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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이 피어나는 봄에도 사람이 죽었다. 29살 동갑내기 노동자 두 명이 2025년 2월14일과 3월14일 각각 일터에서 스러졌다. 한 명은 아파트 25층 아래로, 다른 한 명은 펄펄 끓는 포트 안으로 곤두박질쳤다. 일터 곳곳에 추락 위험이 도사려도 회사는 ‘안전고리’(추락 방지를 위해 노동자 신체를 건축물과 연결하는 고리)만을 강조하고 있다.
    안전고리는 안전모만큼이나 기업이 즐겨 찾는 안전대책이다. 따로 추락 방지 구조물을 짓는 비용보다 월등히 싸고 손쉬워서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들과 전문가들은 안전고 취업지원센터 리에만 의지해 일터의 위험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겨레21이 두 노동자의 죽음을 되짚어가며 안전고리의 실효성을 살펴봤다.
    사고 난 뒤에야 대책 마련한 현대제철
    ㄱ씨는 입사 2년이 안 된 계약직 노동자였다. 3월14일 오후 1시10분께, 그는 현대제철 포항공장 전기로 공정에서 갈고리로 철 찌꺼기(‘지금’)를 제거하 시장이자율 고 있었다. 작업장 높이는 지상에서 10m. 맨 아래엔 불순물을 녹이는 뜨거운 포트가 있었다. 몇 발자국만 잘못 디뎌도 떨어질 위험이 있었지만 현장엔 추락 방지 난간조차 없었다.
    ㄱ 씨는 2인1조 작업의 보조자였다. 시선을 선임에게 고정하고 부지런히 따라다녀야 했다. 사고는 찰나였다. ㄱ씨가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낭떠러지 아래에 1천℃ 부동산대출 넘는 고온의 포트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ㄱ씨의 몸은 그대로 포트 안으로 곤두박질쳤다.
    회사는 사전에 이 작업의 위험성을 평가할 때 ‘폭발’ ‘추락’ 등을 위험요인으로 적었다. 하지만 위험을 줄이는 방안인 ‘위험성 감소 대책’ 난은 비어 있었다. 작업표준서에 적힌 안전대책은 ‘안전고리 체결’뿐이었다. 노동자가 알아서 로프와 고리를 이용해 상가중계수수료 생산설비에 매달리라는 뜻이다.
    위험요인을 방치한 채 안전보호구만 강조한 결과, 사고 책임은 노동자에게 돌아갔다. 현대제철은 ‘사고 원인’을 “(노동자의) 안전고리 미체결”이라고 썼다. 그러나 노조(금속노조 포항지부 현대제철지회)는 안전고리가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고 지적한다. “고철이 15분 간격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안전고리 체결이 현실적으 수원 광교신도시 로 어렵다. 또 안전고리를 하면 폭발이라는 다른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ㄱ씨가 제거하러 간 철 찌꺼기는 주변 물질과 화학 반응해 크고 작은 폭발을 일으킨다. 안전고리를 했다가 도리어 대피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비슷한 일을 하는 다른 현장은 어떨까. 현대제철 당진공장에도 전기로 공정이 있지만, 생산 현장에 사람이 출입하진 않는다. 자석 달린 크레인을 원격 조종하거나 지게차를 이용해 찌꺼기를 모은다고 했다. “옛날부터 로각 청소 관련 사고가 워낙 많아 가급적 멀리서, 안전이 확보된 상황에서 작업하게 해달라는 게 노동자들의 요구였다. 사고 현장도 추락 방지 난간을 설치하거나 포트 덮개라도 설치했어야 한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이상기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 한 말이다. 목수조 포스코 사내하청지회장도 “전기로 공정 이후 지금(철 찌꺼기) 제거 공정이 따로 있어 그때 제거한다. 설비 안엔 사람을 절대 들어가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제철 포항공장에서는 철 찌꺼기 제거 작업이 허드렛일로 취급돼 주로 인턴 직원에게 주어졌다. 수리나 청소 등 일상 작업과는 달리 간헐적으로 가끔 생기는 돌발 작업일수록 안전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데, 되레 미숙련자에게 일을 맡긴 것이다.
