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드론택시로 세계 이목… 가짜계약으로 주가 부풀린 정황자율 주행 드론 택시로 유명한 중국의 대표적인 드론 업체 이항(EHang·億航)이 추락하고 있다. 가짜 계약으로 주가를 부풀렸다는 리서치 보고서가 나오면서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이항 홀딩스 주가는 16일(현지 시각) 하루 만에 60% 넘게 폭락했다. 업계에서는 수소차 사기 논란을 빚었던 ‘니콜라 사태'의 재림이라는 말이 나온다.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 ‘서학 개미’의 이항 투자금이 6000억원이 넘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서울서도 선보였던 중국 '이항' 드론택시 - 자율주행 드론택시로 유명한 중국 이항이 사기 계약 의혹에 휩싸이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이항 드론택시가 시범 비행을 하고 있는 모습. /박상훈 기자서학 개미 6000억원 보유 이항, 공매도 보고서 나오자 63% 급락이항은 2014년 중국 광저우에서 창업됐다. 2016년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에서 자율 주행 드론 택시를 공개해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고, 2019년 중국 드론 업체 최초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4000만달러(약 442억3200만원)를 조달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유인 드론 택시를 시범 운행하며 한국 투자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당시 국토교통부와 함께 행사를 열었던 서울시는 4억원을 주고 이항의 드론 택시를 구매했다.승승장구하던 이항의 주가는 16일 대형 난기류를 만났다. 울프팩리서치라는 글로벌 투자 정보 업체가 ‘이항: 망할 운명이었던 주식 폭등’이라는 33쪽짜리 보고서를 발간했다. 요지는 이항이 2019년 쿤샹이라는 기업과 맺은 5000억원 규모 드론 계약이 가짜라는 것이다. 울프팩리서치의 조사원이 지난달 중국 광저우의 이항 본사와 공장, 쿤샹의 상하이 주소지를 직접 찾아갔더니 쿤샹이란 기업은 없었고 이항 본사와 공장은 드론 택시를 생산하기 위한 기본적인 설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쿤샹은 이항과 계약을 맺기 불과 9일 전에 설립된 실체가 없는 기업”이라며 “이 계약은 실제 제품 구매로 이어진 게 아니라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정교한 조작”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항을 저격한 울프팩리서치는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린 ‘아이치이’가 이용자 수와 매출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업체다.보고서가 공개되자 직전 거래일(12일) 124.09달러였던 이항 주가는 16일 62.7% 하락해 46.3달러로 마감했다.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달 4일 21.24달러에 시작해 484% 폭등했던 주가가 보고서가 나오자 주저앉은 것이다. 실제로 계약이 거짓으로 판명된다면 추가적인 주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항은 한국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 상위 10개 종목 중 9위이자, 유일한 중국 기업이다. 이날 국내 온라인에선 “국토부와 서울시를 믿고 투자했는데 망했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반응이 잇따랐다. 업계 관계자는 “유인 드론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정작 미국에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기업이었다”며 “한국인 투자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가 나오던 상황”이라고 했다.'기관 투자자 이탈' 테슬라도 800달러 선 무너져서학 개미가 낭패를 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힌덴부르크 리서치는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던 미국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가 사기를 쳤다는 리포트를 냈다. 니콜라가 공개한 트럭 주행 영상에 대해 “수소트럭을 언덕 위에서 그냥 굴렸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보고서가 공개된 지난해 9월 10일(현지 시각) 니콜라 주가는 하루에만 11% 넘게 급락했다. 당시 한국 투자자가 보유한 니콜라 주식은 1억8112만달러(약 2004억원)어치에 달했다.한때 한국 서학 개미들의 관심이 높았던 ‘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커피는 지난해 1월 공매도 투자 업체 머디 워터스의 회계 부정 의혹 폭로가 사실로 밝혀지면서 같은 해 6월 상장 폐지됐다. 한편 서학 개미가 보유한 주식 1위인 테슬라는 16일 2.44% 하락한 796.22달러에 마감했다. 최근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자와 머스크 CEO의 친(親)비트코인 발언이 연달아 나오자 이에 실망한 큰손 기관 투자자들이 연쇄 이탈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는 분석이다.[장형태 기자 shape@chosun.com] ▶ 조선일보가 뽑은 뉴스, 확인해보세요▶ 최고 기자들의 뉴스레터 받아보세요▶ 1등 신문 조선일보, 앱으로 편하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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