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반 근로자들의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 도입된 개인퇴직계좌(IRA)가 초부유층의 세금 도피처이자 자산 증식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IRA는 세제 혜택형 개인 퇴직연금 계좌로, 한국의 개인형 퇴직연금(IRP)이나 ISA 계좌와 비슷한 성격이다.
23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퇴직계좌의 잔액이 최근 몇 년 새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미 의회 합동조세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IRA 잔액이 2500만 달러(약 365억7750만원) 이상인 자산가는 1000명을 넘어섰다. 이는 2019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IRA와 기업형 퇴직연금인 401(k)를 합쳐 1억 달러(약 1463억원) 이상을 보유한 자산가도 2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현상은 기업가나 전문 투자자들이 IRA의 세제 혜택을 정교하게 활용하면서 나타났다. 이들은 비상장 스타트업 주식을 가치가 매우 낮을 때 IRA 계좌에 담은 뒤, 상장 이후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을 비과세로 챙기는 전략을 썼다.
대표적 사례가 그레고리 바주키 로블록스 창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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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상장 전 주당 72센트(약 1054원)에 불과하던 로블록스 주식 약 200만 주를 IRA에 담아 계좌 잔액을 최소 6800만 달러(약 994억 9080만원)로 불렸다. 이는 미국 평균 가구의 IRA 잔액인 26만 8300달러(약 3억 9254만원)의 약 250배에 달한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 출신인 텐치 콕스 엔비디아 이사 역시 IRA 계좌 내에 엔비디아와 스노플레이크 등의 주식을 담아 20억 달러(약 2조 9262억원) 이상의 세제 혜택 자산을 축적했다. 콕스 이사는 계좌 내에서 엔비디아 주식 2억 3700만 달러(약 3467억 5470만원) 어치를 매각하면서 약 4000만 달러(약 585억 2400만원)의 세금을 절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IRA와 401(k) 내에서 발생하는 투자 소득과 자산 매각 차익에는 매년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기업 세법 전문인 스티브 로젠탈 변호사는 “은퇴 후 생계비를 마련하는 수준을 넘어 요트를 사거나 부를 대대로 세습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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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남용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미 정치권도 규제에 나섰다.
론 와이든 상원의원과 리처드 닐 하원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1일 나이와 상관없이 은퇴계좌 잔액이 1000만 달러를 초과할 시 매년 일정 금액을 의무적으로 인출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한편 최근 ‘트럼프 계좌’가 자녀의 노후자산을 수백만 달러로 키울 수 있는 절세 수단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계좌는 아동을 위한 개인퇴직계좌(IRA) 형태의 장기 저축·투자 계좌다.
최근 미국 경제 전문 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금융 칼럼니스트 브렛 아렌즈(Brett Arends)는 트럼프 계좌가 고소득층 자녀에게 강력한 장기 절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자녀가 18세 이후 적립금을 바로 사용할 필요가 없는 가정이라면 매년 최대 5000달러를 납입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녀는 18세가 되면 트럼프 계좌의 자금을 로스 개인퇴직계좌(Roth IRA)로 옮길 수 있다. 이전 과정에서는 투자수익에 대한 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이후 자금은 수십 년 동안 비과세로 불어난다. 장기간 인출하지 않으면 은퇴 시。에 수백만달러 규모의 자산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리 바주키 로블록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