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견제 ‘쿼드 정상회의’ 추진 속 美 ‘죽음의 백조’ 인도 첫 착륙미일동맹엔 ‘인도태평양 주춧돌’… 한미동맹은 ‘동북아 핵심축’ 표현美국무부 “북핵은 안보 중대 위협”… 한미, 대북정책 시각차 드러내‘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아래)가 5일(현지 시간) 인도 전투기들과 함께 인도 벵갈루루 공군 기지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B-1B는 3일부터 이곳에서 열린 ‘에어로 인디아’ 에어쇼에 참가했다. 미군 전략폭격기가 인도 공군 기지에착륙한 것은 1945년 10월 이후 76년 만에 처음이다. 벵갈루루=AP 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는 안보협력체 ‘쿼드(Quad)’의 첫 정상회의 개최를 조율하고 나선 것은 한국을 뺀 아시아 동맹국들과 협력해 정상 차원의 중국 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4일 한미 정상 통화 결과를 전하는 백악관 발표에서 중국 견제 전략인 ‘인도태평양’ 표현이 빠진 것과 맞물려 바이든 행정부에서 자칫 한미동맹의 무게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여전히 있다”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발언과 관련해 미 국무부가 우회적으로 반박하는 입장을 밝히는 등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 시각차도 연일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전직 관료들도 정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비핵화 의지의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 미중 갈등 격화 조짐 속에 북한과 중국 문제에 대한 한미 간 엇박자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美의 中 견제 쿼드·인도태평양, 한국은 빠져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부터 추진한 ‘쿼드’는 2019년 9월과 지난해 10월 외교장관 회의만 두 차례 열렸다. ‘쿼드’ 정상회의가 성사되면 동맹을 규합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 방향이 더욱 분명해지는 것.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에 따르면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미군의 전략폭격기 B-1B가 3일 ‘쿼드’에 참여하고 있는 인도 벵갈루루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미 폭격기가 인도에 착륙한 것은 1945년 이후 76년 만에 처음이다.5일(현지 시간) 미중 외교장관 통화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인도태평양 안정을 위협한다”고 중국을 작심 비판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9일 아예 ‘쿼드’에 대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실질적인 미국의 정책을 구축해 나갈 토대”라고 했다. ‘인도태평양’과 ‘쿼드’가 바이든 행정부 중국 견제 정책의 핵심 전략으로 떠오른 것이다.하지만 정작 바이든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미동맹에 대해 지난해 11월 당선인 시절 통화 때 거론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축(린치핀)” 대신 “동북아의 핵심축”이라고만 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한중 관계를 의식해 ‘쿼드’ 등 중국 견제 전선 참여에 미온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의 역할을 축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한미동맹의 범위가 인도태평양이 아닌 동북아로 국한되는 건 미국 입장에서 우리의 전략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했다. ○“北 비핵화 의지 있다”는 정의용에게 “증거 없다” 북핵 등 대북정책과 한미 연합훈련 등 동맹 현안에 대한 한미 간 온도차도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사가 있다”는 정 후보자의 발언과 관련해 미 국무부는 5일(현지 시간) 본보에 “북한의 불법적인 핵과 탄도미사일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관여한 랜들 슈라이버 전 미 국방부 차관보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준수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증거를 여전히 목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 존 서플 아태담당 대변인은 정 후보자 발언에 대한 본보의 논평 요청에 “존 커비 대변인의 지난달 28일 브리핑 발언을 참조하라”며 “북한이 군사력을 증강하려는 갈망을 잘 알고 있다”는 해당 브리핑 내용을 첨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성급하게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하기보다 대북 억지와 추가 제재 등을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반면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는 미국 측에 북-미 협상 재개와 남북관계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실패로 규정한 트럼프 시대의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기댄 대북정책’을 문재인 정부가 무리하게 요구하고 나서면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 간극이 한층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네이버에서 [동아일보] 채널 구독하기▶ [환생 5화] 이별 이후 오랜 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 ‘The Original’ⓒ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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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 연합뉴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하기 위해 러시아가 개발한 백신 '스푸트니크 V'가 재평가받고 있다. 애초 러시아가 무리해서 성급히 내놓은 백신으로 평가절하됐으나 실적으로 예방 성능이 입증되면서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위상이 바뀌는 분위기다. 이 백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코로나 19 백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회의적인 평가를 받았다. 워낙 개발 기간이 짧았던 데다 임상시험을 포함한 개발 과정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효과나 안전성에 의구심이 많았기 때문이다.세계 최초 백신이라는 명성을 노린 무리수라는 조롱도 뒤따랐다. 그러나 최근 저명한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에 스푸트니크 V 백신에 대한 동료 평가 결과가 실리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임상 시험 참가 대상 2만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91.6%의 효과를 나타냈다.이는 미국과 유럽이 개발한 제품만큼 효과적이며, 조기 개발을 주장했던 중국 백신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러시아 백신은 냉동이 아닌 냉장 보관으로 유통이 가능해 저개발 국가나 더운 나라에서 사용이 용이하다. 또 두 번 접종에 20달러로 다른 서구 국가의 백신보다 저렴한 편이다.이에 따라 현재 최소 20개국이 러시아 백신 사용을 승인했다. 여기에는 유럽연합(EU) 소속 국가인 헝가리도 포함됐으며, 브라질과 인도에서도 승인이 임박했다. 이제 러시아는 백신 공급 부족에 어려움을 겪는 EU 시장의 본격 진출을 준비 중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러시아가 코로나19 백신에 붙인 스푸트니크 V는 지난 1957년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에서 세계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당시 미국이 러시아의 성공에 자극받아 이른바 '우주 전쟁'이 시작됐다. 벌써 푸틴 대통령은 백신 개발 성공과 수출 장면을 방송으로 내보내면서 대외 이미지를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 터키는 이번 주 스푸트니크 V를 자국에서 생산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다만 정작 러시아 자국에서 스푸트니크 V에 대한 반응은 미온적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이는 68세인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연령대가 맞아도 되는지 안전성이 검증된 후 접종하겠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그럼에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러시아 백신 2400만 회분을 수입키로 하면서 푸틴 대통령에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특히 남미는 코로나19 백신 부족이 심각한 상태다.아르헨티나는 지난달 스푸트니크 V 50만 회분을 확보하고 나서야 대규모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이어 니카라과, 파라과이, 베네수엘라 등도 이러한 전철을 밟았다. 아프리카에서는 친러시아 대통령이 있는 기니가 처음으로 지난해 12월부터 러시아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중동 국가 중에서는 이란이 이번 주 200만회분을 처음으로 받았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우방국인 아랍에미리트(UAE)에도 백신 공급을 추진중이다.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