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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 Go Seong

고성의 〈흰 바람벽이 있어〉는 팬데믹으로 봉쇄된 2020년 봄, 뉴욕에서 49일간 이어진 수행적 기록이다. 작가는 매일 아침 명상 후 검은 바닥 위에 쌀을 뿌리고, 그것을 응시하는 자신의 뒷모습과 창밖의 하늘을 촬영했다. 이렇게 생성된 세 장의 사진은 하나의 트립틱을 이루며 연속적으로 반복된다. 작품 속 쌀은 인간이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세계 속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근원적인 욕망을 상징한다. 별자리처럼 흩어진 쌀알은 우연과 운명 사이에서 숨겨진 질서와 징후를 읽어내려는 인간의 오래된 시선을 떠올리게 한다. 반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하늘은 인간의 의지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자연의 시간과 질서를 드러낸다. 그 사이에 위치한 작가의 뒷모습은 의도와 수용, 내면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체이자, 스스로는 결코 온전히 바라볼 수 없는 무의식과 맹점을 은유한다. 작가는 이 수행적 반복을 통해 팬데믹 시대에 경험한 죽음과 상실을 애도하는 동시에, 불확실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 존재의 불안과 희망을 성찰한다.

흰 바람벽이 있어 Day 14
흰 바람벽이 있어 Day 26
흰 바람벽이 있어 Day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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