    현대제철은 ㄱ씨의 죽음 뒤에야 돈을 들여 추락 방지 난간과 덮개를 설치하고 사람 출입도 금지했다. 안전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고용노동부의 작업 중지를 해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재발방지책으로 승강식 안전난간을 설치했지만 이는 보수 작업 시 안전 강화 목적”이라며 “1차적 안전조치는 (노동자의) 안전대, 안전고리 착용”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낡은 안전벨트, 그마저도 걸 곳 없다
    승강기안전기술연구원 소속 노동자 ㄴ씨도 2월14일 오후 1시20분께 경기 수원시의 25층 아파트 승강기 검수 중 떨어져 숨졌다. 점심 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승강기 작동 불량을 검수하던 참이었다. 승강기를 살피던 폐회로티브이(CCTV) 장면을 마지막으로 ㄴ씨는 행방불명됐다. 해가 진 저녁 7시30분 무렵에야 그는 승강기 통로 지하 1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용노동부는 그가 승강기 검수 도중 추락한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이 회사의 추락 방지 대책도 안전대와 안전고리였다. 그런데 안전고리를 걸려면 안전로프를 넣을 구멍이 일정 간격마다 있어야 한다. 아파트 승강기 통로 안은 매끈한 회벽이라 안전고리를 걸 구멍이 없다. 노동자가 안전대를 착용했더라도 로프와 안전고리를 이용해 건축물에 매달릴 수 없다는 뜻이다.
    “안전벨트(안전대)는 쓴 지 오래돼 헐렁거리고 그마저도 승강기 주변에 안전고리를 체결할 방법이 없다. 오히려 승강기 통로에서 안전벨트를 사용했다가 승강기에 안전벨트가 걸려 작업자가 위험했던 적이 있다. 회사와 노동부는 ‘안전고리 걸 곳이 없는데 어쩌라는 것이냐’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일 게 아니라 승강기 안전검사 노동자들의 안전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 노조(금속노조 서울지부 승강기분회)의 지적이다.
    ㄴ씨는 극한 노동에 시달렸던 듯하다. 연구원 노동자들의 임금명세서를 보면, 일일 할당량인 하루 평균 6.5대 검사를 못 채우면 ‘기지급금 공제’ 명목으로 월급에서 수십만원이 감액된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이 안전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일해야 했다고 노조는 지적한다. 회사 쪽은 ㄴ씨에 대해 ‘자살 가능성이 있다’ ‘안전모를 안 썼다’ 등 재해자를 탓하는 발언도 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승강기안전기술연구원 쪽은 한겨레21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게다가 회사가 지급한 안전대는 2차 부상이 우려된다는 ‘벨트형’이다. 사람의 몸 전체를 감싸는 그네형(하네스형)과 달리 벨트형은 허리에만 하중이 실려, 추락하게 되면 척추 부상과 장기 파열 위험이 있다. 미국과 영국 등은 1990년대에 벨트형을 일찌감치 법적 보호장구에서 제외했다. 일본도 2017년 뒤늦게 ‘벨트형 안전대는 추락 방지용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법에 명시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벨트형 안전대를 법적 보호장구로 인정한다. 그 결과 2만~3만원 수준인 벨트형 안전대가 생산 현장에 버젓이 보급된다.
    ‘기업 비용 절감’이 사람 목숨보다 우선?
    실효성이 없다시피 한 대책에 기업이 이토록 의존하는 이유는 뭘까.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기업의 ‘비용 절감’ 관행과 이를 허용하는 사회구조를 짚는다.
    “안전대는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았을 때의 최후 수단이고 원칙적으론 작업발판과 추락방호망을 설치하는 게 맞다. 그런데 실상은 시간과 비용을 아낀다고 안전대만 지급하곤 한다. 사실 하려면 다 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 만들 때부터 안전고리를 같이 만들고, 안전조치도 택일이 아니라 가급적 다 하도록 요구하면 된다. 기업도 정부도 그런 노력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다.”
    현재 노동부는 ‘작업발판·추락방호망 설치가 곤란한 경우’ 안전대를 지급하도록 행정규칙(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열어뒀다. 국토교통부도 건축물 설계가 아닌 유지·보수 관점에서는 안전 규정을 따로 두지 않았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