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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순 기자] ▲ 테오도르 제리코 <도벽 환자> 1820년 바다이야기무료머니 ⓒ 퍼블릭 도메인 인류 역사에서 가장 대표적이고 해묵은 논쟁을 꼽으라고 하면, 인간 본성론이 단연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서양에서는 일찍이 그리스 철학가 사이에서, 동양에서는 중국의 제자백가 사상가 사이에서 본 모바일야마토 격적인 논의가 있었다. 인간이 자기 뿌리를 찾기 위한 논의이니 당연하기는 하다. 이익을 위해 타인에게 해를 입히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성악설과 타인의 어려움에 연민을 느낀다는 성선설이 팽팽하게 부딪혔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논쟁 과정에서 인간이 본래 악하다는 견해가 늘 왕좌를 차지했다. 프랑스 화가 테오도르 제리 황금성사이트 코(1793~1824)의 <도벽 환자>는 악한 인간의 한 사례를 보여준다. 제리코는 흔히 낭만주의 회화의 창시자로 불린다. 그의 몇몇 작품에서 낭만주의 회화의 특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들라크루아 등 당대 유럽을 대표하는 낭만주의 화가들이 그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도벽 환자를 묘사한 그림에서 무슨 낭만주의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겠는가 싶을 것이다. 오션파라다이스사이트 우리가 통념상 생각하는 '낭만적'이라는 말의 의미와 예술에서 나타나는 낭만주의 경향은 의미가 약간 다르다. 어떤 사람이나 행위를 가리킬 때 낭만적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이때는 주로 감미롭고 감상적인 분위기를 뜻한다. 연인 관계에서 부드러운 감수성을 풍기는 사람이 주로 이런 소리를 듣는다. 미술로 악한 감정을 드러내다 검증완료릴게임 낭만주의 예술 경향도 합리적인 이성보다는 감성과 상상력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기본적으로 같은 맥락 위에 있다. 사랑하는 순간의 설렘이라든가 일상에서의 잔잔한 행복 느낌이 포함되기는 한다. 하지만 제리코는 부드러운 감정보다는 사회적으로 악하다고 여기는 격한 감정의 폭발을 주로 다루었다. 질투·배신·절망을 비롯하여 위험 앞에서의 공포 등 특정한 상황에서 예술가 개인의 꿈틀거리는 감정을 극대화한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대부분 피하고자 하는, 지극히 부정적이거나 악한 감정을 드러내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이 그림에서는 광기에 사로잡힌 부정적인 감정의 하나로 병적인 도벽에 빠진 사람의 표정을 담았다. 상상해서 그린 작품이 아니다. 지인인 의사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광증 환자를 직접 접하며 그렸는데 그중 하나다. 도벽 환자가 살아온 삶의 양태가 표정을 통해 드러난다. 제목이 아니어도 한눈에 껄끄럽고 불쾌해 보인다. 정직함과는 거리가 멀다. 상대를 경계하듯 삐딱하고 불량한 자세다. 비웃음이 흘러나올 듯 살짝 일그러진 얼굴이다. 호의적이지 않은 표정과 함께 뚫어지게 노려보는 눈초리도 건전해 보이지 않는다. 불량하고 광기에 어린 눈빛을 발사한다. 입은 삐뚤어졌고 머리칼도 빗질은 해본 적이 없을 듯 헝클어져 있어서 정돈되지 않은 마음 상태를 보여준다. 도벽은 습관이 되어 훔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병적 상태다. 흔히 나이가 들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얼굴에 그 사람의 성향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도벽을 갖고 살았다면 그 흔적이 표정이나 자세에 담기기 마련이다. 제리코는 도벽 환자가 가진 음산하고 기분 나쁜 느낌을 초상화로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낭만주의의 문을 연 화가로서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도둑질은 남에게 해를 끼쳐서라도 자기의 배타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악한 행위다. 악한 심성이 인간에게 본래 갖춰져 있다는 견해에 의하면 특정 개인만이 아니라 인간에게 공통적인 심성이다. 예전에 어릴 때 친구들과 나누었던 얘기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간다. 자기 몸을 보이지 않게 하는 투명망토나 투명모자가 있으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을 한다. 은행에 가서 돈을 가져오겠다는 대답이 제일 많이 나온다. 남자아이들끼리 있으면 여탕에 가겠다는 엉큼한 대답도 간혹 나온다. 어린아이들의 생각이라는 점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어서라도 자기 욕구를 채우려는 악한 심성이 본성적으로 있다는 견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사용된다. 악한 본성을 주장한 주류철학 단지 아이들의 우스갯소리에 머물지 않는다. 서양의 수많은 사상가가 주장한 바이기도 하다. 