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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우유와 유제품, 면류, 과자 등의 식품에 적용되고 있는 유통기한 표시제를 소비기한 표시제로 바꾸기 위한 법령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 상임위 심사에 들어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법안이 연내에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할 것으로 보고 그 뒤 신속하게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 법령을 정비할 준비를 하고 있다. 법안대로라면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3년에 소비기한 표시제가 전면 도입된다.

소비자가 유통기한을 소비기한과 혼동해 너무 일찍 폐기하는 식품이 많아 매년 1조원대의 자원 낭비가 일어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소비기한제 도입은 바람직하다. 세계 주요국 가운데 우리나라 말고는 부패하기 쉬운 음식물 제품에 소비기한을 표시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 길기 때문에 잘 정착된다면 공급자와 소비자 양측 모두에게 편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하지만 유통과정 중 매장의 법정 냉장온도(0~10도) 준수율이 80% 미만으로 조사되는 등 보관 온도 관리가 미흡한 현실이 문제가 되고 있다. 냉장온도 상한을 10도에서 5도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통 과정에서 잘 관리된 것으로 보이는 제품이 구매 후 변질된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낙농업계는 소비기한제가 도입 초기에 소비자 신뢰를 얻지 못하면 외국산 우유와 유제품 수입 증가를 초래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므로 유통기한제에서 소비기한제로 이행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행기간은 정부가 설정하려고 하는 2년의 유예기간을 포함한 3~4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은 그 전반기에 집중적으로 음식물 제품 저온유통체계(콜드체인)를 최대한 개선해야 한다. 여기에는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유통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도 요구된다. 또한 정부는 시기상조라며 반대하는 낙농업계의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소비기한제 도입이 소비자의 건강을 해치거나 낙농업계에 피해를 주는 부작용을 빚을 가능성을 면밀하게 살펴 미리 차단하는 데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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