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작가 초대전 / Invitational Exhibition of Busan
손대광_SON Dae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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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탕탕 제일(第一)
어떤 지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일종의 보편적 치유와 회복을 위한 지친 몸과 마음을 푸는 이야기이다.
목욕을 좋아하는 나는 하루의 일과를 마치면 피로를 풀기위해 목욕탕을 자주 드나들었다. 이용객 대다수가 평범한 동네사람들로, 가족 단위의 이용객들도 보였다. 나는 단골손님들과 점차 친숙해지며 자연스레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각자의 목욕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들이 스스로 저마다의 피로를 풀어내며 심신의 피로를 치유하고 회복해가는 일련의 과정’을 카메라로 담기 시작했다.
동네 목욕탕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친 몸과 파편화된 마음의 조각들을 꿰매고 치유하는 곳이다. 알몸으로만 체험할 수 있는 세신의 기억이 베여있는 곳이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잊혀져가는 온정을 맨살로 느낄 수 있는 치유의 공간이다. 그래서 막 목욕을 끝마치고 마주한 얼굴들은 서로가 개운하고 상쾌하다. 그 때가 바로 심신이 치유가 되고 회복되는 순간이자, 다가올 시간들을 즐겁게 마주할 수 있는 생기를 채우는 시간이기도하다. 묵은 때로 뻣뻣해진 지난 삶의 때를 탕 안에서 풀어버리며 나 자신 또한 치유와 회복의 과정을 통해 삶의 위로를 얻는다.
그러나, 현대의 도시가 빠르게 재단되고 변형 되어감에 따라, 한국적 동네의 따스한 로컬리즘의 온기가 옅어지고 있다. 특히, 주택정비사업과 도시재생이라는 명목에 휩쓸려 현재 많은 수의 동네 목욕탕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 동네 목욕탕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세신 행위에 의한 위안과 치유 그리고 심신의 회복력은 다른 어떤 곳과 비교할 수 없다는 점에서 동네 목욕탕의 상실은 안타깝다.
대중의 삶속에 자리 잡고 그들과 함께 흘러가고 있는, 그러나 언젠가는 역사 속으로 흩어져 버릴지 모르는 동네 목욕탕 이야기를 통해 개운하고 상쾌한 기분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 삶의 목표를 향해 내달리거나, 과장된 몸짓으로 치장하는 일에 지칠 때는 목욕탕으로 가자. 대중목욕탕이라는 장소를 빌어서 담은 이미지를 관음(觀音)하고 위안과 치유를 넘어서 함께 소통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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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탕_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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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탕_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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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탕_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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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탕_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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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탕_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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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탕_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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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탕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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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탕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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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탕_2