서양 주류 철학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플라톤(428~347 BC)부터 그러하다. 플라톤의 <알키비아데스>에 의하면 "행동의 잘못은 무지 탓"에 생겨난다. 악은 무지가 만들어낸다. 그런데 일반 사람들은 무지와 악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대화편 <파이돈>에서 말하듯이 행위를 결정하는 영혼이 육체라는 감옥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참된 철학자는 영혼에만 관심을 두고 육체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네. (…) 정신이 육신으로부터 떠나서 가능한 한 육신과 관계하지 않을 때, 다시 말하면 정신이 육체적 감각이나 욕망을 갖지 않고 오직 참된 존재만을 갈망할 때 최상의 것이 되겠지?" 육체적 감각에 의존하고 욕망에 끌리기에 무지와 악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육체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악한 상태에 머문다. 소크라테스와 같이 오직 극소수의 '참된 철학자'만이 감각과 욕망에 얽매이지 않는다. 영혼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그들만 악에서 벗어난다. 나머지 사람은 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인간은 본래 악한 존재가 된다. 오직 선과 악, 정의와 부정을 분별할 줄 아는 뛰어난 소수의 말을 존중하고 따라야 할 뿐이다. 서양 중세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1000년이 넘는 중세를 지배한 기독교 교리의 출발이 '원죄론'이었기 때문이다. 신을 거역하여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의 범죄는 인류를 영원한 죄에 빠지게 했다. 기독교 교리를 정립한 대표적인 교부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가 보기에 아담의 죄는 근본적으로 모든 인간을 규정한다. <고백록>에서 "어린 시절에도 죄가 있다"라고 단언한다. 모든 인간이 본래 죄인이라는 점에서 악한 존재다. 근대에는 마키아벨리가 악한 본성을 주장한 대표적인 사상가다. <군주론>에서 "인간이란 은혜를 모르고, 변덕스러우며, 위선과 기만에 능하며, 위험을 피하고 이득에 눈이 어둡다"라고 한다. 현대에 와서는 과학의 힘을 빌려 성악설을 보완한다. 진화론자인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주장한 내용이 대표적이다. 인간의 심성·습관·행동은 유전자의 이기성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다. "사람은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에 불과하다. (…) 가장 중요한 유전자의 특질은 '무정한 이기주의'다. 유전자의 이기성은 이기적인 개체 행동의 원인이 된다." 화가의 내면에 도사린 광기 ▲ 테오도르 제리코 <메두사호의 뗏목> 1818~1819년 ⓒ 퍼블릭 도메인 제리코는 <도벽 환자>를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어둠·광기, 그리고 극단적인 상황에서 드러나는 악한 본성을 묘사했다. 이 그림만 해도 악한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묘사한 연작 중 하나였다. 아이를 납치하려는 강박을 가진 유괴 욕구 환자, 도박에 병적으로 중독된 여성 환자, 강박적인 질투를 겪는 시기심 환자 등을 섬뜩한 표정으로 담았다. 그에게 인간은 내부에 도사린 광기와 금기를 넘어서는 악한 마음을 지닌 존재로 다가왔던 듯하다. 여기에는 자기의 비극적인 경험도 깊게 연관되지 않았나 싶다. 자신을 후원하고 격려해주던 자상한 외삼촌의 부인인 외숙모와 금지된 사랑에 빠졌다. 한순간의 실수가 아니라 상당히 긴 기간에 걸쳐 뜨거운 관계가 이어졌다. 결국 외숙모가 제리코의 아이까지 낳는 최악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은 제리코와 의절했고, 아이는 시골에서 비밀리에 자랐고, 외숙모는 수녀원에 유폐되었다. 광인 연작은 자기 내부의 광기와 악한 기운을 비극적인 인간의 조건으로 투영한 작업인 듯하다. 제리코의 대표작이며 프랑스 낭만주의 미술의 새 장을 연 <메두사호의 뗏목>은 더 참혹하고 비극적이다.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던 십여 명이 멀리 지나가는 배를 보자 절규하며 구조 요청을 하는 장면이다. 1816년에 실제 벌어진 사건인데, 바다 한가운데서 배가 좌초된 후에 150여 명이 급조한 뗏목에 의지하며 10여 일을 표류하다 단 15명만 구조됐다. 표류하던 동안 좁은 뗏목에서 자신이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바다로 떠밀기도 하고, 심지어 인육을 먹는 끔찍한 일도 벌어졌다. 화가는 뗏목 가장자리에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지극히 이기적이고 악한 모습을 숨김없이 묘사했다. 습작에는 타인의 팔을 뜯어먹는 식인 장면까지 담겨 있다. 이 또한 자신은 물론 인간 내부에 똬리를 틀고 있는, 그것이 금기든 악한 행위든 자기 충동과 감정을 우선하는 경향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그려낸 게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