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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언제까지 한국의 비엔날레에서 한국 큐레이터들은 역차별을 받아야 하죠?”
익숙하면서도 아픈 질문이다. 모 미술비평가의 이 물음은, 국제적 위상을 자랑하는 한국의 비엔날레에서 정작 한국인 큐레이터는 배제되는 현실을 다시 꺼내 묻는다.
최근 부산비엔날레가 2026년 전시감독으로 아말 칼라프(Amal Khalaf)와 에블린 사이먼스(E 9월 아파트담보대출 velyn Simons)라는 두 해외 큐레이터를 선정했다. 조직위는 이들이 “사회적 실천과 도시문화, 지역성과 예술 간 관계를 탐구해온 역량 있는 감독”이라며, 여성 큐레이터 듀오이자 중동과 유럽의 복합문화적 배경을 지녔다는 점을 강조했다. 둘은 ‘불협하는 합창(Dissident Chorus)’이라는 주제로 부산 전역을 무대로 한 도시형 융합 전시를 예고했 취업컨설팅 다.
한국 대표 비엔날레에서 반복되는 외국인 감독 인선은, 이제 불편한 공식처럼 여겨진다.
부산비엔날레는 최근 수년간 외국인 공동감독 체제를 이어왔다. 2024년 뉴질랜드 출신 베라 메이와 벨기에의 필립 피로트, 2018년에는 프랑스의 크리스티나 리쿠페로와 독일의 요르그 하이저가 지휘했다.
광주비엔날레 직장인을위한 도 다르지 않다. 2024년 프랑스 미술평론가 니콜라 부리오, 2026년에는 싱가포르 출신 작가 겸 큐레이터 호 추 니엔이 예술감독으로 선임됐다.
“이쯤 되면 일종의 ‘공식’처럼 굳어진다. 한국의 주요 비엔날레들이 경쟁적으로 외국인 감독을 초빙해온 흐름은 낯설지 않다. 최근 10년 간의 주요 국제 비엔날레를 살펴보면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 전세대출 날레,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서울시립미술관) 모두 외국인 큐레이터에게 지휘봉을 맡긴 사례가 대부분이다.
‘글로벌 감각’과 ‘국제적 네트워크’를 이유로 내세운 선택들이지만, 정작 ‘한국의 컨텍스트’를 반영하는 데 있어 오작동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물론 국제화는 중요하다. 낯선 시선이 만드는 창의적 균열과 세계적 연결성은 연장수당 비엔날레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국제화’가 언제부터인가 ‘로컬의 부재’를 의미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호추니엔 감독. 사진=싱가포르아트뮤지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제15회 광주비엔날레 니콜라부리오 예술감독이 6일 광주 북구 광주비엔날레 거시기홀에서 열린 '광주비엔날레 국내외 기자 초청 설명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모두의 울림'은 오는 7일부터 12월 1일까지 86일간 광주 전역에서 열린다. 2024.09.06. hyein0342@newsis.com
대표적인 예가 2023 광주비엔날레다. 당시 예술감독은 프랑스 스타 기획자 니콜라 부리오. 그는 한국 전통예술 ‘판소리’를 모티프로 삼았지만, 정작 그것을 ‘판과 소리(Pan & Sound)’로 번안하며, 한국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감각으로 제시했다. 한국적 정서를 이해하지 못한 채, 타자의 해석으로 로컬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었다.
비엔날레 리더십의 편향은 예술계 전체의 구조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왜 한국의 비엔날레에서는 한국인 큐레이터가 주도하지 못하는가? 한국 예술의 동시대성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보조적 위치에 머물러야 할까?
윤재갑, 이숙경, 김재주 감독 *재판매 및 DB 금지
물론 한국감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6년 부산의 윤재갑, 2021년 광주의 이숙경, 2022년 부산의 김해주 감독. 그러나 이들 역시 테이트 모던 등 유럽 미술계와 중국 미술계 경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결국 ‘국제 네트워크’가 가장 강력한 선정 기준이라는 점만을 재확인하게 된다. 국제적 인지도가 없는 한국인은 비엔날레 감독으로 고려조차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전례는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한국감독과의 불협화음도 있었다. 2016년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이었던 중국 하우아트뮤지엄 관장을 맡고 있던 윤재갑은 전시 이후 집행위원장과의 갈등을 공식 성명으로 발표하며 “비엔날레의 독립성과 공공성이 무너졌다”며 연임 반대를 호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는 "국내외에서 많은 조직과 행사를 경험했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들이 사무국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3년에는 심사 1순위였던 한국인 전시기획자 김성연을 제치고 2위였던 프랑스 큐레이터 올리비에 캐플랑이 전시감독으로 낙점되면서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당시에도 "왜 한국 비엔날레에 한국 감독은 없는가"라는 문제의식이 제기됐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외국인 감독 인선을 ‘국제성’이라는 명분 아래 반복되는 외국인 의존 현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국내에도 리서치 기반의 독립 큐레이터들이 왕성히 활동하고 있음에도, 이들은 좀처럼 비엔날레 리더십의 전면에 나서지 못한다. 이건, 구조적 배제다.
