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승부사들] [25] 만화가 노미영



노미영 만화가가 경기 부천 춘의동 작업실에서 일본에서 연재한 만화 ‘갱스터즈’ ‘공각기동대 어라이즈’ 단행본과 그의 만화가 연재된 각종 잡지 등을 쌓아 올렸다. /이태경기자“AI 그림인 줄 알 정도로 작화가 ㄷㄷ(덜덜).” “레전드가 나타났다.”올 초 웹툰 ‘오! 단군’(글 이경탁·그림 노미영)이 연재되자 이런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요즘 웹툰에서 보기 드문 고품질 작화에 때아닌 ‘AI 논란’이 인 것. 25년 차 만화가 노미영(48)이 일으킨 파장이다. 신인 작가가 쏟아져 나오는 만화·웹툰 업계에서 20여 년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약한 주인공을 만났다.모험을 멈추지 않는 ‘서점 집 딸내미’“놀랍게도 제가 주간 연재가직장인의하루11초
처음이에요.” 경기 부천의 작업실에서 만난 만화가는 너털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간 격주·월간 연재를 하다 새로운 리듬에 몸을 맡겼다. 밑으로 내리는 스크롤 방식으로만 웹툰을 그린 것도 이번이 처음. 여러모로 새로운 시도다.‘오! 단군’은 한국적 요소가 듬뿍 들어간 현대 판타지물이다. 남편이자 동료인 만화가 이경탁(48)이 스토리를 짜고, 그가 그린다. 1직장인의하루일과
0대 자녀 둘이 냉정한 첫 독자가 돼 준다. “엄마, 요즘엔 물결(~) 안 써” “이런 한자어는 무슨 말인지 몰라” 같은 식. “관성대로 하면 안 돼요. 그럼 옛날이야기 돼요.”그를 키운 건 몰래 본 ‘공짜 만화’다. ‘서점 집 딸내미’였던 그는 만화책 래핑(비닐로 싼 것) 문화가 없던 시절 ‘보물섬’ ‘소년중앙’ 등 만화 잡지를 종류별로 섭렵했다. “부모군인의하루
님 몰래 깨끗하게 보고 갖다 뒀는데 초등학교 2학년 때 A4 용지를 접어 칸 만화를 그리다 들켰어요(웃음).” 중·고등학교 시절엔 ‘밍크’ ‘하이센스’ ‘칼라’ 등 순정 만화 잡지 공모전에 도전했지만, 매번 떨어졌다. “‘한 번만 더 해보자’ 하며 공주전문대 만화예술학과(현 공주대로 통합)에 진학했죠.”소년 만화로 방향 틀고 일본 진출까지노미영고등학생의 하루
의 만화 인생은 예상치 못한 일 천지였다. 졸업 후 순정지 ‘화이트’에 투고했다. 원고를 본 편집자는 ‘소년지로 가세요’ 했다. “나도 모르는 나의 취향을 남이 발견해 준 걸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 말을 듣고 소년지 ‘영챔프’ 공모전에 낸 단편 ‘싸이코’가 당선됐다. 이후 역사 판타지물 ‘살례탑’을 연재했다. 순정 만화에 대한 열망은 마음 깊숙한 곳에대학생의 하루
묻어뒀다.일상 웹툰이 뜨면서 2000년대 국내 만화 잡지 시장은 하향길로 접어든다. 때마침 일본 만화가 나쓰하라 다케시가 ‘일본 야쿠자와 한국 조폭이 만나는 우정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며 그에게 작화를 제안했다. 2008년부터 일본에서 ‘갱스터스’를 연재했다. 연재를 마친 뒤 그는 자신만만했지만, 일본 시장에선 ‘노미영’을 몰라줬다. “애들 돌반지도 팔고인커뮤니티
빚도 졌던 시절이에요.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어릴 때처럼 공모전에 도전했어요.”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찾아다니는 이른바 ‘모치코미(持ち込み)’도 밥 먹듯 했다.숱한 투고 끝에 만화 잡지 ‘히어로즈’ 창간 공모전에 당선됐다. 일본 대형 출판사 고단샤 부편집장이 원고에 관심을 보였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다짜고짜 그를 네이버직장
찾아가 콘티와 작업물을 보여줬다. 억척스러움이 기회로 이어졌다. 그 연으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공각기동대 어라이즈: 잠들지 않는 눈의 남자’를 그렸다.한국서 성공하면 해외에서도 먹힌다“바닥이 새로운 시작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작품 하나 끝나면 항상 ‘신인 작가 모드’로 돌아가려고 해요.” 그는 과감히 웹툰으로 방향을 틀었다전략경영연구소
. 초짜 신인이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가 급변하는 만화 생태계에 그를 단단히 뿌리 내리게 했다. 그의 웹툰 데뷔작 ‘심해수’는 2018년 한국 SF 어워드 대상, 부산 웹툰 페스티벌 골든브릿지 웹툰 어워즈, 오늘의우리만화상 등을 받았다.그가 꼽은 성공 비결은 ‘공각기동대’ 프리퀄을 함께 작업한 스태프들이 그대로 넘어와 긴장감을 유지한 채 작업을 이어 직장인글쓰기
나간 것. 또 ‘공각기동대’의 SF 세계관, 캐릭터 설정 등 방대한 비공개 자료를 볼 수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됐다. “이렇게까지 하는구나, 놀랐어요.”노미영은 “해외 진출 경험은 저에게 각별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그가 느끼는 출판 만화와 웹툰의 가장 큰 차이는 뭘까. 그는 “웹툰 독자는 한국에 한정되지 않는 걸 요즘 특히 실감한다”파워포럼
고 했다. 미국·프랑스·스페인 등 세계 각국 독자들이 소셜미디어로 감상을 전해온다. “만화로 연결된 세계가 훨씬 가까워졌기 때문에 국내에서 성공하면 전 세계로 뻗어나갈 기회가 충분합니다. 꿋꿋이 자기 취향의 작품을 그리는 젊은 작가들이 성공하길 바랍니다.”



웹툰 ‘심해수’(왼쪽)와 ‘오! 단군’. /노미영 작가 제공☞노미영(420대 사장
8)1999년 단편 ‘싸이코’로 데뷔했다. 일본으로 활동 무대를 옮겨 ‘공각기동대’ 프리퀄(본편 이전 이야기) 시리즈 등의 작화를 맡았다. 2018년 웹툰 데뷔작 ‘심해수’(글 이경탁)로 그해 상을 휩쓸었다. 현재 웹툰 ‘오! 단군’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