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관

권순관은 제주 4.3 학살과 노근리 사건 등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적 사건과 희생자, 그리고 사 건이 발생한 장소를 주제로 사진, 설치 등 다양한 매체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작업은 한국 사회의 왜곡된 역사 인식과 집단적 망각을 비판하며, 여전히 기억되어야 할 진실을 현재 의 감각으로 환기한다. 그는 학살 현장으로 추정되는 숲에서 희생자들의 살과 뼈에서 자라난 듯한 나무와 풀을 기록하고, 바다에서 희생된 이들이 마지막으로 바라보았을 파도의 포말을 이미지로 불러낸다. 또 붉은 연기를 헤치고 나오는 동물의 형상을 통해 사회적 폭력과 희생, 동시에 생명력과 저항의 기운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학살의 직접적 재현이 아니라, 사 건이 남긴 흔적과 부재, 파괴와 침묵의 감각을 이미지로 구성하는 방식이며, 결국 숨겨진 폭 력의 기억을 현재로 소환하는 행위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