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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실이요? 저희도 카페 가서 차 한 잔 주문하고 볼일 봐요."
    지난 4일 저녁 8시 서울 중구 명동관광특구 내 노점 거리. 여행 배낭을 멘 외국인들이 쇼핑하거나 길거리 음식을 사 먹기 한창이었다. 무슬림 관광객을 위한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잡채(JOBCHAE, NO MEAT), 호떡(SWEET PANCAKE) 등을 소개하는 영어 팻말이 눈에 띄었다. 노점 상인들은 유창한 외국어 실력으로 이들에게 음식을 소개하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과 사람들은 가득했지만 화장실은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명동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과 상인들 모두 수년째 공중화장실 경기도지방자치단체 이 없어 카페를 대체 수단으로 삼고 있는 형국이다. 닭꼬치를 판매하는 한 노점의 상인 A씨에게 주변에 공중화장실이 있냐고 묻자 "조금 내려가면 스타벅스가 있다"고 답했다. 근처 마트에서 외국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아몬드 과자 재고를 채워 넣던 직원 B씨도 "화장실은 없다, 난 주로 스타벅스를 이용한다. 인근 매장 2층에 올라가면 있다"고 말했다. 
    차량유지비 통상임금 안내소 직원도 "11시 이후 가능"



    명동 중앙거리 기준 구글맵 ‘화장실’ 검색 화면 /사진=구글맵 캡처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도인 구글맵에서 화장실을 검색하자 '공중화장실 카톨릭회관무인 법률사무 자동' 한 곳만 검색됐다. 하지만 이날 저녁 9시께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문이 잠겨있었다.
    관리의 어려움을 이유로 사람이 몰리는 저녁 시간대에만 화장실을 덜 개방하는 건가 싶어 오전에도 방문했으나 화장실을 찾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이튿날 오전 10시, 명동 거리에 위치한 관광 안내소의 직원은 "지금 갈 수 있는 화장실은 없다"며 "우 프로젝트파이낸싱이란 리도 11시에 큰 쇼핑몰이 문을 열면 거기로 간다. 문 연 카페에 가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근처 환전소 직원도 "화장실은 없는데…"라며 "급하면 저기 호텔 로비라도 가보시라"고 말했다. 
    어렵게 찾은 화장실은 관광객 입장에서 접근성이 떨어졌다. 인파가 가장 많은 명동 중앙길 인근 여성기독교청년회 건물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 개인돈빌려드립니다 이 있었으나 표지판이 손바닥만 한 데다 지도를 통한 검색이 어려웠다.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이용자가 거의 없었으며 남녀 화장실이 각각 한 칸뿐이라 관광객이 몰린다고 해도 문제였다. 
     가뜩이나 참았는데 '대기시간 15분'



    4일 오후 9시 명동역 지하상가 화장실에 관광객들이 북적인다./ 사진= 이민형 인턴기자


    공중화장실이 턱없이 적은 탓에 명동에서 쇼핑을 마치고 4호선 명동역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외국인들은 너도나도 화장실부터 찾는 모양새였다. 쇼핑을 마친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명동역 7, 8번 출구 아래에서 바로 보이는 지하상가 화장실은 늘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관광객들의 하소연을 익히 들은 듯 화장실 안쪽 벽면에는 '지하상가 화장실이 붐빌 경우 개찰구에서 버튼을 누르고 말하면 다른 쪽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안내문도 붙어있었다.
    평일 저녁 8시 이곳을 방문했을 때 8명의 관광객이 양손에 쇼핑백을 한 아름 쥐고 줄을 서 있었다. 화장실 바깥에서 친구의 짐을 맡아주며 기다리던 일본에서 온 관광객 유키 씨는 "10분 정도 기다렸다"며 "이제 친구 나오면 나도 줄 서야 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관광객 사라 씨도 대뜸 "살았다(it saved my life)"며 "쇼핑하는데 옷 가게에 화장실이 없다 해서 계속 참고 돌아다녔다"고 푸념했다.
    근처 지하상가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안건영 씨는 "매번 15분은 기다리는 것 같다"며 "특히 여자분들은 더 오래 기다리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을지로 인근 직장인인 조영준 씨는 "평소 여기 자주 오는데 항상 기다렸던 것 같다"며 "남자 화장실 소변기는 2개뿐"이라고 답했다.
    명동관광특구 내 공중화장실을 늘려달라는 시민 의견이 많은 가운데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우리 공공기관이 가지고 있는 자가 건물이 없는 상태라 공중화장실을 추가로 마련하려면 건물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시다시피 명동 땅값이 비싸지 않냐"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은 해결하기 어렵고, 관광안내소나 다른 기관과 협업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화장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전문가들은 명동관광특구의 특수성을 감안해 정책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유럽은 관광객에게 화장실을 개방하지 않거나 1유로씩 비용을 내야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정부가 제도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며 "명동도 마찬가지로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경우 기존 시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면서 "상인들이 자신의 업장 내 화장실을 24시간 개방할 경우 세제 지원을 해주는 등의 정책적인 혜택을 주는 게 필요하다"며 "시청이나 구청에서도 24시간 개방 가능한 곳을 발굴해 지도 등록이나 안내 표시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이민형 한경닷컴 인턴기자
    bapako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