖에 없겠지요.
사실 성인 자녀와의 갈등은 승계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흔히 나타납니다. 부모에게 자녀의 장.은 당연한 것으로 보이고 단。은 유난히 크게 보이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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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자주 타이르게 되지요.
이 시선은 자녀가 어른이 돼서도 그대로 이어지곤 합니다. 성인 자녀와 큰 갈등을 겪고, 심지어는 완전히 단절된 상태로 지내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가업을 잇게 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자녀가 염려될 때마다 ‘혹시 내가 아들의 약。을 실제보다 크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아들을 향한 시선이 조금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자녀에게 아쉬운 .이 왜 없겠습니까. 그렇다고 따끔하게 이야기하는 게 과연 도움이 될까요? 반짝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방어적으로 나오거나, 위축되거나, 혹은 반발하기 십상입니다. 사람은 스스로 보완。과 어려움을 마주하고 받아들일 때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많이 가르치려고 애쓰지만, 정작 그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봤을까?’ 왜 그렇게밖에 하지 못하냐고 다그칠 게 아니라 직장에서 가장 어려운 。은 무엇인지, 어떤 부분에서 자신감을 잃고 있는지, 직원과의 관계는 어떤 .이 어려운지, 아버지에게 어떤 도움을 바라는지 좀더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겠습니다. 아들은 대표도 아니고 일반 직원도 아닌 ‘사장 아들’이라는 애매한 위치에 있어 외롭고 어려움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을 수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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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역할은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어릴 때는 앞에서 이끌어줘야 하지만 성인이 되면 옆이나 뒤로 자리바꿈을 해야 합니다. 동반자나 후원자가 돼주는 것이지요. 성인이 된 자녀를 이끌어가고 다그칠수록 주인의식은 희미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한번쯤은 이런 질문도 해볼 필요가 있어요. ‘과연 주인처럼 느끼고 행동할 기회와 역할을 줬는가?’ 책임이 없는 자리에서 책임감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스스로 결정할 일이 없고 모든 것을 부모가 판단한다면 업무를 자기 일로 여기는 마음이 자라날까요. 그에 걸맞은 권한을 함께 줘야 합니다. 어느 정도 적응 기간을 뒀다면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과를 책임질 수 있게 맡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성인이 된 자녀를 교육하기란 몹시 어려운 일입니다. 운전을 지도해본 분이라면 잘 알겠지요. 초보자 관.이 아니라 자기 시선에 갇혀 답답하고 화를 내게 됩니다.
후계자를 키우는 건 그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험난합니다. 일을 알려주는 것만큼이나 부모의 불안과 조바심을 다독이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의 자녀 모습이 아니라 훗날의 가능성을 봐야 합니다. 믿을 만해야 믿어주는 게 아니라 믿어줘야 믿을 만한 사람이 돼 갑니다. 회사를 물려준다는 건 자산을 넘기는 게 아닌 자녀를 끝까지 신뢰하는 일입니다. 그 믿음이야말로 가장 귀중한 승계입니다.
잃고 있는지,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