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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란 기자]
"가족사진 찍으러 가자."
반려묘 망고를 입양한 지 6개월이 지나자, 나는 남편에게 가족 사진을 제안했다. 망고는 노란 털빛과 앙증맞는 하얀 양말 털을 신은 코리아 숏헤어 치즈냥으로, 우리 가족의 두 번째 고양이다.
가족 구성원이 추가된 특별한 한 해이니 만큼 가족사진 촬영을 위한 사진관을 예약했다. 날짜와 시간을 확인하고 인원수와 동물도 함께함을 꼼꼼히 체크한다. 모든 예약이 온라인으로 간결하게 이뤄진다. 3인 가족 기준 사진관 이용 시간은 1시간에 4만 원. 이곳은 셀프 사진관이다.

어설프고 정부학자금 엉성해서 더 기억에 남는










▲ 셀프 사진관 셀프 가족사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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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란




처음 집 근처 셀프 사진관을 알게 되었을 땐, 별 관심이 없었다. 셀프사진은 인생네컷이나 찍어봤지 가족사진을 셀프로 찍을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1년에 한번 단정히 정돈된 모습으로 우리 가족의 지금을 남기고 새김치 싶었기에,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했다.

그러다 덜컥 우리 가족의 첫 고양이를 입양하게 되었고, 더욱 특별한 가족사진이 필요해졌다. 문득 셀프 사진관이 떠올랐다. 이곳이라면, 예민한 고양이도 그리고 고양이 케어에 신경이 바짝 곤두선 우리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첫 번째 셀프 가족사진을 찍었다.
개인회생파산30분의 시간 동안 직접 화면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확인하며 촬영 버튼을 눌러 사진을 찍는다. 구도는 꽝이고 표정은 우스꽝스럽고 고양이는 도망가기 바쁘다. 망쳤다. 모든 게 엉망진창이라 과연 건질 사진이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30분이 지나자, 매니저가 돌아오고 4장의 사진을 선택할 시간을 준다. 겨우 사진을 고르고 약간의 보정을 condition 한 후 인화된 사진과 미 선택된 전체 사진 파일을 메일로 보내주면서 사진관 1시간 이용은 끝이 났다. 집으로 돌아와 꼼꼼히 사진을 보다 온 가족이 한바탕 크게 웃었다.
"표정이 왜 이래, 구도는 또 어떻고."
고양이의 놀란 동그란 눈과 타이밍을 놓친 남편의 벌린 입이 엉성하다. 완성본이 아닌 B급 같은 사진들에 자꾸만 웃음이 난다. 분명 모두가 잘 나온 게 아닌데도, 그럼에도 우리만의 자연스러운 어설픔이 따듯해 자꾸만 눈길이 간다. 어딘가 조금씩 모자라 보이는 이 사진을 나는 A4 사이즈의 액자 크기에 맞추어 크게 뽑고 침실 벽면에 걸어두었다. 그리고 오다 가다 볼 때마다 비실비실 웃는다.
셀프 가족사진 전에도 주기적으로 매년 가족사진을 찍어왔다. 남편과 나는 모두 내향인으로 타인이 찍어주는 사진 앞에서는 으레 바르고 단정한 표정을 짓는다. 정형화 된 그 표정을 나는 알고 있고 익숙하다. 나는 이를 드러낸 정갈한 표정의 승무원 미소같은 표정을 지을 테고, 그는 사람 좋아 보이는 듬직한 미소를 짓는다. 아이에겐 조용하게 살짝 웃는 정도의 미소를 강요할 것이다. 단란한 3인 가족의 모범적인 가족사진이다.
좀 더 다양한 포즈와 표정을 요구 받아도 타인 앞에서는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내향인에겐 수십 장이 모두 똑같다. 깨끗한 배경과 완벽한 구도, 그림같은 표정과 전문가의 꼼꼼한 후보정 기술이 들어간 단정한 올해의 가족사진. 세련된 표정의 우리는 멋지고 곱다. 형식적으로 완벽한 가족사진이다. 셀프 가족사진을 찍기 전까지는 가족사진이란 당연히 그래야 할 것 같았다.

한 컷 안에 담긴 우리만의 추억들










▲  완성본이 아닌 B급 같은 사진들에 자꾸만 웃음이 난다. 분명 모두가 잘 나온 게 아닌데도, 그럼에도 우리만의 자연스러운 어설픔이 따듯해 자꾸만 눈길이 간다.


ⓒ 이혜란




태생적으로 사진 찍힘이 불편한 사람들이 있다. 사진이 싫은 건 아니다. 그저 친하지 않은 남 앞에서 표정을 짓는 일이 피로하다. 그렇게 찍힌 나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도 힘들다. 그럼에도 매년 가족사진을 찍는 것은 아이가 태어나고 부터다.

아이가 자라는 시각적 변화를 시간의 흐름에 담아 기록하고픈 욕구가 있었다. 해마다 매년 똑같은 의식을 반복하는 일에는 무탈한 현재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을지도 모른다. 남편과 나 사이에서 자라는 아이와 새로운 가족이 된 고양이들을 단 한 컷에 담고 싶은 열망은 현재에 대한 감사함이 녹아있다.
언제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굳이 지정된 장소에서 온 가족이 모여 사진을 찍고 아날로그적인 물성으로 남기는 방식을 택한다. 매년 언제라고 정해두지는 않는다. 그저 이맘때 언제든 날이 좋은 날, 편하고 가볍게 사진을 찍으러 간다. 올해에 그는 머리를 정돈하기 싫다며 모자를 쓰고 갔고, 아이는 즐겨입는 가벼운 옷차림을 입었고, 나 역시 자주 입는 청바지를 입었다.
이번에는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남편과 내가 앉아 고양이 두 마리를 각자 안았고 아이는 가운데에서 팔 벌려 고양이를 안았다. 누구의 지시도 없이, 구도도, 표정도 신경쓰지 않고 자유롭게 화면을 보다 지금이야 하고 찍은 한 컷. 그 한 컷이면 우리는 충분했다.
누구는 웃었고, 누구는 무표정이고, 누구는 초점이 다르다. 그러나 고양이 두 마리만은 또렷하게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우리는 그 사진을 골랐다. 나는 올해의 가족사진으로 이 사진을 인화해 우리의 침실 액자에 걸어 두었다.
매년의 가족사진이 달라진다. 자그마했던 아이가 조금씩 커져가고 가족 구성원도 하나씩 늘어간다. 올해의 가족사진은 3인 2묘가 핵심이고 그래서 고양이들이 메인이다. 셀프 가족사진에서 매년 똑같은 사진은 없다.
나의 침실 한쪽 액자는 매년 새로운 가족사진들로 업데이트가 될 것이다. 올해의 사진을 한 해 동안 감상한다. 그리고 다가올 내년에도 우리 모두 무탈하게 함께 사진 찍을 수 있기를. 그 평범한 감사를 기다리는 일이, 바로 우리 가족의 가족 사진이다.



《 group 》 내향인으로 살아남기 : https://omn.kr/group/intro


'내향인으로 살아남기'는 40대 내향인 도시 남녀가 쓰는 사는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