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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푹푹 쌓여 산길이 끊어졌다. 앞뒤가 꽉 막혀 눈 속에 파묻혀 여러 날을 보냈다. 노루 다니는 길마냥 선방 오가는 길만 가까스로 열어두었다. 밥때 울리는 공양주의 목탁 소리만 산중의 고요를 깨우곤 했다. 중부지방은 지난주 내린 폭설로 겨울왕국이 되었다. 굴참나무, 밤나무, 단풍나무, 은행나무는 다행히 무성했던 잎사귀들을 미련 없이 떨어뜨린 덕분에 의연하게 서 있다. 반면 적지 않은 소나무들이 가지 위에 수북하게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부러지거나 쓰러지고 말았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듯이 번뇌가 많으면 스스로를 속박하고 상처를 입히게 된다. 마치 겨울을 미리 대비하지 못한 나무들처럼.
서울시대학생 ■
「 눈의 무게 못 이겨 부러진 가지 숱한 번뇌에 스스로 묶인 사람 마음 살피는 ‘간심’의 지혜 필요 」



김지윤 기자


눈길을 헤치고 떡을 한 아름 안은 세 분이 찾아왔다. 삼년 전, 모집인원0 내가 근무하는 승가대학교 수행관을 도배장판할 때 비용을 쾌척해 주신 노보살님 일행이다. 노보살님은 지난 4월 남편과 사별한 후 마음의 평온을 찾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온통 하얀 눈으로 장엄된 도량에서 봄빛을 머금은 향긋한 녹차와 지리산 시인이 정성스럽게 만든 황차를 내어 드렸다. 선원에서 농사지은 채소로 조촐한 점심을 먹고,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참선 m16서버4월6일 수행을 마친 후 도신선사의 해탈법문을 들려주었다.
선종의 4대 조사인 도신스님은 열네 살에 출가했다. 스승인 승찬대사를 만나자마자 매달렸다. “스님께서는 자비를 베푸시어 해탈할 수 있는 법문을 들려주세요.” “누가 그대를 묶어두었는가?” “아무도 속박한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 다시 해탈을 구하는가?” 이 말을 듣는 순간 도신스 3년 적금 님은 스스로 묶인 줄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해탈에는 두 가지가 있다. 이미 있는 그대로 청정하고 그대로가 해탈의 모습이라는 자성해탈(自性解脫)과 본래 때가 없는 청정이지만 중생은 그것을 알지 못하므로 방편으로 때를 여의고 해탈을 얻는다는 이구해탈(離垢解脫)이 그것이다.
마침 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는 한 제자 스님이 배 자금지원 우자와 사별한 노인의 스트레스를 종교적 기도를 통해 극복하는 주제의 연구논문을 지도하고 있던 터라, 꼼꼼하고 자상하게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 다 알다시피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배우자와의 사별은 노년기 삶의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신체적·심리적 건강과 사회관계의 질적 수준, 경제적 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애도의 과정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슬픔·외로움·우울이나 과도한 집착·불면·그리움들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험한 사례들도 부지기수다.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한 불자가 기도하고 있다. 뉴스1


홀로된 노인들에게, 종교적 기도와 수행을 통해 죽음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자신감 있는 삶으로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사례들은 특별히 주목해야 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 스님은 논문을 쓰기 위해 불자들을 대상으로 8주간의 기도를 하고 설문을 했다. 그 결과 불교적 기도를 통한 일반적 죽음 인식과 불교적 죽음 인식 두 가지가 변화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일반적 죽음 인식은 ‘편안하게 죽고 싶은 마음’, ‘폐 끼치지 않고 가고 싶은 마음’, ‘아쉬움 없이 살다가 가고 싶은 마음’, ‘남은 사람들이 마음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인데 비해, 불교적 죽음 인식은 ‘불교를 통해 좋은 죽음을 알게 되었고, 선업을 쌓으며 죽음을 준비하겠다’는 인식의 변화로 나타난 것이다.
『무량수경』에 ‘모든 깨달음의 진리는 모든 중생의 마음 작용 속에 들어 있다. 바로 그 마음이 곧 부처이다. 마땅히 알아라. 부처가 곧 이 마음이라는 것을. 이 마음 밖에 달리 부처는 없다’라는 가르침이 있다.
도신선사는 제자들에게 스스로 만든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하나를 지켜 흔들림 없게 하라’는 ‘수일불이(守一不移)’ 법문을 하셨다. 일상에서 마음을 항상 한곳에 집중하여 고요히 머무르게 하는 수행으로 분명하게 불성(佛性)에 눈뜨게 하고 신속하게 선정에 들도록 하는 방법이다. ‘하나를 지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훤하고 깨끗한 눈으로 정신을 가다듬어 한 물건을 들여다보고, 밤낮으로 힘닿는 데까지 노력하여 언제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마음이 흐트러지려 할 때는 지체 없이 다시 가다듬어서, 마치 새의 발을 묶어 놓고 날아가려 하면 다시 제자리로 잡아당기듯이 온종일 지켜보기를 그치지 않으면 모든 것은 사라지고 저절로 마음이 안정된다’는 법문이다. 이 가르침은 오늘날 한국불교의 전통 수행법인 간화선의 기본적인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마음의 본체에 도달하는 간심(看心)과 그대로 통한다.
춥고 스산한 겨울은 사계절 가운데 삶의 어려운 상황과 맞닿아 있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 겨울, 이파리를 모두 떨군 나무가 폭설을 의연히 버텨내듯 잡다한 번뇌들을 버려야 청정한 마음 뿌리와 단단한 지혜의 기둥이 드러난다는 체로금풍(體露金風)의 의미를 새겨보았으면 좋겠다.
금강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