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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일관계 지뢰밭, 손 놓고 있는 양국 정부 무책임하다
작성자 진인동 조회 243회 작성일 20-08-05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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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징용 일본 기업 자산의 압류·매각 명령이 어제 발효된 것을 시작으로 한일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갈 악재가 줄을 잇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14일)과 광복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만료 시한(24일) 등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일본의 수출 규제를 논의하기 위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처리소위원회까지 지난달 설치되면서 그야말로 한일관계는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한국 내 일본 기업 자산 매각 절차는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이 즉시 항고하겠다고 밝혀 곧바로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일본 정부가 이미 보복 조치를 예고한 터라 이를 둘러싼 양국의 공방은 더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과 광복절 전후로 한국에서 일본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종전 기념사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장 민감한 이슈는 지소미아 종료 여부다. 한국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일본의 추가 보복 조치 등이 거론되면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다시 꺼내들 수도 있다.

    이처럼 한일관계가 지뢰밭인데도 양국 정부 모두 어떤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한국 내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 문제만 보더라도 일본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우리 외교부는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론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꼬인 매듭을 풀기 위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상황만 악화시키고 있다. 한일이 정면 충돌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양국 국민과 기업들에 돌아간다. 한·미·일 안보협력에도 커다란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이런 파국적 결과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양국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정상회담이든 고위급 협상이든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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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해외도피 우려"... 中연구원 보석 신청 기각
    中은 "유학생ㆍ연구자 계획적 억류" 거센 비난
    상대국 국민 인신 구속하는 '볼모전' 우려 커져 
    연초부터 시작된 '미디어 보복전'도 가열 조짐
    미국 법무부가 제공한 중국인 군사연구원 탕주안. AP 연합뉴스

    전방위로 확산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상대국 국민의 인신을 구속하는 '볼모전'으로까지 번질까. 산발적이고 특정한 사례와 달리 지금처럼 미중 양국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는 상황에서의 볼모전은 사실상 최악의 시나리오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소 결이 다르지만 연초부터 시작된 '미디어 보복전'이 가열 조짐을 보이는 것도 우려할 만하다.

    AP통신은 3일(현지시간) 지난달 샌프란시스코 중국총영사관에 은신해 있다가 미국 사법당국에 체포된 중국인 군사연구원 탕주안(唐娟)의 보석 신청이 미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의해 지난달 31일 기각됐다고 보도했다. 법원은 판결 이유로 해외도피 가능성을 들었다. J-1 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뒤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데이비스)에서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탕 연구원은 비자 신청 당시 중국 인민해방군 복무 경력 등을 숨기고 허위사실을 기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은 격하게 반발했다.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과 연구자들을 감시하고 괴롭히며 계획적으로 억류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하고 안전과 합법적 권익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왕 대변인은 특히 "미국은 이번 조치로 중국 인민의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면서 "중미 간 정상적인 문화ㆍ인적 교류를 심각하게 방해하는 노골적인 정치적 박해"라고 쏘아붙였다.

    이는 탕 연구원의 신병 문제가 총영사관 맞폐쇄 공방전의 단초가 된 지식재산권 및 기술스파이 논란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사실상 탕 연구원의 사례를 통해 '중국 공산당'과 인민해방군을 도마에 올릴 심산이고, 미국이 체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판단하는 중국 입장에선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감이 클 수밖에 없다.

    자칫 상황이 심각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건 양측이 공히 상대국 국민을 볼모 삼은 전례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미 사법당국은 지난해 국가안보 관련 정보를 중국 관리들에게 전달한 혐의로 여행업자 에드워드 펭의 보석 신청을 기각하더니 올해 3월 그에게 4년형을 선고했다. 중국은 2014년 5월 홍콩에서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정치 잡지를 발행하던 미국 시민권자 제임스 왕을 기소한 뒤 재판 과정에서 미측 영사조력 요구를 거부하고 실형을 선고했다.

    이들 사례는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지금의 상황과 다른 때여서 직접 비교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의 글로벌 정보역량과 중국의 강력한 통제 시스템을 감안할 때 자국 내에 거주하는 상대국 국민을 볼모로 삼는 건 어려운 게 아니다. 특히 미국 대선, 홍콩 국가보안법 등 민감한 현안들이 산적한 상황에선 양측 모두 일종의 '레드 라인'을 넘어설 수도 있다.

    더욱이 올해 초부터 미디어를 둘러싸고 보복 조치를 주고받은 두 나라가 최근 기자 맞추방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건 주목할 만하다. 미국이나 중국 모두 상대국 언론매체 특파원들의 비자를 연장해주지 않는 '소극적인' 방식이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인적 자원에 대한 직간접 제재다. 이미 기자 추방의 이유 중 하나로 국가안보 관련 정보 유출이 거론됐던 만큼 볼모전의 서막이란 예상도 나올 법하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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