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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검찰. ⓒ연합뉴스



서울고등법원이 지난 6일 항소심 판결에서 1심을 뒤집고 '고발사주' 손준성 검사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센터가 “검찰·사법개혁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냈다. 참여연대는 같은 날 “공수처는 상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손 검사의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위반 혐의 등을 인정하며 지난 1월31일 주택 취득세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 핵심은 2020년 4월3일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현 범죄정보기획관실, 일명 범정) 소속이던 손준성 검사가 김웅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를 통해 MBC의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보도 등과 관련, “선거 개입을 목적으로 한 '일련의 허위 기획보도'를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을 호주취업정보 사주했느냐다. 공수처는 2022년 5월 손준성 검사를 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했고 지난해 11월 결심공판에서 손준성 검사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에는 징역 3년, 공무상 비밀누설·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에는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에서 고발장이 대검 수정관실에서 작성했다고 판단했으며 손 검사가 김 후보에게 고발장을 대출1000만원 전달한 사실도 인정했다. 무엇보다 “공직선거법 위반 범죄 실행에 관한 암묵적인 의사의 결합 및 공모가 두 사람 사이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통하는 대검 수정관실 소속 현직 검사에게 총선 개입 의도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들은 검사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해 하이창업스쿨 '검찰권을 남용'하는 과정에 수반된 것이라는 측면에서 사안이 엄중하고 그 죄책 또한 무겁다”고 했다.



▲손준성 검사. ⓒ연합뉴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혐의 등이 합리적 간이사업자 기준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텔레그램) 메시지 상단의 '손준성 보냄' 표시는 제3자를 거쳐서 전달된 경우에도 똑같이 나타나기 때문에 직접적 물증이 될 수 없다”고 봤다. 그나마 항소심 재판부가 “손 검사에게 고발장 작성을 지시한 검찰총장 등 상급자가 미래통합당을 통한 고발을 기획하고 고발장을 전달할 자로 김웅을 선택한 다음 김웅과 긴밀하게 연락을 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본 대목은 의미가 있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검찰의 조직적 정치 개입에 '무죄'라는 면죄부를 준 2심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공수처는 판결을 면밀히 살펴 즉시 상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1심 판결은 막상 고발장 등을 타인에게 전달한 손준성의 행위가 공직선거법 위반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손준성이 고발장 등을 직접 김웅에게 전송했다는 사실부터도 인정하지 않았다. '손준성 보냄' 문구와 함께 고발장과 실명 판결문을 전달한 텔레그램 메시지가 명백히 존재함에도, 손준성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사건 공익제보자였던 조성은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하루빨리 국정조사, 특검으로 검찰총장 윤석열 지시를 밝혀내서 총선개입 시도하는 검찰의 역사를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항소심 판결을 두고 “1심에서 인정한 손준성 검사김웅조성은 순서로 메시지가 전달됐다는 사실관계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압수 절차에서 참여권 보장 문제로 다수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검찰이 공무상 비밀을 유출하며 특정 정당에 유리한 정치적 개입을 시도한 점은 명백히 공정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이에 대해 사법부가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검찰·사법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보여준다”고 밝혔다. 민변은 “이 사건은 공수처가 기소하여 유죄 판결이 나온 첫 사건으로, 검찰의 정치개입과 권한 남용이 확인된 대표 사례였다”면서 “이번 사건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을 정치적으로 활용했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민변은 '고발사주' 사건을 가리켜 “한국 사회가 검찰권 남용을 방치할 것인지, 아니면 이를 바로잡아 공정한 법치주의를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였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검찰 개혁 논의가 후퇴하거나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국회는 더 강력한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검찰의 정치 개입과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한 개혁은 반드시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