[부산=뉴시스] 원동화 기자 = 16일 부산 중구 부산근현대역사관에서 2024부산비엔날레 프리뷰쇼가 개최됐다. 부산근현대역사관 금고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보고 있다. 부산비엔날레는 '어둠에서 보기(Seeing in the Dark)'라는 주제로 이달 17일부터 10월20일까지 부산현대미술관, 부산근현대역사관 금고미술관, 한성1918, 초량재에서 열린다. 참여 작가는 36개국 78명(62작가·팀)에 이르며, 전시 작품은 349점이다. 2024.08.16. dhwon@newsis.com
비엔날레 리더십의 편향은 예술계 전체의 질문으로 번진다. 왜 한국의 비엔날레에서는 한국인 큐레이터가 주도하지 못하는가? 한국 예술의 동시대성을 가장 치열하게 고민해온 이들은, 언제까지 보조자나 협력자로만 존재해야 하는가?
외국인 감독 체제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그 선택이 반복될수록, “왜 한국 비엔날레에는 한국 감독이 없죠?”라는 질문은 점점 더 뼈아프게 돌아온다.
물론 비엔날레는 세계를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세계’에 한국 기획자의 언어와 감각이 배제된다면, 그것은 세계성이 아니라 외면성이다.
물론 외국인 감독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양한 관점과 글로벌 협업이 중요한 오늘날, 국적만으로 자격을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흐름이 유독 ‘한국인만 배제되는’ 구조처럼 반복될 때, 그것은 단지 우연이나 실력 차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로컬에서 출발해 큐레토리얼 실천을 축적해온 이들은 좀처럼 ‘공식’의 바깥에 있다. 지방 미술관, 독립공간, 지역 페스티벌에서 묵묵히 현장성과 지역성을 탐구해온 큐레이터들은 매번 자격 밖으로 밀려난다. 기획자로서의 감각과 안목은 ‘국제 전시 이력’이라는 자격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사장된다.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광주비엔날레재단은 6일 광주 북구 광주비엔날레 거시기홀에서 '제15회 광주비엔날레 국내외 기자 초청 설명회'를 마치고 '판소리-모두의 울림'(PANSORI - a soundscape of the 21st century)' 본전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로 15회째를 맞이하는 광주비엔날레는 오는 7일부터 12월 1일까지 86일간 광주 전역에서 열린다. 2024.09.06. hyein0342@newsis.com
30년 전 창립 멤버로 참여했던 윤범모 광주비엔날레 대표는, 다시 돌아온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제 진입에 방점을 찍어온 30년을 넘어, 이제는 K-미술문화의 정체성을 구축할 때다.”
‘광주 정신’과 ‘예향’의 지역 정체성을 예술로 승화시키겠다는 그의 말은, 로컬 리더십 복권의 선언처럼 들린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의 비엔날레는 한국을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시점이다.
동시대성과 지역성, 두 축을 아우를 한국형 큐레이션과 미학적 자존감이 절실하다.
비엔날레는 시민 세금으로 치러지는 공공행사다. 그러나 기획 방향, 작가 선정, 예산 집행의 과정에서 ‘공공성’보다 ‘브랜딩’과 ‘글로벌화’가 우선되는 건 아닌가.
그리고, 늘 제기되는 질문 하나.
“왜 한국의 유능한 큐레이터들은 해외 비엔날레에서만 러브콜을 받을까?”
정작 자국의 비엔날레에서는 기회를 얻지 못하는 한국 큐레이터들. 그래서 ‘국내 역차별’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건, 비엔날레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국제성의 허상일지도 모른다. 그 안에서 한국 큐레이터는 아직, 입장을 허락받지 못한 채 문 앞에 서 있다.
우리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다시 우리 뿌리를 확인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세계가 공명할 수 있는 지역성이다.
로컬의 언어를 믿고 존중하는 일. 그 지점에서 비엔날레의 미래는 시작된다.
언제까지 한국의 비엔날레에서, 한국 큐레이터들은 무대 밖에 있어야 하나?
이 질문이야말로 지금 이 시점, 우리가 던져야 할 가장 동시대적인 ‘큐레이션’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