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와 가야금이 함께하는 고장 '영암' 이야기

  • 날짜
    23-02-19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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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맛따라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행"영암이 가까워 오는데 영암 아리랑 한 자락은 들어 봐야지."달리는 차 안에서 하춘화 대신 15살 소녀 김다현의 노래를 유튜브로 들으며 나도 모르게 흥얼거린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구성지고 음색이 곱다.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둥근 둥근달이 뜬다. 월출산 천황봉에 보름달이 뜬다아리랑 동동 쓰리랑 동동 에헤야 데헤야 어사와 데야 달을 보는 아리랑 님 보는 아리랑~" 해마다 함께 여행을 떠나는 지인들이 있다.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온 3쌍의 부부는 아이들과 함께 종종 가족 여행을 다녔다. 겨울이 되면 의기투합하여 혹을 떼고 다닌 지 벌써 8년째다. 올해는 지난 2월 초 영암, 해남, 강진을 둘러볼 참으로 나섰는데 첫 행선지는 영암 아리랑의 주인공 영암이다. 월출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목포나 해남 가는 길에 몇 번 본 적이 있다. 월출산은 호남 5대 명산으로 꼽힌다. 호남의 소금강이라고도 한다. 해발 809m의 높지는 않으나 산세가 웅장하고 깎아지른 정품 성기능개선제 구입처 기암괴석이 많아 먼발치에서도 우뚝 솟은 바위산이 신비롭게 보인다. 이번 여행코스에 월출산 산행은 없으니 다행이라 여기며 눈도장만 찍고 간다. 



▲ 한국 트로트 가요센터 영암의 트로트 가요 센터ⓒ 도희선 



▲ 트로트 가요센터  한국 트로트 가요센터 내부ⓒ 도희선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월출산 천황봉 자락에 있는 기찬랜드이다. 이름 하나 기차다. 계곡물을 모아 인공 풀장을 조성해 여름이면 물놀이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정품 성기능개선제 판매처 그곳에 한국 트로트 가요센터와 가야금 산조 기념관이 있다. 가요센터의 1층은 대중가요의 역사와 전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 트로트 역사관으로 2층은 하춘화의 60년 가수 활동을 보여주는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어릴 적 아버지는 늘 라디오를 틀어 놓으셨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트로트는 십 대의 내 귀를 파고들어 그 시절의 웬만한 가수 이름을 아는 것은 물론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센터엔 그때 들었던 낯익은 가수들 이난영, 황 정품 성기능개선제 구입처 사이트 금심, 고복수 등 전설적인 원로가수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일제 강점기의 애환을 담은 노래부터 이미자, 남진, 나훈아, 하춘화 등 여러 가수들의 얘기들이 펼쳐진다. 가수들의 대표곡을 그곳에서 직접 들어 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음질이 아주 깨끗했다. 그리고 그들의 앳된 얼굴이 실린 앨범 재킷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2층은 하춘화 전시관으로 영암이 고향인 하춘화의 아버지가 딸이 데뷔한 1961년부터 50년 남짓 모은 트로트 관련 자료와 음반, 공연 의상과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 가야금 산조 박물관 기찬랜드 내 가야금 박물관ⓒ 도희선 1층에 마련되어 있는 '추억의 명소'로 들어서자 신청곡을 틀어주던 뮤직박스가 옛 기억으로 이끈다. 영암극장엔 '미워도 다시 한번' 이란 영화가 걸려있다. 노래방에선 트로트 가수들의 반짝이 의상으로 갈아입고 추억의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세 남자는 처음엔 쑥스럽다며 머뭇거리더니 이내 옷을 갈아입고 노래 한곡에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한다. 뜻밖의 경험으로 웃음보따리를 선물 받은 후 트로트를 통해 만나는 시간 여행을 끝내고 발길을 돌린다.건물밖을 나서면 운치 있는 한옥이 여러 채 보이는데 가야금 산조테마 공원이다. 가야금 산조의 창시자인 악성 김창조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우리 고유의 전통 음악을 보전·전수·연주하는 공간이다. 가야금 산조란 장구 반주에 맞춰 가야금을 연주하는 민속 기악 독주곡이다. 영암 출신인 김창조 선생은 시나위 가락에 판소리를 도입해 오늘날과 같은 가야금 산조의 틀을 만든 명인이다. 갓을 쓴 김창조 선생의 흉상이 지키는 산조기념관으로 들어서자 화려한 화각 가야금(12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국가무형문화재 42호 악기장 고흥곤씨와 화각장인 이재만씨가 소 40마리의 뿔과 순금 2돈으로 제작한 명작. 우리나라의 유일한 화각 가야금으로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보유자 양승희씨가 기증했다.북한의 21현 가야금과 인간문화재 김죽파 선생이 쓰던 장구를 비롯해 꽹과리, 북, 나발, 소고 등 다양한 전통 악기도 만날 수 있었다. 가야금과 트로트의 기묘한 동거 같은 영암의 음악 기행을 마치고 우리는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영암의 또 다른 명물 독천 낙지거리를 찾아 나선다. 



▲ 화각가야금 소 40마리의 뿔과 순금 2돈으로 새긴 가야금ⓒ 도희선  여행은 볼거리, 즐길 거리, 먹거리의 삼박자가 맞아야 즐겁다. 하지만 누구랑 함께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우리의 여행은 언제나 활기차고 즐겁다. 더욱이 음식에 까다로운 사람도 없다. 장시간 운전에 지친 여행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는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기운을 채워주는 보양식이 제격이다. 그래서 택한 오늘의 메뉴는 낙지다. 애초에 검색으로 찾아 둔 맛집을 두고 착한 가게 현판이 붙은 식당을 택했다. 가게는 크지 않았지만 왠지 정감이 갔다. 전라도는 음식이 맛깔스럽고 밑반찬 인심이 후하다. 해풍 맞은 시금치나물은 달큼했고, 짜지 않은 젓갈은 따끈한 밥 한술에 허기를 달래기에 그만이다. 낙지 탕탕이와 낙지호롱구이. 세발낙지, 낙지 초무침을 종류별로 시켰더니 여섯 명이 먹기에 너무 많다 싶은지 주인장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먼저 탕탕이 맛을 본다. 낙지 탕탕이는 산 낙지를 탕탕 두드려 잘게 썰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참기름에 버무려 통깨를 솔솔 뿌려준다. 고소함과 부들부들하면서도 쫄깃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남자들은 세발 낙지에 도전한다. 낙지 중에 어려서 발이 가늘고 작은놈이 세발낙지다. 입안에 쩍쩍 달라붙으니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한입에 넣어야 한다. 세발낙지를 먹다 사고를 당한 이야기를 들은 지라 꾸역꾸역 밀어 넣는 세 남자의 입을 웃음 반 걱정 반으로 쳐다본다. 다음은 낙지 호롱구이다. 적당히 매우면서 불향이 입혀져 먹을수록 감칠맛이 살아났다. 오늘 먹었던 낙지요리는 단연코 엄지 척이다. 어찌나 먹는데만 열중했던지 사진 찍는 걸 놓쳤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다. 착한 가게는 맛도 가격도 주인장의 인심도 착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몸과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오늘 저축한 추억은 내일을 살아가는 힘이 될 것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쌓아 놓은 추억들을 이따금 꺼내 보며 우리는 지나온 때를 기억하고 또 그리워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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