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예뻐서 산 다음에 진가를 알게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끼워 맞추기 나름이니까.



여행하다 보면 이방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도시의 미감과 현지인들이 느끼는 것에 큰 간격이 있음을 실감하곤 한다. 여행자로선 이국적인 언어로 적혀 있는 모든 요소들이 그 도시만의 단편적인 아름다움 중 하나로 인식될 뿐이다.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들이 나에겐 시각공해인 휘황찬란한 간판이 덕지덕지 늘어선 골목길에 감탄하며 '코리안 사이버 펑크미'를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게 보자면 타이베이는 타이완만의 디자인적 아름다움을 모바일바다이야기하는법 느끼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이곳의 디자인에는 나를 간지럽히는 무언가가 있다. 아기자기한 귀여움과 레트로, 그리고 절제된 세련미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며 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달까. 플리마켓에서 수공예 제품들을 보면 너무 오밀조밀한 느낌이 아닌가 싶다가도, 과감한 시도를 한 공간이나 제품, 패키지 디자인 같은 걸 보면서는 또 눈을 반짝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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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에서 이러한 타이완 디자인의 매력을 가장 강렬하게 느낀 곳은 '신농생활 마지 트리츠(神農生活 Maji Treats)'라는 긴 이름의 편집숍이었다. 아마도 내가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가게일 것이다. 그만큼 흥미로운 물건들이 많았다. 신농생활은 지역 특색을 담은 상품이나 오리지널바다이야기 타이완의 전통적인 생활용품, 향토 음식과 식재료 등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취급한다. 만약 '디앤디파트먼트'라는 편집숍을 알고 있다면 그의 타이완 버전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신농생활의 바이어들은 타이완 전역을 돌며 지역장인 및 생산자들과 직접 연을 맺고 제품을 들인다고 한다. 그 때문에 타이완 각지에서 오랜기간 동안 로컬에게 사랑받으면서도 쉽게 구할 골드몽 수 없었던 조미료나 일상용품 등을 살필 수 있기 때문에, 기념품이나 선물을 고르기에도 좋다. '메이드 인 타이완'을 찾는다면 더더욱.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이곳에서 상당히 여러 가지를 구매했다. 맛있는 칠리오일과 맵디매운 칠리소스도 요리에 잘 사용했고, 우롱차도 우려 마시거나 선 알라딘릴게임 물했다. 그 외에도 식재료는 대부분 소진했으나 아직 개시하지 않은 단 하나가 있으니 바로 쌀이다. 굳이 맛에서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는 쌀을 왜 사 왔냐 하면, 그건 순전히 1%의 호기심과 99%의 디자인 탓이다(지난 에피소드를 봤다면 이게 나의 전형적인 패턴인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가게 전체를 구석구석 둘러보는 동안 발견 못 했던 깜찍한 쌀이 계산대에 진열되어 있었다. 거의 한자 까막눈인 내가 봐도 바로 읽을 수 있는 하루쌀(一日米). 밥 2공기 양의 쌀을 이렇게나 예쁘게 포장해 놓다니(한국어 표기였다면 내가 이렇게 꽂힐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자세히 보면 패키지에 깨알같이 쌀이 생산된 지역을 지도상에 표시해 놓고, 'HAVE A RICE dAY'라는 귀여운 말장난도 적어 두었다. 이걸 어떻게 안 살 수가 있지? 사지 않는 방법을 알고 싶다. 아니 알고 싶지 않다.
쌀이 주식인 타이완도 경제 성장과 서구화된 식문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가 그러하듯 쌀소비 감소세에 있다고 한다. 그 때문에 고품질의 쌀을 개발하고 유통망을 구축하거나, 자국 쌀에 대한 인지도와 구매 의지를 높이는 등 쌀소비 진작책을 여러모로 펼쳐 감소세를 둔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이러나저러나 쌀을 대체한 먹거리가 많아진 요즘에 이렇게 귀여운 쌀을 판매하는 것 또한 쌀소비를 유도하는 하나의 장치가 아닌가 싶다. 순전히 예뻐서 구매한 쌀로 새로운 품종을 발견하게 되고, 심지어 그게 내 입맛에도 찰떡같이 맞아떨어진다면 다시 또 찾게 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농생활에선 시즌마다 다양한 농가의 새로운 품종을 소개하고 있다. 내가 아는 선에서는 우리나라에 이러한 쌀 제품은 일부 소포장 개념의 샘플링 상품을 제외하곤 없는 거 같은데, 수지타산만 맞는다면 시도를 해보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일단 디자인에 혹해서 사 보는 나 같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을지도?
*김나영 작가의 맥시멀리스트 여행 여행이 일의 한 부분이던 시절, 다채로운 도시들을 탐험하며 부지런히 작은 물건들을 사 모았다. 같은 종류만 고집하며 모았으면 나름의 컬렉션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후회를 거듭하면서도 여전히 홀딱 반한 물건들을 수집하는, 사물 한정 금사빠의 사는(Buy) 이야기.
글·사진 김나영 에디터 강화송 기자 기자 admin@seastorygame.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