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 쓰나미'가 유통업계를 덮쳤다. 소비자들이 입고, 먹고, 마시고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상품을 구매하는 데 지갑을 닫으면서 유통기업들이 발표한 올해 1분기 경영 성적표에는 내수침체 여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탄핵 사태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데다, 오락가락한 날씨 탓에 계절성 소비마저 실종된 것이다.
주요 유통 기업들은 고물가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을 겨냥해 할인행사를 확대하고, 비용 절감과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온라인 플랫폼의 공세 속에서 내수 부진 파도까지 만나 수익성이 대폭 뒷걸음질했다. 전문가들은 주요 유통기업의 올해 1분기 '어닝쇼크'가 일시적인 경기 부진이 아닌 내수시장 구조 침체의 전조로 해석하고 있다.
황금성온라인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3사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줄줄이 역성장했다. 롯데백화점의 1분기 매출은 80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2023년 9월 베트남에 문을 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등 해외백화점 매출이 6.2% 증가한 반면, 국내백화점은 매출이 1.4% 줄었다. 같은 기간 국내백화점의 영업이익은 1279억원으로
주식공부서적 전년 동기 대비 39% 늘었지만, 이는 운영비 효율화 등 판매관리비를 줄여 허리띠를 졸라맨 효과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패션 판매 저조…백화점 3사, 줄줄이 역성장
상따기법 신세계백화점은 1분기 매출 6590억원, 영업이익 107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각각 0.8%와 5.1% 감소한 수치다. 매출은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찍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극심한 소비침체에도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회사 측은 분석했다. 영업이익은 강남점의 스위트파크, 하우스 오브 신세계, 신세계 마켓과 본점 디 에스테이트 등에 투자를
목표가격 확대한 결과 감가상각비가 반영되면서 수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도 매트리스 사업을 하는 지누스와 면세점 등 자회사의 실적 반등으로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로 상승했으나 주력인 백화점은 매출 5890억원, 영업이익 97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8%와 5.7% 각각 감소해
10월추천주 경기 침체를 절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1월에는 설 명절 효과로 실적이 나쁘지 않았으나 봄·여름(SS) 신상품 마케팅을 본격화하는 2월 들어 늦추위가 지속되는 등 여건이 좋지 않아 패션 부문 판매가 저조했다"며 "윤년이었던 지난해보다 영업 일수도 하루 줄어 1분기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패션 기업들은 이상 기후로 간절기 옷 수요가 급감, 올해 1분기 외형 성장을 물론, 수익성이 크게 후퇴했다. 특히 내수 비중이 높은 패션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백화점 그룹 계열사 한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18억원으로 전년 대비 32.9% 감소했고, 매출액은 3803억원으로 3.4% 줄었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영업이익은 340억원으로 37% 줄었고, 매출액은 5040억원으로 2.5% 줄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영업이익은 46억원으로 전년 대비 59% 줄었다. 매출액은 3042억원으로 전년 대비 1% 감소했다. F&F의 영업이익은 1236억원으로 전년 대비 5.1% 줄었다. 매출 역시 0.3% 감소한 5056억원을 기록했다. 코오롱FnC는 영업손실이 7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고, 매출은 2629억원으로 4.1% 줄었다.이들 기업은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일제히 소비심리 위축과 날씨의 영향을 꼽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100을 하회했다. 지난해 12월 계엄 여파로 88.2까지 급락한 지수는 여전히 90대에 머물고 있다. 지수가 100에 미치지 못하면 경기 전망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할인행사로 버틴 대형마트
대형마트 업계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먹거리를 비롯한 생활필수품을 취급하는 대형마트들은 올 초부터 대규모 할인행사를 통해 실적을 방어했지만, 2위 사업자인 홈플러스가 올해 1분기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는 등 수익성이 악화해 고사 위기에 몰렸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마트의 경우연결 기준 1분기 영업이익에서 전년 동기 대비 238.2% 증가한 1593억원을 올려 역대 1분기 기준으로 2017년 이후 8년 만에 최대 실적을 냈으나, 할인 행사를 강화한 데 따른 반사이익과 비용 절감을 통해 매출 대비 수익성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세부 사업부별 매출은 할인점 매출이 81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오르는 데 그쳤다.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가 지난 2월 서울 강서구에 문을 연 마곡점 개장 효과로 매출이 9.9% 증가한 1906억원을 올렸는데, 영업이익(423억원) 신장률은 이보다 훨씬 높은 36.9%로 나타났지만, 이는 지난해부터 이마트와 트레이더스의 통합 매입 체계를 구축하면서 비용 효율화를 추진해온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통합 매입으로 유통 절차를 간소화하고 산지와의 가격 협상력을 통해 제반 비용을 줄이는 등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유통기업의 실적 개선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고 전했다.
3위 사업자인 롯데마트와 슈퍼는 소비 침체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았다. 롯데마트 매출은 1조48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81억원으로 34.8% 감소했다. 슈퍼의 매출은 3052억원, 영업이익은 32억원으로 각각 7.2%, 73.3% 줄었다. 특히 국내시장 마트 매출은 1조184억원으로 3.4%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73.5%나 떨어진 67억원에 그쳤다. 여기에는 지난해 10월 'e그로서리'(온라인 식료품 사업)를 기존 e커머스 사업부에서 마트 사업부로 이관한 데 따른 손실(-109억원)과 통상임금 관련 비용이 반영됐다. 롯데마트의 경우 통합 매입 시스템 구축을 2023년 이미 마무리하면서 이를 통한 비용 상쇄 효과도 제한적이었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초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우려해 기습적인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후 정상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제조사와 입점사 등에 지급해야 하는 대금을 변제하겠다며 매주 할인 행사를 강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회생절차 신청이 3월에 이뤄졌고, 대규모 할인행사를 통해 일정 부분 매출을 끌어올리면서 당장 1분기 실적에는 큰 타격이 없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다만 이 같은 판매 방식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